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이 '타임'이나 '슈피겔'보다 나은 이유는... 어제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뻥을 좀 쳤습니다. 시사IN이 '타임'이나 '슈피겔'보다 나은 이유에 대해서요. ㅋㅋ 우리는 3D 시대가 올 줄 알고 10년 전부터 표지를 입체로 만들어왔다고. 다만 기술력 미비로 아직 구현이 안 되었을 뿐, 일단 만들어는 놓았다고. 시사IN은 시사저널 시절부터 뉴스 인물에 대한 입체 캐리돌(캐리커쳐+돌)을 만들어 이를 표지 이미지 등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양한모 미술팀장이 만든 것인데... 이번에 이 캐리돌을 모아 국회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그동안 시사IN 편집국에서 딩굴방굴 하고 있었는데 모아두니 제법 폼이 나더군요. 이 캐리돌을 만드는 양한모 미술팀장을 저는 또 한 명의 '정치부 기자'라고 부릅니다. '관상 정치학'의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정치가 잘 풀리고 있는지 안 풀리는지가 얼굴에 나타납니다. 정치인 얼굴을 보고 캐리돌을 만드는 양선배는 이걸 읽어내는 대가입니다. 최근에는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얼굴이 상하고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양선배가 캐리돌 만드는 것을 보면 가히 장인의 경지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컴퓨터에 정치인 사진 하나 띄워놓고 스윽스윽 만들어 냅니다. 그것도 스티로폴로 형태를 잡아서요. 특징을 잘 잡아내죠. 시사저널 파업을 마치고 시사IN 창간을 할 때 이 캐리돌을 팔아서 창간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답니다. 이번에 전시된 캐리돌을 보니 한 가지 특징이 있더군요. 전시를 위해 새로 만든 캐리돌들은 장점을 부각시킨 것들이 많더군요. 표지 이미지를 위해 만들 때는 주로 사고 친 정치인 것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단점을 부각시킨 것들이 많았는데... 참고로 캐리돌이 가장 많이 만들어진(사고를 가장 많이 친) 정치인은 MB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잼난 게 더 많습니다. 쁘띠거니 캐리돌도 있구요. 국회 의원회관 2층에서 전시되고 있으니 국회에 계시는 분들은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일반인도 신분증을 제출하고 등록하고 들어가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양한모의 캐리돌과 풍자의 예술
김지연(미술이론/전시기획)
양한모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글자와 이미지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동시에, 나무, 천, 스티로폼을 비롯하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폐품’을 활용해 입체조형물을 만드는 일에도 탁월한 재주를 발휘해 왔다. 그의 기술은 인간의 상상을 눈에 보이는 시각이미지로 형상화하는 데 목표를 둔다. 그것은 실재를 보이는 것에 가깝게, 혹은 그대로 재현해내는 사진술이 아니라, 상상하는 바대로 표현하는 회화술과 조각술의 혼합이다. 그는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이미지들을 자신의 기술로 가시화시킨다. 그렇게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입체조형물들, 일명 ‘캐리돌’들은 시사인의 표지모델로 그 독보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시사인의 표지에서 만났던 캐리돌을 직접 볼 수 있는 즐거운 자리인 이번 전시는 양한모의 기술적 행위가 예술적 소통으로 확산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오늘날, 예술을 무목적적인 창조행위라고 믿었던 근대적 발상에 의존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오히려, 매우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 창조행위로서의 예술 가치를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것은 시대가 예술에 요청한 것이자, 예술이 시대를 인식한 결과다. 그리고 여기, 시대정신을 온몸으로 알아차린 한 예술가가 지극히 실질적인 쓰임새를 위해 만든 예술이 있다. 양한모의 캐리돌은 시사인의 표지에 사용하려는 뚜렷한 목적아래 탄생한, 파워피플들의 캐리커쳐 인형이다.
