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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언론노조 20년의 발자취

1992년 MBC, 그리고 2008년 YTN (언론노조 20주년 기념)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22.



11월24일은
전국언론노조가
창립 20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선 언론노조의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는
'언론노조 20주년 기념'
게시판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992년 MBC 파업


MBC 노동조합의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은 1990년 9월부터 이미 시작되어 노사간 갈등을 유지하고 있었다. 90년 9월 7일 우루과이라운드 반대를 위한 농민대회 개최를 앞두고 9월 4일 방영예정이던 우루과이라운드와 관련하여 농촌문제를 다룬 PD수첩이 2주간 방영이 연기되자 이에 담당 PD들과 노조간부들이 사장실을 방문해 격렬하게 항의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 사건을 문제 삼아 안성일 노조위원장과 김평호 사무국장을 '위계질서 문란' 등의 이유로 해고조치했다.


한편 MBC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통해 '공정방송 협의회'제도와 '보도, 편성국장 등의 노조 추천제'를 명시하여 공정방송을 위한 노조참여 제도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91년 8월 24일 보도국장 인사를 노조의 추천 없이 일방적으로 단행하였다. 이렇듯 공정방송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존재하는 가운데 92년 4월 28일부터 시작된 38차례의 교섭에서 MBC사측은 '보도국장 등 추천제'와 '공정방송협의회' 등 공정방송 관련 조항을 삭제할 것과 전임자 무급조항 신설 등을 완강하게 요구했다. 또한 단체교섭과 병행하여 진행중이던 임금교섭에서는 회사가 총액 5%를 고집하였다. 뿐만 아니라 회사측은 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8월 7일 임금을 5% 인상해서 일방적으로 1월부터 소급 지급해버렸다.


 

이러한 사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MBC노조는 9월 1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84%의 지지로 파업을 결의, 9월 2일 전면파업에 돌입하였다. 이어 9월 15일에는 11개 지방 MBC도 파업에 동참하였다. 특히 MBC 노조의 투쟁은 유명 아나운서들의 참여로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으며, 이러한 MBC 노동조합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5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MBC 정상화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다.

한편 이에 대해 회사측은 9월 19일 이완기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등 노조간부 15명을 고소했으며 9월 25일 노조간부 30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10월 1일과 2일에 걸쳐 징계를 단행했다. 그리고 검찰은 9월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고소된 노조간부들에 대한 구인을 시도한 데 이어, 10월 2일 오후 3시 30분경 13개 중대 1,600여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피고소인 11명과 평조합원 187명을 연행했으며 피고소인 중 이완기 직무대행, 손석희 등 7명을 구속시켰다.


이에 MBC 노동조합은 송신소, 시설운용부, 관련회사 조합원까지 파업에 동참하고 10월 5일에는 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의 대규모 가두캠페인이 벌어졌으며 10월 6일에는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전국방송인대회가 열리는 등 투쟁의 열기가 더욱 확산되었다. 결국 이러한 투쟁의 열기로 10월 21일 MBC 노사의 단체협약이 타결됨으로써 노동조합의 파업은 마무리되었다. 주요 타결 내용은 "첫째 국장추천제를 폐지하는 대신 공정방송협의회의 운영규정을 강화해 국장에 대한 해임건의제를 실시한다. 둘째, 해고자 문제는 본인들의 사과가 선행되면 회사는 적극 검토한다. 셋째, 파업 관련 징계자를 화합차원에서 빠른 시일안에 조처하며 금번 파업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사규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등이었다.


