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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판 위원회

색다른 문화생활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안합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2. 6. 3.


주) 시사IN B급 좌판에 소개한 문화예술 콘텐츠인데...

시간 지난 것을 빼고 나니 많지 않네요. 

일단 일곱 가지 제안합니다. 

저도 챙겨서 보려고 하는데...






루비레코드 공연 <인천로크시티>

아주 친절한 로커들


   

허름한 인천의 뒷골목 루비살롱에서 시작한 루비레코드는 서울 홍대 앞 주류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인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본격 메탈 음악으로 꾸린 ‘록키드의 천로역정’ 시리즈를 계속 진행하는 것도 일종의 초심 유지를 위해서다. 세 번째 시리즈인 이번 공연에는 ‘허클베리핀’ ‘더 문샤이너스’ ‘이장혁’ ‘블랙백’이 출연한다. 그리고 인천의 유명 헤비메탈 밴드 ‘사하라’의 보컬 우정주가 우정 출연한다.


록 공연이지만 매우 친절한 공연이 될 예정이다. 이장혁은 공연 전에 팬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더 문샤이너스’는 팬들에게 티셔츠를 선물로 준다. ‘블랙백’은 공연 뒤에 팬들과 근처 백운공원으로 소풍을 떠난다. 허클베리핀은 팬들과 인증샷을 찍는다. 기억하자. 로커도 알고 보면 친절한 뮤지션이다. (6월16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아트센터)





전시 <Cosmic Dancer>

고요한 격렬함  


인터뷰집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를 낸 월간지 <바자> 김경 기자의 목표는 수많은 인터뷰이 중에서 평생 배필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인터뷰를 해오던 그녀가 선택한 인터뷰이가 바로 화가 지용현씨다. 수줍은 소년 같은 지씨에 반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청첩장 대신 전시회 초대장이 날아왔다.


지씨의 소재는 무용수였다. 가장 화려한 움직임의 무용수를 바둑에 포석을 두듯 그림에 배치해서 가장 평온한 구도를 만들어냈다. 화려한 문양과 색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마치 수묵화를 보는 듯한 고요함을 느끼게 했다. 가장 동적인 것으로 정적인 것을 표현하고, 가장 화려한 것으로 소박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섬세하면서도 담백한 작가의 인상과 닮아 있었다. 


작품을 설명하며 작가는 <우파니샤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살아 있는 존재는 머리카락 하나를 백 갈래로 가르고, 그 갈라진 가락을 다시 백 갈래로 갈라, 이런 식으로 백 번을 백 갈래씩으로 갈라서 나온, 백 갈래 중의 한 갈래 끝과 같은 것. 그리고 그 안에 무한이 들어 있다. 이는 여자도 아니요, 남자도 아니요, 중성도 아니다. 다만 그가 어떤 육신을 입는가에 따라 그 안에 깃드는 것이다….” (6월22일까지, 서울 청담동 UNC갤러리) 





발레 공연 <까멜리아 레이디>

강수진의 전설이 돌아왔다


강수진을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만들어준 슈투트가르트의 바로 그 작품 <까멜리아 레이디>가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 작품으로 발레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인 ‘브누아 드 라당스’상을 받으면서 강수진은 정상급 발레리나로 입지를 굳혔다. 드라마 발레에 유독 강한 강수진은 한국 발레리나의 장기인 섬세한 표현력에 더해 유럽 발레리나에게 밀리지 않는 정확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2002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후 10년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다. 역시 <까멜리아 레이디>를 통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로 자리를 굳힌 마레인 라데마카르가 강수진의 상대역을 맡는다. (6월15~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전시 <리퍼블릭 프로덕션>

국회에서 정치 희롱하기


국회에서 재미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리퍼블릭 프로덕션’이라는 제목의 전시인데 강제 철거와 집단 이주 그리고 재개발을 표현한 작품을 전시하고, 공중부양시킨 국회의원 의자의 줄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정치 명사(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이명박 등)들의 성격을 분석한 에니어그램 영상도 보여주었다. 예술이 정치를 희화화한 것이다. 그것도 국회에서. 


