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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판 위원회

'애국가'와 '아리랑'에 대한 불편한 진실, 그리고 통일한국의 국가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2. 8. 21.



2012 런던올림픽 영국은 축구 단일팀을 조직했다. 

그러나 주장 라이언 긱스는 웨일스 출신이라 영국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 

웨일스의 국가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남북 단일팀이 구성돼도 생긴다. 

단일팀이라면, 더 나아가 통일국가의 팀이라면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까.

<애국가> 대신에 <아리랑>을 부르면 된다고?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영국 국가가 나올 때 침묵한 라이언 긱스, 남의 일이 아니다


7월26일(현지 시각), 런던 올림픽 축구 예선전 영국 대 세네갈의 경기, 영국 국가(<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Queen)>)가 울려 퍼졌으나 영국 단일팀의 주장 라이언 긱스는 이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 크레이그 벨러미, 조 앨런 등 다른 웨일스 출신 선수들도 부르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긱스는 “국가를 부르고 안 부르고는 각자의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우리는 단결한다. 이것만이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800년 전 영국에 합방되었지만 웨일스 출신들은 <Land of my fathers>라는 국가를 따로 부른다. <God save th Queen>은 잉글랜드 국가일 뿐이다. 여자축구 단일팀에서도 7월25일(현지시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스코틀랜드 출신인 킴 리틀과 이퍼마 디케가 영국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 



아마 긱스가 스코틀랜드 출신이었다면 아예 돌아섰을 것이다. 영국 국가 6절에는 “반역을 퇴치하여, 그분이 성난 노도처럼, 모반하는 스콧(스코틀랜드인)들을 부수기를! 하느님, 폐하를 지켜 주소서(6절)”라는 부분도 있다. 



'애국가'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학자들이 밝혔다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의 연합체인 영국에서 벌어진 특수한 일이지만 남의 일만은 아니다. 만약 남북 단일 축구대표팀이 꾸려져 경기에 출전했는데 애국가가 나온다면 정대세 선수가 애국가를 따라 부를까? 아마 부르지 않을 것이다.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해 만약 남한과 북한이 통일된다면 애국가가 통일한국의 국가로 불릴 수 있을까?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애국가가 국가라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독재정권에서 만든 애국가 대신 민족적 역사와 정한이 담긴 아리랑을 국가로 하자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비록 이 의원의 주장은 그 발언 의도 등을 둘러싸고 비판에 휩싸였지만, 애국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작사가로 알려진 윤치호와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 행적 때문이다(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가 작사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석기 의원의 주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판단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를 법적으로 규정한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국가에 대한 규정은 나라마다 다르다. 국가가 두 개인 나라(태국 뉴질랜드 덴마크), 다른 나라 사람이 만들어 준 국가를 사용하는 나라(의외로 많다), 아예 다른 나라 국가와 같은 음악을 쓰는 나라도 있다. 안익태가 작곡하기 전까지 우리는 애국가를 스코틀랜드 민요 ‘Auld Lang Syne’에 맞춰 불렀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가수 김장훈씨가 이 곡을 응원가로 편곡해서 부르기도 했다.  




통일한국 국가로 '아리랑'이 '애국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곡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대 노동은 교수(국악과)는 안익태가 만주국 10주년 기념 축전의 일환으로 만주환상곡을 직접 작곡했는데, 핵심적인 멜로디가 한국환상곡과 똑같다고 지적한다. 즉 일제를 위해 작곡한 만주환상곡을 자기 표절한 곡이 바로 애국가가 포함된 한국환상곡이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통일한국의 국가로 애국가를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애국가의 대안으로 주목되는 곡이 아리랑이다. 실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 선수단이 동시 입장할 때 메인스타디움에 울려 퍼진 곡은 아리랑이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로 시작하는 이 ‘본조(本調)아리랑’은 북한이 매우 좋아하는 노래다. 아리랑축전을 대대적으로 여는 북한은 아리랑이 김일성이 항일 투쟁 때 자주 부른 노래라며 선전선동에도 활용한다. 



‘본조아리랑’이 최초로 등장한 영화 <아리랑>의 연출자 춘사 나운규 감독의 고향이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의 고향과 같은 함경북도 회령군이다. 그래서 북한에서 이 '본조아리랑'은 더욱 신화화 되었다. 



