뚜껑을 연 <옥보단 3D>에는 ‘3D B급 액션 하드고어 코믹 에로무비’ 정도의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완전 화개장터다.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다. 그냥 벗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웃기기도 하고 옴팡지게 까기도 하고 피도 튀긴다. 그러나 이 말이 결코 칭찬은 아니다.
난잡한 섹스엔 대가가 따른다. 난잡하고 격렬한 섹스엔 더 강렬한 대가가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난잡하고 격렬한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후반부의 강렬한 하드고어를 견뎌내야 한다. 그냥 ‘전 세계 최초 3D 에로티시즘’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3분의 2정도 보았을 때 미련 없이 나와야 한다. 더 강렬한 자극을 기대하고 계속 보았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옥보단 3D>를 허랑 방탕한 성적 상상력의 진수라고는 말 못하겠다. 전편의 ‘풍차 돌리기’에 비견할 수 있는 유쾌한 방사가 없다. 전편의 다양한 해학적 방사를 3D기술과 인해전술로 대체하지만, 그것은 포르노영화의 가짜 신음소리를 듣는 듯 어설프다. <옥보단>이 3D라는 비아그라를 먹은 격인데, 역시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다.
원래 미디어의 발달은 포르노그래피의 발달과 궤를 같이 했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길을 터주는 것은 포르노였다. 음화를 그려 넣은 책처럼 영화 기술을 자극적으로 보이게 하게 위해 발가벗고 뛰는 장면을 보여주었고 VHS 비디오테이프가 안방극장을 점령한 것도 포르노 덕분이었고 인터넷방송과 모바일 화보의 활성화도 모두 포르노에 빚을 지고 있다.
포르노의 흥행성은 다양한 신기술의 발전을 견인한다. 포르노가 견인한 인터넷방송 덕분에 보안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다. 모바일 화보가 모바일 인터넷 이용 경험을 이끌었다. 그런 면에서는 <옥보단 3D>도 공이 있다. 도입부의 3D 수묵화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수묵화의 풍경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3D라는 비아그라도 어설픈 이야기 구조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특히 막판 교훈은 심하게 어이없다. ‘백일 설법도 방귀 한 방에 나가리’라더니, 누가 <옥보단 3D>를 교훈을 얻기 위해서 보겠는가?
그래도 오그라든 샐러리맨의 성적 상상력을 되살리는 데는 충분할 만큼 영화는 자극적이다. 이 영화는 분명 흥행할 것이다. 왜? 궁금하긴 한데 경쟁작은 없으니까.
영화의 재미 중 하나는 사이가 안 좋은 줄 알았던 중국과 일본이 만수산 드렁칡처럼 뒤엉킨다는 점이다. 남연, 뇌개흔 등 중국 차세대 스타와 스오 유키코, 하라 사오리 등 일본 A/V스타가 참으로 잡스럽게 뒤엉킨다. <아바타> 외계인보다는 우리 이웃인 이들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을 하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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