시사주간지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손색없는 당대 최고의 이슈 메이커가 아니고서는 그의 매서운 눈과 섬세한 손끝을 거쳐 ‘캐릭터화’되는 호사를 결코 누릴 수 없다. 모델을 선정한 이후에는 사람들의 흥미를 극대화시키면서도 사안에 대한 매체의 입장을 집약할 수 있는 단 한 장의 사진에 적합한 최고의 모습으로 그들을 ‘스타일링’해주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여기에서 양한모의 빛나는 감각이 돋보인다. 그는 공사장에 굴러다니는 스티로폼을 주워다가 뼈대를 깎고, 그 위에 클레이를 얇게 발라‘피부’를 입힌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물감으로 ‘화장’도 해주고 옷도 입힌다. 그가 작품에 사용하는 재료 대부분은 ‘용도폐기’된 쓰레기다. 그는 이 쓰레기로 권력과 부의 핵심에서 살고 있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미덕과 악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아주 설득력있게 구현한다. 대중친화적인 방식으로 ‘판단’을 가시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풍자’는 경건하고 엄숙한 현실에 재치있는 웃음을 전하면서, 오늘날 풍자의 예술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재’들의 의지와 무관하긴 하겠지만, 다양한 표정으로 전시장에 세워진 캐리돌들은 관객들에게 해당 인물에 대한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덕분에 ‘모델’들은 관객에게 자신을 좀 더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갖는 셈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일이 직업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니, 모델들은 그들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는 캐리돌들에게 반드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해야 할 것이다. 관객들은 캐리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전시장에서 표지에 실린 한 컷의 이미지 외에도 모델의 앞뒤와 옆, 위아래의 모습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해당 인물에 대해 더 깊은 관심과 애정, 혹은 분노를 품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일단 만나고 볼 일이다.
** 작가의 말
그간 <시사IN> 표지는 캐리돌(캐리커쳐와 인형의 합성어)의 갤러리였습니다. 이번에 캐리돌을 표지 바깥으로 끌어냈습니다. 표지 인물들의 ‘안마당’인 의원회관에서 좌판을 벌이게 됐습니다.
표지 이미지로 망가트린 죄송함에, 사과를 대신하여 인형(人形)이 아닌 인형(仁刑)으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위로와 웃음을 주는 19대 국회를 상상하며, 감히 의원님들을 인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캐리돌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12시간, 길게는 사흘가까이 걸렸습니다. 표지용 캐리돌을 만들 때마다 마감에 쫓겨 부족했던 30%를 되찾고 싶어, 이번에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대선주자 캐리돌을 제작할 때는 국가의 미래를 더 멀리 보고 국민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눈과 귀에 신경 썼습니다. 자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옆모습과 뒷모습을 캐리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만 못 보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의 눈을 체험하시기 바랍니다.
공해와 소음을 참으며 사무실 책상을 아트리에로 허락해준 동료 기자들께 고맙습니다. 최고의 후원자 <시사IN>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님과 의원실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리돌의 재료가 된 폐자재를 선뜻 내어주시던 공사장의 노동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시사IN> 캐리돌 국회 점거 사건
일시·장소 : 11월12~18일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
주최 :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실
주관 : <시사IN>
** 양한모(<시사IN> 미술팀장)
1960년 경기도 양평 용문산 밑 작은 농가에서 출생.
장난감을 직접 그리고 만들어 가지고 놀던 실력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시각전달디자인 전공.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입사해
편집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재봉사, 조각가, 목수, 미장공, 인형사 등의 역할을 함.
2006년 삼성 기사 삭제 사건으로 동료들과 함께 파업하면서
앞으로 다시 일하게 된다면 더 나은 표지를 만들겠다고 다짐함.
2007년 <시사IN> 창간 멤버이며,
<시사IN>의 모든 표지가 양한모의 손끝을 거쳐 탄생.
기자들은 양한모를 미술팀장이라 부르고, ‘마법사’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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