현대미술 비평가 니콜라 부리오가 “현대미술에서 보여주는 정치적인 것은 세계를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하고자 하는 것과 그 불안정함 속에서 가능한 모델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전시회에 딱 맞는 설명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임승천·페트라오·박윤주·정찬일·문해주가 참여했다.


사흘간의 국회 전시를 마치고 ‘리퍼블릭 프로덕션’은 인터넷에서 관객을 만난다. 실험예술 성지로 자리 잡은 Lab DotlineTV에서 볼 수 있다. (http://dotlinetv.com) 





영화 <로봇>

터미네이터+김정일 위원장?


볼리우드 영화가 또 들어온다. <내 이름은 칸>과 <세 얼간이>를 통해 서서히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영화는 SF 블록버스터다. 인도에서 SF 블록버스터를 제작한다고? 놀라지 마시라. 미국 등 전 세계에 개봉되어 1억2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작품이다. 제작비만 3800만 달러에 달하는 대작이다. 


인도 영화 하면 영화 중간에 난데없이 모든 출연자가 뮤직비디오처럼 춤을 추는 ‘마살라 형식’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내 이름은 칸>이나 <세 얼간이>와 마찬가지로 <로봇>도 이런 전통 인도 영화와는 다르다. 특히 <로봇>은 압도적인 볼거리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터미네이터와 김정일 위원장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악당 로봇의 변신 합체 장면이 특히 압권이다. 아무튼 허황되지만 재밌다. (4월19일 개봉) 





 이소선 다큐멘터리 <어머니> 

어머니, 세상을 위로해주세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 전태일의 아름다운 삶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되었다. 그 아름다운 청년을 키웠던 우리 시대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의 삶은 <어머니>라는 다큐멘터리로 남았다.


3월23일 시사회에는 소설가 공지영씨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희망버스 송경동 시인 등 그의 ‘아들’ ‘딸’들이 함께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태준식 감독은 “모든 이들이 어머니라 부르는 인물에게 카메라를 핑계로 위로받고 싶었다. 활자와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그녀를 나의 촉각과 시각으로 담았다. 이제 그녀를 통해 세상을 위로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시사회가 끝난 후 김창남 교수는 “모든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 이 영화를 통해 기억할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력서 별명란에 ‘노동자들의 어머니’라고 적고, 아들이 분신한 1970년 그날을 기억하며 40여 년 동안 을지로와 청계천을 매일 걸었던 이소선의 삶을 카메라는 덤덤하게 담았다. ‘청계피복노조’ 설립을 비롯해 동일방직 사건 등 크고 작은 노동운동 현장에서 활약하며 4차례의 투옥과 200여 차례의 구류를 사는 고초를 겪었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했던 그의 삶을 증거한다. 2010년 전태일 열사 40주기에 만들어진 연극 <엄마, 안녕>의 공연 실황도 담겼다. (4월5일/ 전국 개봉관) 





 돌아온 <칠수와 만수> 

비정규직 칠수와 만수


   

그때 그놈들이 돌아온다. 26년 만이다. 놈들의 이름은 ‘칠수’와 ‘만수’. 1986년 봄, 400여 회 공연으로 서울에서만 관객 5만여 명을 동원했던 바로 그놈들이다. 동명 소설을 각색해, 문성근과 강신일이 투톱으로 출연한 연극은 이듬해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다. 1988년 안성기와 박중훈이 투톱으로 출연한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칠수와 만수가 2012년 다시 돌아온다. 26년 전 칠수와 만수가 암울한 군부독재 시대에 고통받는 소시민을 대변했다면 2012년의 칠수와 만수는 대기업이 빵집까지 운영하며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비정규직을 대변한다. <슈퍼스타K>에 나가서 인생역전을 하겠다는 칠수 역은 송용진이, 조그만 가게를 열어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꾸는 만수 역은 진선규가 맡는다. (5월4일~7월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