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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

위기의 KBS, 고구려처럼 침략당하려는가?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6. 21.

위기의 KBS, 고구려처럼 침략당하려는가?
(<시사IN> 41호에 게재될 기사 예고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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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지금 KBS 안에서는 무슨 일이?


“내부의 분열이 적보다 더 무섭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여의도 KBS 본사까지 걸어가려면 어른 걸음으로 한 시간 이상 걸립니다. 다수의 군중이 함께 걸어가려면 두 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KBS에 갔습니다. 그리고 ‘감사원의 표적 감사 중단’을 외치며 KBS의 독립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KBS 노조(언론노조 KBS본부)의 반응은 이상했습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을 반긴 것은 KBS노조가 아니라 ‘정연주 퇴진’을 외치는 검은 만장 행렬이었습니다. 노조는 시민들을 그리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정연주 퇴진’은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보내기 위해 밟아야 할 수순인데, 그것을 막아야 할 노조가 도리어 그 주장을 펴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KBS노조를 공격했습니다. 만장을 걷어차고 ‘어용노조 물러가라’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노조를 공격하는 현수막도 붙여 놓았습니다. KBS 독립을 위한 큰 싸움에 앞서 ‘노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노조도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각을 세웠습니다. 6월13일 이번 KBS 앞 촛불집회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KBS를 지켜달라’는 PD협회의 신문 광고(경향신문 한겨레신문)가 촉발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위의 순수성을 의심했습니다. <동아일보>는 KBS 노조가 체증한 자료를 바탕으로 촛불집회 참가자 중 KBS 직원이 10분 1정도라고 보도하면서 본격적인 배후론을 제기했습니다.
 

KBS노조는 KBS 앞 촛불집회가 확장되는 것을 차단했습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 그리고 친노무현 단체인 ‘국민참여 1219’ 회원들이 KBS 앞 촛불집회에 참가한 것을 두고 비난했습니다. 6월17일, 성명을 내고 이들이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흐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KBS노조는 ‘낙하산 인사 배제를 통한 KBS독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을 돕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을 거부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요? 이 기본적인 의문을 풀기 위해 KBS노조 내부와 노조를 둘러싼 KBS 내부와 외부의 역학관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제가 들여다 본 KBS 내부의 모습은 당나라에 멸망되기 직전의 고구려와 비슷했습니다. KBS 노조는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5부족 연합체입니다. 기자협회 PD협회 경영협회 기술협회 지역총국, 이 다섯부족이 KBS 노조를 바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다섯부족이 힘을 합치지 않고 친노조 대 반노조로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습니다.


계속 고구려에 비유하면 친노조 세력은 ‘평양성 장수’들에, 반노조 세력은 ‘요동성 장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둘이 힘을 합치면 최시중이 이끄는 당나라 군사들을 막아내고 언론자유를 지킬 수 있지만 둘이 분열되면 막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정연주 사장을 내쫓자고 말하는 것은 평양성 문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친노조 세력과 반노조 세력의 갈등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고구려가 멸망할 때도 당나라에 들러붙었던 세력이 있었던 것처럼, 지금 KBS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곧 부임할 것이라고 알려진 ‘김인규 도독’에게 달라붙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연남생’ 역을 맡을지...정말 걱정됩니다. 


 

둘, 박승규 언론노조 KBS본부장 인터뷰


“KBS의 모든 문제는 정연주로부터 출발해서 정연주 퇴진으로 끝난다”


KBS 노조의 박승규 위원장은 정연주 사장이 KBS를 둘러싼 모든 갈등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가 물러나야 된다고 했습니다. 현재 정 사장은 물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대외활동을 중단한 사실상의 ‘식물 사장’이라며 물러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버티면 버틸수록 KBS에 해가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시사IN>이 국민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KBS는 가장 신뢰받는 언론사로 나타났습니다. KBS가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정 사장이 KBS의 공영성을 높인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해하기 힘든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박 위원장은 KBS의 공영성이 높아진 것이 정연주 사장 덕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은 자동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민의가 성숙되면서 나타난 부수적인 현상이다. 오히려 정 사장 때문에 KBS 이미지만 훼손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 자주 방송되어 KBS가 빨갱이 방송이라는 비난을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자동적으로 이뤄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멍했습니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서 지난 2년 동안 파업과 창간이라는 고된 시간을 보냈던 저에게, 권력으로부터의 언론 독립이 사회 발전의 부산물로 거저 얻는 것이라는 말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박 위원장의 말을 들으면서 저와 참 생각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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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기자들도 촛불을 들고 있다

“모든 기자는 시민이다”


인터넷뉴스의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오마이뉴스의 창간 열쇳말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기자라는 것이 오마이뉴스의 창간정신이었습니다.


정부의 언론 통제에 반발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 ‘모든 기자는 시민이다’라는 반대의 명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다음 아고라 토론장에서 ‘자유 언론’을 외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거리에서 재미삼아 촛불을 드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기자들이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리는 것이 네티즌과 글발을 다투기 위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그 절박한 심정을 <시사IN> 기자들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시사저널 파업’을 하며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거리편집국’ 블로그를 만들어 지지를 호소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YTN 기자들이나 KBS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 1년 전 우리의 모습이 다시 떠오릅니다. 어떤 성질 급한 기자가 바른 말을 하고 징계를 받을지.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회사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곤란을 겪을지. 몇 명의 PD가 단식을 해야할 지. 걱정됩니다. 



넷, 나우콤 다음에 희생당할 인터넷 기업은 어디일까?

“나를 구속한 것은 미친 짓이다”


촛불집회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다음 아고라'에 이어 또 하나의 '민주주의 성지'로 부상한 곳은 개인방송 신대륙, 아프리카입니다. 아프리카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700만명 이상이 생방송으로 촛불집회를 시청했을 정도로 온라인 시위의 메카로 떠올랐습니다. 하루 방문객 1백만명 이상, 최고 동시시청자 25만 이상을 기록하는 등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서비스 제공업체인 나우콤의 주가는 최근 급락했습니다. 대표가 구속되었기 때문입니다. 나우콤 문용식 대표가 구속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나우콤 측은 “문용식 대표를 구속한 것은 당사가 운영하는 아프리카에서 촛불집회가 생중계되고 이것이 시위 확산의 기폭제가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검찰 측은 이번 사건 수사에는 전혀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은 4월 21일 이뤄졌다. 촛불 집회가 일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그 이후에도 추가 수사만 이뤄진 것으로 촛불 집회를 탄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아프리카TV는 수사 대상도 아니다”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그러나 문 대표는 “문제가 되는 서비스에 대해서 저작권 위반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를 충분히 취했다. 기술적으로도 최선의 조치를 취했고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도 주의를 기울였으며 불법을 조장하거나 불법을 유인하는 일체의 기능을 배제했다 이번에 구속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다른 업체보다도 우리가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나우콤 문용식 대표 구속 막전막후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문 대표를 직접 인터뷰해 알아보았고, 그의 구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른 인터넷 기업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등을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