우리가 아는 아리랑은 '전통민요'가 아니라 '유행가'다 


그렇다면 북한도 동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본조아리랑’이 통일 한국의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이 아리랑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우리의 전통 민요가 아니라는 점이다. ‘본조아리랑’은 영화 <아리랑> 전에는 단 한 번도 불린 적이 없는 노래다. 경기 지역의 ‘구조아리랑’을 단성사 악사가 편곡한 신민요이기 때문이다. ‘구조아리랑’의 선율은 지금 보편적으로 알려진 ‘본조아리랑’과 전혀 다르다. 



만주 일대에 활동하던 독립군이 이 '본조아리랑'을 많이 불러서 민족의 노래로 알려졌는데 사실 이 노래는 전통 민요가 아니라 1920년대 후반의 유행가다. 당시 국내에서 가장 유행했던 노래를 외국에 가서도 즐겨 불러서 민족의 노래가 된 것이다. 1980년대 외국에 이민 간 사람들이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즐겨불렀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진짜 '전통민요'는 '구조아리랑'으로 경복궁 중건 때 채록


이소라 전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1867년 경복궁 중건 때 ‘구조아리랑’의 틀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복궁 중건을 위해 전국에서 일꾼들을 모았는데, 고종이 소리꾼들에게 각지의 민요를 부르게 한 결과 아리랑 붐이 일었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 국악인만이 가락을 알고 있는 이 '구조아리랑'이 아리랑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구조아리랑’을 편곡한 ‘본조아리랑’이 왜색 혹은 서양색이 가미된 신민요라는 점이다. 한양대 김영운 교수(국악과)는 “본조아리랑은 보편적 경기민요와 박자와 음계 구조가 다르다. 8분의 9박자나 8분의 12박자인 보통 경기민요와 달리 4분의 3박자이고, 3소박인 우리 민요와 달리 2소박이다. 일본을 통해 전해진 서양 5음계, 요나누키 장음계처럼 도레미솔라에서 도를 기준음으로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본조아리랑'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을 위해 편곡된 노래다. 그런데 이 음악을 편곡한 사람이 일본에 음악 유학을 다녀온 사람인데 '일본식 서양음악'을 배워서 왜색이 입혀졌다는 것이다(국악평론가 김문성씨의 평가). 정리하자면 요즘 대중가요에 '뽕끼'라는 왜색이 있듯이 아리랑에도 요나누키 장음계의 왜색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보고 김문성님이 페이스북에 남긴 댓글 : 


"좋은말로 신민요지 사실 '아리랑'은 일본음악어법으로 만들어진 타향살이, 황성옛터같은 유행가일 뿐이고...그런데 그걸 경기소리꾼들이 부르면서 노들강변, 태평가, 울산아가씨처럼 민요화되었을 뿐이고..이것을 '원형'을 의미하는 '본조'로 잘못 이해한 것 뿐이고...진짜 본조는 '구조아리랑'인데, 어떤 팔푼이가 '구식'을 뜻하는 '구조'라고 붙였는지...안타까울 뿐이고..원류가 일본음악어법으로 된 '아리랑'인데, 이를 '애국가'로 대체하자는 건............"



일본 음악의 영향을 받은 '아리랑'을 어떻게 봐야할까?


나운규의 <아리랑>이 1926년 개봉해 히트를 친 다음 ‘본조아리랑’이 대유행 하게 되었다. 많은 창가 가수들이 신민요 가수로 전향하기도 했다. 특히 해외로 간 독립운동가들의 애창곡이 되었는데 독립군들이 고향 생각을 하면서 부르곤 했다. ‘본조아리랑’은 한국전쟁을 거쳐 서양에도 전해져 재즈곡이나 블루스곡으로 편곡되기도 했다. 전통 민요는 아니지만 보편성이 검증된 이 아리랑이 통일한국의 국가가 될 수 있을까? 각국 국가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는 영국인이 작곡하고 독일인이 편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다. 올림픽 기간 동안 내가 파악했던 부분은 여기까지다. 분명한 것은 아리랑을 무조건 전통 민요라고 생각하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리랑이 가치 없는 노래는 아니다. 민족의 정한을 그린 영화에 삽입음악으로 쓰였고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으로 편곡될 정도로 좋은 곡이다. 하지만 그 뿌리에 대해서 깊이 안다면 그 쓰임새도 넓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