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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I 누리꾼 수사대

'누리꾼 성향 분석 보고서' 소동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8.







오늘(12월8일) 오후에 <독설닷컴> 전속 누리꾼수사대(NCSI) 요원 한 분이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본인이 활동했던 촛불 커뮤니티 <MLB PARK>에 대한 이용자 성향 분석 자료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파일을 하나 보내오셨습니다. 



이 자료는 'MLB PARK' 이용자 성향분석 보고서 작성을 위한 원 자료로 보였습니다.
엑셀 파일로 되어 있었고 5월1일부터 6월19일까지 8주간의 주간 단위로 데이터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한 주 동안 'MLB PARK'에 게시된 천여 건의 글 중에서 정치관련 글을 분석한 것이었습니다.



주당 100건 내외의 글이 분석되어 있었고, 
청 800건 내외의 글에 대한 양적 분석이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원 데이터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품이 들었던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분석은
기본 분석 / 이슈 분석 / 이슈에 대한 입장 / 주장의 원천 / 타인 글에 대한 반응 / 글의 분량
6가지 사안에 대해서 이뤄졌습니다.



각각의 분석 기준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본 분석은 - 제목 / 글쓴이 / 댓글
이슈 분석은 - 쇠고기수입 반대 / 교육자율환 반대 / 민영화 반대 / 대운하 반대 / 언론통제(인터넷) 반대 / 조중동 반대 / 정부 정책 총체적 반대 / 촛불시위
이슈에 대한 입장은 - 찬성 / 보통 / 반대
주장의 원천은 - 뉴스 보도 / 특정 단체 주장 / 기타 전문적 자료 / 경험적 상식 / 감정
타인 글에 대한 반응은 - 예 / 아니오
글의 분량은 - 1-2줄 / 3-5줄 / 1/4 / 1/2 / 1장 / 1장 이상
으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분석이 되었습니다.
6월19일 분석자료를 보면 '이명박의 남은 카드'라는 글은
기본 분석에 - 글쓴이 east sea, 댓글 4
이슈 분석에 - 정부 정책 총체적 반대
이슈에 대한 입장에 - 찬성
주장의 원천 - 경험적 상식
타인 글에 대한 반응 - 아니오
글의 분량 - 1장 이상
으로 분석되어 있었습니다.



분석의 틀이 정교하고 분석의 양이 방대해서 의심이 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원자료가 엑셀파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닉네임을 쓰는 누리꾼에 대해서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주요 촛불 커뮤니티에 대한 보고서가 모두 만들어졌다면
'누리꾼 블랙리스트'도 쉽게 만들 수 있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제보자를 통해 자료 출처를 파악했습니다. 
이 자료는 'MLB PARK' 회원이었던 분(지금은 Baseball Park 회원)이
구글 검색을 하다가 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에서 발견한 자료였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댓글을 통해 <독설닷컴>에 해명을 했습니다.


다음 내용입니다.
(<독설닷컴>은 공식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원자료 출처를 문화관광부라고 명기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문화체육관광부 Korea.kr 블로그 운영자입니다. ‘인터넷 사찰’ 관련 글은 우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료임을 분명히 밝혀드립니다.

Korea.kr 블로그는 일반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동 자료는 저희 블로그를 이용하는 개인 블로거가 논문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작성한 개인적 문서임을 확인하였는바, 네티즌 여러분의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독설닷컴>은 원 자료 작성자와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통화가 잘 안 되었습니다.
몇 번 전화를 걸다 다시 걸었더니 핸드폰이 꺼져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쯤 지난 뒤, 원 자료 작성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원 자료 작성자는 정치학 석사과정 대학원생이었습니다.
작성자는 'MLB PARK' 회원이었고 '인터넷과 정치' 관련 논문 작성을 위해 위의 조사를 직접 수행했다고 했습니다.
조사 기획과 코딩 설계는 아는 교수님이 해주셨다고 했습니다.


원 자료가 문화관광부 블로그에 올려져 있었던 이유는
작성자가 공익근무 중이어서 민간 메일과 민간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없어서
아카이브 개념으로 문화관광부 블로그를 활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한 시간 뒤, 원 자료 작성자의 연구를 도왔던 교수님이 연락을 해오셨습니다. 


연구를 위해 수행한 조사였고 조사 항목은 본인이 설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논문이 '좋은 정책 포럼'을 통해서 발표되었고,
그 논문을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하셨습니다.


이상의 확인 과정을 거쳐서 사실 관계가 크로스체크 되었습니다.
'누리꾼 성향 분석 보고서'는 해프닝이라는 것이 <독설닷컴>의 결론입니다.
원 자료 작성자는 자료의 성격이나 게재된 블로그의 특성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며 <독설닷컴>의 오보를 이해해 주었습니다.



트래픽 폭주로 '좋은정책포럼' 사이트는 다운되어 있었습니다.



다음은 원 자료 작성작의 지도교수님이 보내준 메일입니다.



고재열 기자님.

해프닝으로 끝나 다행입니다만, 전화로 말씀드린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 오후에 다음블로거기자 한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후에 엠엘비파크에서 일단의 소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작성자와의 통화를 통해서 제가 좋은정책포럼에서 발표한 논문의 작성을 위해 분석틀로 만들어둔 코딩항목들이 문광부 사찰자료항목으로 오인되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게 되었습니다.


웹에서 떠도는 엑셀파일은 제가 촛불여론을 분석하기 위해 구축한 코딩 유목을 작성자가 학위논문에 활용하기 위해 준용한 것으로서, 작성자는 저와 같은 주제를 공부하며 학술적인 교류와 친분을 나누는 사이입니다. .


본래 코딩을 통한 내용분석은 언론학이나 정치커뮤니케이션론에서 일반화된 연구방법으로서, 원(raw)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그것의 통계치 분석만 논문에서 제시합니다만, 관리부실로 인터넷에 떠돌게 되었습니다.


작성자도 관리부실을 사과하고 있어, 더 이상 그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음 하는 바램에서 고기자님께 메일을 드립니다.


그리고 아시듯이 임혁백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좋은정책포럼도 촛불시위를 지지한 진보학술단체이고, 저도 이 단체의 회원으로서 촛불시위의 의의를 진단하는 세미나에서 논문을 발표했던 점도 양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