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의 미네르바 인터뷰 기사가 화제입니다.
오늘(1월19일) 발매된 신동아 2월호에서
자신을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는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
박대성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급히 신동아 2월호를 구해서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신동아와 인터뷰한 K씨가
검찰이 구속한 미네르바 박씨보다
진짜 미네르바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구해서 읽고 분석했습니다.
(미네르바가 올린 글의 2/3~3/4 정도는 구해서 읽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검찰이 구속한 미네르바 박씨에 대해서 4가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가 공고 출신의 전문대 졸업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미네르바 원전'을 읽으면 누구나 다음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 문투가 바뀌고,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바뀐다.
둘, 외국 자료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영어 뿐만 아니라. 일어까지도.
셋, 기사 검색 외에 전문 자료까지 억세스가 되야 한다. 이는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단순히 업계 용어를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넷, 하루에 올린 글의 양이 너무 많다. 마구 쓴 글뿐만 아니라 심지어 분석적인 글도 그렇다.
신동아 2월호, 미네르바 K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 의문을 풀 수 있었습니다.
미네르바 K씨는 위의 의문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동아가 인터뷰한 미네르바 K씨가
진짜 미네르바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실타래처럼 엉켰던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4가지 의문에 답을 주었습니다.
하나, 문투가 바뀌고,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바뀐다.
- 미네르바 K씨는 미네르바가 한 명이 아니라 금융계 종사자 7인으로 구성된 팀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주로 글을 올렸지만 다른 사람도 올렸다고 했습니다. 문체가 바뀌고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바뀌는 것이 쉽게 설명이 됩니다.
둘, 외국 자료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영어 뿐만 아니라. 일어까지도.
- 미네르바 글을 읽어보면 외신과 외국 자료를 그때그때 인용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미네르바 K씨는 외국 근무를 3년 정도 하면서 '서바이벌 잉글리쉬'를 익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어도 익혔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물론 미네르바 박씨도 영어 능력을 갖출 수 있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일본어 능력까지 갖춰야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미네르바 원전을 읽어보면 일본 자료를 자주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도 미네르바 K씨가 진짜일 개연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셋, 기사 검색 외에 전문 자료까지 억세스가 되야 한다. 이는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단순히 업계 용어를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 미네르바 K씨는 미네르바 팀이 모두 금융계 종사자라고 했습니다. 일반인이 쉽게 볼 수 없는 내부자료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입니다. 미네르바 원전을 읽어보면 기사 검색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넘어선 전문자료를 자주 인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검색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일반인이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미네르바 원전을 읽어보면 업계 용어, 혹은 은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이유를 들어 미네르바가 해당 분야 종사자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용어나 은어는 다른 방식으로도 귀동양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료는 다릅니다.
넷, 하루에 올린 글의 양이 너무 많다. 마구 쓴 글뿐만 아니라 심지어 분석적인 글도 그렇다.
- 미네르바의 글 중에는 마구 쓴 글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글은 누구나 많이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석적인 긴 글을 쓸 때도 하루에 엄청난 양을 올리곤 했습니다. 저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블로그를 통해 누구 못지 않게 다작을 하고 있지만) 한 사람이 이 정도 글을 이렇게 자세히 이렇게 빨리 이렇게 많이는 올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네르바 원전을 읽고 미네르바 박씨와 개연성이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표현 부분이었습니다.
386세대 이후 30대가 갖는 문화적 체험과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인물이더군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는 미네르바 박씨와 알리바이가 일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미네르바 팀에도 30대가 있다고 하니, 이 부분에서도 상충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섯, 플로스 알파, 알리바이 하나 더.
- 신동아 2월호의 미네르바 K씨 인터뷰를 읽어보면 미네르바 팀 안에 내분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빈번한 미네르바의 절필선언과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네르바는 상습적으로 절필 선언을 했습니다. 그 이유가 팀안의 복잡한 사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짜 미네르바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미네르바가 여러 번 절필선언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절필할 때마다 미네르바는 외부의 압력이 있는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꺼지라면 꺼져 줘야지. 난 이게 공안사범에 반정부주의로 몰리는 건지는 솔직히 여태까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누가 그러더라고. 반정부주의자 아니냐고(9월18일)’라는 글을 남기고 사라졌던 그는 10월 초 다시 등장해서 예언을 쏟아 놓습니다.
그러다 10월10일 ‘이 사이트를 보면 상당히 지능적인 몇 가지 장치들이 되어 있는 게 한 눈에 보이는구나. 떠오르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가 있는 법’ 글을 남기고 잠적합니다. 그리고 10월18일 다시 등장해 ‘왜색광풍’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자본의 공격을 경고하는 글을 쏟아낸 후 10월27일 ‘정말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다’라는 글을 남기고 다시 잠적합니다.
11월13일 다시 등장한 그는 ‘경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기 때문에 입 닥치겠다’라는 글을 남깁니다. 그러나 바로 침묵하지 않고 드문드문 글을 올립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1보(11월29일)’를 비롯해 12월말까지 이런저런 글을 남겼습니다(이 기간 동안은 ‘팍스넷’에 주로 글을 남겼다).
잠적을 마치고 돌아오면 미네르바는 게시판에 ‘글을 토해낸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글을 올려놓곤 했습니다. 하루에 10개가 넘는 글을 올릴 때도 많았고, 한 번에 십여 페이지 글을 올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릴 때나 팍스넷에 ‘옆집 김씨’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릴 때, 언제나 그랬습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검찰은 신동아와 인터뷰한 미네르바 K씨를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이상한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유죄를 증명해야 할 검찰은 그의 무죄를 증명하려 애쓰고
미네르바 K씨는 유죄를 증명하는...)
아직 검찰은 미네르바 박씨를 기소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기소 전에 미네르바 K씨애 대한 조사를 해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자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일단, 미네르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신동아에 경의를 표합니다.
모두가 의문을 제기할 때, 신동아가 자신있게 '아니다'라고 먼저 일성을 내질렀습니다.
(저도 진위 공방에 숟가락을 얹어 보려고 했는데,
결정적인 것을 포착하지 못해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이제 언론이 함께 진실을 밝혀내야 할 때입니다.
진짜 미네르바를 가리는 작업에 '독설닷컴'도 동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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