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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블로거와의 대화

최진실, 블로거들과 만났다면...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4.



세상이 온통 최진실 얘기다.
TV를 켜도 인터넷을 봐도,
심지어 블로거뉴스에서도.


처음 최진실의 죽음을 접했을 때,

나도 최진실 얘기를 해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블로거와의 대화'에
그녀를 불렀어야 했는지, 말았어야 했는지
그것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최진실의 죽음과 관련해서 포스팅을 준비했던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루머의 유포 경로를 밝히는 것이었다.

자살한 탤런트 안재환에게 사채를 빌려줬다는
25억 사채설을 유포시킨 사람이 증권사 여직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 여직원이 최진실과 특별한 악연이 없는 한 증권사 찌라시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 찌라시를 추적해 보려고 했다.

최근 찌라시에서 연예인 관련 루머가 집중적으로 다뤄진 적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연예인들은 대부분 성도착증 환자다.
둘 사이에 벌어진 일을 마치 본 듯이 이야기한다.
몰카라도 설치했던 것일까?


OBS 주철환 사장. 그의 부탁으로 최진실은 OBS에서 김구라씨와 함께 '최진실의 진실과 구라'를 진행했다.



다음은 최진실을 지척에서 봤던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상대는 OBS 주철환 사장이었다.
최진실은 최근까지 OBS에서 김구라씨와 함께 <최진실의 진실과 구라>를 진행했었다.
최진실씨를 부천의 OBS까지 부른 힘은 주철환 사장이었을 것이다.
주 사장을 돕기 위해 신생방송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허락했던 최진실,
주 사장이라면 '인간 최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철환 사장과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어서, 한 번 부탁을 해보려고 했었다.   



마지막은 무산된 ‘블로거와의 대화’ 최진실편에 대한 이야기였다.

‘블로거와의 대화’ 첫 대화 상대였던 최문순 의원이 직접 섭외해 주기로 했었기 때문에 언젠가 해볼 심산이었다.
(솔직히 최대한 빨리 실현시키려고 했었다.
'블로거와의 대화'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라도.)



최진실씨와 친분이 각별했던 최문순 의원. 그는 '블로거와의 대화' 대화 상대로 정치인 중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정치인 중에서는 최진실씨를 꼽았다. 이들이 출연하면 그는 블로거 자격으로 패널로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MBC 사장 출신인 최 의원은 최진실과 친분이 두터웠다.
‘블로거와의 대화’를 마치고 그는 블로거들이 최진실을 꼭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아픔을 겪고 사회 문제에 눈을 뜬,
눈을 뜬 것을 넘어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성을 쓰게 할 만큼 사회 진보의 선봉에 선 그녀를 만나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진실 예찬론은 뒤풀이 장소인 치킨집으로 이동하는 내내 계속되었다.
대략 정리해보면, 
‘아는 연예인, 최진실’
‘친한 연예인, 최진실’
'좋아하는 연예인, 최진실'
‘블로거들이 만나야 할 연예인, 최진실’
‘자신이 섭외해줄 수 있는 연예인, 최진실’
‘블로거와의 대화에 자신이 블로거 자격으로 패널로 참여할 대상, 최진실’...
최진실로 시작해서 최진실로 끝이 났다.  



그런데 나는 최진실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일을 보고 밤에 돌아와보니 세상이 온통 최진실 얘기였다.
나까지 굳이 나서서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최진실에 관한 그 많은 이야기 중에 내가 말하려고 하는 바를 누군가 이미 했을 것 같았다. 
또 하나의 최진실 이야기로 누리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블로거와의 대화' 최문순 편 진행 모습. 첫 행사라 여러 모로 부족했다.



‘블로거와의 대화’ 최진실 편이 성사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때 그런 의문이 문득 들었다.
그녀의 죽음을 초래한 직접적인 이유로 지목되는,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최진실법’의 근거가 되는
악플러들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을 것 같다. 
그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면 그녀를 더 마음 상하게 했을까?


모르겠다...


최진실에 관한 이야기는
이 다음에 시간이 좀 어느 정도 흘렀을 때,
그때 차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아닌 것 같고...


지금은 최진실 죽음이 사회적으로 소비되는 형태에 더 관심이 많이 간다.
장례식장의 질서 정연한 포토라인과
장례식장에까지 동원된 경호업체 직원들...
그리고 같은 날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보다 많았던 장례식장의 스타들,
‘방송을 마치고 바로 달려왔다’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검정색 예복을 맵시나게 차려입고
‘쌩얼’을 선보이는 스타들...


연예기자들이 나름 자제한다고 하는데,
‘최진실의 죽음’은 그들을 ‘사생활의 공포’에서 구원해줄 수 있을까?
그들의 사생활은 이미지 구축에 필요한 만큼만 노출될 수 있을까?
누가 살아있고 누가 죽었는지 모를 정도로
죽음이 흔해진 연예계의 불운이 끝날 수 있을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며 분신한 전태일의 죽음만큼,
최진실의 죽음이 갖는 사회적 함의가 큰 것 같다.


부디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건강한 결론이 맺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