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조선일보 ‘이문세’와 ‘조하문’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비판정신’ 대신 ‘맹신정신’과 ‘두둔정신’을 보여주었던 조선일보가 태도를 바꾸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 실행에 대해서 초기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다가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보고 비판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이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대해서 초기의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 ‘촛불집회는 불법이다’라는 시각에서도 조금씩 퇴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5월30일자 1면 머리기사로 ‘대통령 ‘국정운영 틀’ 완전히 바꿔야’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취임 100일을 맞이해 각계 인사 50인의 쓴소리를 모은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을 질타했다.
이 대목에서 댓구를 이루는 ‘이문세’와 ‘조하문’이라는 삼행시를 떠올렸다. ‘이문세’는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세상이 다 안다’는 뜻이고 ‘조하문’은 ‘조선일보도 하물며 이 대통령의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와 조선일보의 허니문이 깨지는 과정은 조선일보 기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5월24일(토요일)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좋았다. 조선일보는 ‘취객에도 맞는 경찰 공권력’이라는 기사에서 “‘막가는’ 시민들이 경찰 제지에 아랑곳없이 행패를 부린다”라며 일종의 ‘공안 유도 기사’를 내보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이 기조를 유지했다. 5월26일(월요일)에는 ‘차도로 뛰어든 촛불집회’기사에서 “이틀 연속 경찰 저지선을 뚫고 충돌하고 일부에서는 ‘반정부 폭력시위’도 해서 서울 도심이 큰 혼잡을 이뤘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8면에는 “법 사라진 ‘서울의 주말’”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5월27일(화요일)에는 ‘사흘째 도로 점거’ 기사에서 “서울 촛불집회가 도심 행진하며 또 불법 시위를 했다. ‘반란 동참’ 등 유인물도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3면에는 ‘사흘째 차도로 뛰어든 ‘촛불’’, ‘반정부 구호 부쩍 늘어 배후세력 있는지 촉각’이라는 제목으로 배후를 의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5월28일(수요일)과 5월29일(목요일)에는 유가 폭등 문제에 지면을 주로 할애하며 촛불집회 관련 기사는 ‘촛불집회 ‘머리채 잡힌 사진’의 진실은… 실제는 시위대에 손 물린 여경이 손 빼는 장면’(5월28일, 8면) ‘경찰 “백골단 동영상, 재미교포가 미국에서 올려”’(5월29일, 8면) 등 경찰 측 해명 기사를 주로 내보냈다.
(같은 기간 한겨레신문은
소통 대신 공권력, ‘민주주의 역주행’(5월26일)
‘불법폭력’ 몰릿 촛불집회 연행자 육성, “귀막은 정부에 국민 뜻 알리고 싶었을 뿐”(5월27일)
촛불집회 주최 10명 소환, 검경 공안대책협의회 구성(5월28일)
촛불집회 200여명 연행, 과잉 수사에 ‘저항 공감대’ 확산. “나도 잡아가라” 시민 불복종 점화(5월29일)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5월29일 정부가 ‘쇠고기 고시’를 발표해 민심이 급속히 나빠지고 촛불집회가 ‘안티 조·중·동’ 운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태도를 바꿨다. 5월30일자 1면에서 ‘급식 원산지 표시 등 불안감 해소할 대책 없이, 정부 ‘쇠고기 고시’ 발표’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최보식 사회부장이 본 촛불시위 현장’ 기사 “그들은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나왔고…”에서는 촛불집회의 진정성을 다소나마 인정해주었다.
(물론 이 날도 “미 광우병 발생땐 즉시 수입중단” 명문화(4면), 수입되더라도 당분간 시중 유통 거의 안될 듯(5면) 등 ‘두둔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사도 있었다.)
압권은 사설이었다. 이날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대통령·총리·장관·공무원부터 미국 쇠고기 먹어야’라고 주장했다. 그래야 국민에게 정부의 진정이 뭐란 것이 조금이나마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도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자전거 대신 값싸고 질 좋은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 10kg을 구독 경품으로 준다’고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
시사IN [38호] 2008년6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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