(출처-성공회대 사이버NGO 자료관)



그리고 2008년 YTN


10월 24일. 입사 이래 처음으로 제때 월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YTN 노조가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지 꼭 99일째 되는 날이자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받고 YTN빌딩 앞에서 언론인 7천여 명의 시국선언이 거행됐던 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까이 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이틀 되고 이틀이 사흘 되다 보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납입하던 펀드비와 연금신탁비가 본의 아니게 자동 중단된 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월급날에 맞춰놓은 카드값과 휴대전화 요금이 연체되는 건 문제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경기 악화로 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이 사채 시장으로 몰려든다는 내용의 취재를 하던 중이라 ‘이거 월급 계속 안 나오면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YTN 월급 안 나온다고 은행에서 대출도 안 해주면 어쩌지?’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선배들의 조언을 받고 결국 생전 처음으로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걸 만들어온 날 회사 온라인 공지란에는 월급이 지급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백일 넘도록 아니, 구본홍 사장 내정설이 돌던 5월부터 투쟁해오던 동안 여러 고비가 있었고 쓰리고 가슴 아픈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 때만큼 허탈하고 증오스러운 감정이 동시에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노조가 사장 출근을 막아서 결재를 할 수 없으니 월급을 줄 수 없다’는 궁색한 이유로나마 우리의 투쟁을 뒤흔들 요량이었다면 배포 있게 끝까지 밀어붙여야지 노조가 시민들과 함께 ‘YTN을 생각하는 날’ 문화제를 여는 동안 밤 8시에 몰래 사장실에 들어와 도장을 찍고 갔다니... 게다가 그것은 바로 그 다음 날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YTN이 정상화됐다’고 말한 근거로 사용되었고, 결국 이번 월급 체불 사건은 구본홍 씨를 사장으로 인정하라는 협박도 아니요, 미리 ‘짜고 친 고스톱’같은 월급 장난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월급은 일한 대가입니다. 아직 한참 배워나갈 막내 축에 속하는 저로서는 월급 떳떳하게 받을 만큼 한 사람의 기자 몫을 다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YTN 구성원 8백여 명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실수 없이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백여 일 동안 매일 아침 일찍 회사에 나와 사장 출근 저지 집회를 하고, 어쩌다 한 번 구본홍 씨가 출근한 날에는 목에서 피가 나도록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치다가도 투쟁 한다고 리포트 수준 떨어졌다는 소리 듣지 않기 위해 다시 출입처에서 발이 퉁퉁 붓도록 뛰어다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YTN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분기 영업이익을 두 배 가까이 높였고, 노조의 투쟁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YTN 뉴스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다는 증권사의 판단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구본홍 씨는 석 달 동안 사용한 판공비가 확인된 것만 해도 4천 7백여만 원에 회사 경영에 기여한 점은 한 가지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15년 동안 YTN을 무명에서 보도전문채널로 우뚝 세운 사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놓고 한낱 ‘장난’을 쳐도 되는 것인지 이제 고작 입사 3년차인 저도 화가 많이 나더군요.


 

방송 독립과 언론 자유를 말하면서 웬 월급 이야기인가 싶으시겠지만 저는 여기서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저희 YTN 식구들에게 저런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IMF 시절 이제 막 공채 2기를 뽑았던 YTN은 경영 적자로 무려 반 년 동안이나 월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YTN은 단 1분도 멈추지 않고 방송을 계속 해나갔던 곳입니다. 후배 밥 사줄 돈이 없어 점심시간만 되면 슬그머니 회사를 빠져나와 자신도 점심을 굶고 다시 회사에 들어갔다는, 이제는 차장, 부장이 되신 선배들의 말씀에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다가도 나 또한 선배들처럼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이겨내리라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사측에서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6명을 해고하고 6명 정직, 8명 감봉 등 33명에 대해 무자비한 징계 조치를 내렸지만 징계 당일 이들은 ‘살아남은’ 나머지 노조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매일 아침 김밥 먹으면서 투쟁해왔는데 단 한 순간도 후회해본 적은 없습니다. 징계대상자를 구하기 위해 사측과 대화하는 것은 제가 먼저 거부하겠습니다.’


‘저희 몇 사람을 살린다고 고귀한 목표, 이상을 접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이 투쟁을 왜 시작했습니까? 아무도 다치는 사람 없으려고 시작한 것 아닙니다. 공정 방송을 지키려면 누군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초기의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YTN 황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