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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독설닷컴 칼럼

'일베적 인식체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4. 5. 13.

'일베적 인식체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국민이 미개해서...'

정몽준 아들의 페이스북 글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이후 KBS 보도국장, 홍대 겸임교수, MBC 전국부장... 등에서 이런 인식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이런 인식은 일베의 보편적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왜 맨날 국가탓만 하느냐, 네가 못나서 당한 일이다.'라는 것이다. 그들은 남의 슬픔을 공감하려 하지 않고, 그 슬픔과 선긋기를 한다. 


이런 인식은 '이런 논리'와 맥락을 같이 한다. '너의 불행은 어쩔 수 없어. 나는 4년제 대학인데, 너는 아니잖아! 나는 남자인데, 너는 아니잖아! 우리 부모는 돈이 있는데, 너는 아니잖아! 그런데 왜 모든 것을 국가탓만 해???' 


그들은 '국가의 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왜냐하면 자신은 보호받는 범주 안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보호받을 것이라 믿고... 국가가 저들까지 보호하면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이라는 거대한 담벼락 안에서 그들은 담밖의 사람을 조롱한다. 


그렇다면 이런 인식이 '그들'만의 문제일가? 우리 무의식 속의 '버리는 카드'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그런 인식과 비슷한 논리구조로 집단적 아픔을 외면하곤 한다. 그들을 어쩔 수 없이 '버리는 카드'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영화 <도희야>를 보면 '버리는 카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딸을 폭행하는 아버지는 술꾼이지만 마을일에 적극적이어서 마을에 유용하다. 그래서 그의 의붓딸의 고통에 마을 사람들은 무심하고 '방관하는 공범'이 된다. 그 딸은 마을의 '버리는 카드'인 셈이다. 


원폭 피해자 마을 이야기를 다룬 일본 만화가 고노 후미요 <저녁뜸의 거리>에 보면 마을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람들은 그냥 우리가 조용히 죽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아..." 사람들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조용히 잊어버리면서 문제를 해소시켜 버린다. 


구조와 개인의 문제에서... 자신의 기득권의 범주에 있거나, 그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혹은 구조를 통해 내 이익이 보장받거나 내 안전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면... 피해를 입는 개인에 대해서 '버리는 카드'로 치부하며 방관하는 자신을 변호한다. 


쌍용차가 한진중공업이 강정이 밀양이... 그 '버리는 카드'였던 셈이다. 정몽준 아들이나 KBS 보도국장이나 홍익대 교수나 일베의 인식은... 세월호도 '버리는 카드'로 여기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 자신들이 '버리는 카드'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곧 노무현 서거 5주기다.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약자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가 아니겠는가? 이런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동정심'이 아니라 '합리적 인식'이다. '약자의 눈물'이 나의 눈물이 될 수도 있고, 그 눈물이 피눈물이 되면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증가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