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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

왜 싸이 눈에는 예술이 안 보이고 똥만 보이는 것일까?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5. 4. 20.




왜 싸이 눈에는 예술이 안 보이고 똥만 보이는 것일까?


싸이 vs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는 몇 가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싸이와 싸이 측의 갑질 행태다. 

싸이의 부인, 싸이 본인, 싸이 매니저, 싸이 변호사, 싸이 임차인이 보여준 싸가지의 문제는 다음에 천천히 논하기로 하자. 이런 감정의 영역이 본질을 호도할 수 있으니.


둘은 싸이와 테이크아웃드로잉 측의 법적 권리 문제다. 

이 부분은 프레시안의 아래 기사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법적으로는 분명 싸이가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법은 테이크아웃드로잉이 보호받아야 하는 부분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5661


셋은 예술에 대한 존중 문제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이 어떤 곳이고 어떤 역할을 한 곳이었는데 싸이 임차인이 커피전문점을 하겠다고 해서 쫓겨나야 하는지... 이 부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싸이는 이곳에 왔다가 갔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가 이렇게 무도하게 나오는 것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넷은 좀더 구조적인 문제다. 

싸이가 구입한 빌딩의 부가가치를 비약적으로 올려준 곳은 테이크아웃드로잉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이유 때문에 쫓겨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비슷한 사정이다. 자영업자들이 이런 리스크를 안고 영업하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착취가 도미노처럼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암튼 이것도 나중에 살펴보자.





목요일, 사전 취재차 이곳에 다녀왔다.


한예종 교수 한 분이 대학원생들과 이곳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싸이 측에서 보낸 용역이 들이닥칠 지 몰라 걱정이 되어서 학생들과 협의 한 후 여기서 수업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원로 큐레이터 한 분도 계셨다. 그분도 비슷한 이유로 와 있었다. 미술은 세상에 대한 발언인데 이런 부조리한 일 하나 막지 못하면 어디서 무슨 전시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마지막 한 분은 작가였다. 그 작가는 싸이 측이 어떤 식으로 이 건물을 접수하는지를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 일종의 건물주 헌정 예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왜 이곳을 이렇게 소중히 생각하는 것일까?


간단한 이유다. 이곳에서 예술이 꽃피웠기 때문이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카페형 레지던시로 작가들이 입주해서 작업하는 곳이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카페와 작가의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 그리고 스텝들의 공간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카페에 온 손님은 작가의 작업 과정과 결과물 그리고 그것이 기획되고 전시되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심지어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도 작가들의 작품이다. 작업의 결과물인 것이다. 예술로 시작해서 예술로 끝나는 공간인 것이다.

이곳에 둥지를 튼 작가들은 이태원을 소요하며 이태원을 읽어낸다.


한 외국작가는 이곳에 거주하면서 주한미군 범죄가 일어났던 곳을 전부 파악했다. 그리고 그 범죄를 기록하는 예술을 남겼다.


다른 예술가도 이 공간 뿐만아니라 이태원 전체로 창작 공간을 확대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이태원 예술 생태계의 씨앗과 뿌리가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이런 공간은 정부나 지자체 혹은 기업의 후원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운영비는 카페에서 벌어서 충당한다. 한국의 미술시장에서 기념비적인 성공모형이다.





이런 곳에 싸이도 왔다 갔다. 그런데 그의 결론은 여기를 커피전문점으로 임대하겠다는 것이다.


왜 싸이 눈에는 예술은 보이지 않고 똥만 보이는 것일까???


테이크아웃드로잉에 다녀온 후 다짐했다. 

싸이가 똥이 아니라 예술을 볼 수 있을 때까지 테이크아웃 사태를 널리 알려야 겠다고. 

테이크아웃사태와 싸이의 갑질이 외신에 알려지면 싸이가 정신을 좀 차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