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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로 가는 길

기자 정치인 의사, 전문가 블로그의 시대가 왔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3. 13.


기존 미디어와 블로그를 나누는
'프로 기자 vs 아마추어 블로거'라는 이분법은
이제 완전히 무의미해졌다. 

동료 기자들이 블로거로 나서고
자신들의 취재원인 정치인과 의사들이
블로거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기자들은 블로거를 무시하던 버릇을 고쳤다.

기자 정치인 의사 등 전문 영역 종사자들이
얼마만큼 '블로고스피어'에 진출했는지,
그 현황을 살폈다. 

이들 중 몇은 깊이 들여다볼 생각이다.


의사들의 블로거화를 이끌었던 '블로그 전도사', 양깡 양광모 선생.



'안녕하십니까? 정동영입니다' 4월 재보선 출마의사를 밝힌 정동영 전 의원은 출마 결심을 하게 된 경위를 자신의 블로그(정동영의 히스토리)에 남겼다. 이 글은 다음 블로거뉴스 등을 통해 '블로고스피어'에 전파되었고, 정동영은 누리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자신의 정계 복귀를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 바야흐로 '블로그 정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참고 글 : http://cdy21.tistory.com/386)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블로고스피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 최문순(문순C네)·김진애(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 박영선 의원과 민주노동당 홍희덕(청소부의 꿈)·이정희(이정희) 의원 등이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올린다. 특히 이정희 의원은 의정 활동 과정에서 발견한 ‘역겨운 의원’을 밝히는 등 폭로성 글이 많아 누리꾼들에게 갈채를 받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지역구 맞집을 소개하는 것으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 중에서는 정청래(정청래의 똑! 소리)·최재천(최재천의 솥단지정치) 전 의원의 블로그가 각광을 받는다. 특히 최 전 의원은 매일 4000명 안팎의 누리꾼이 방문하는 파워 블로거로 떠올랐다. 최 전 의원은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존재감과 상징성을 유지한 덕에 주전이 아닌 후보 정치인이지만 언제라도 투입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 글을 작성할 때에는 전문성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외교와 안보 분야의 글을 주로 쓰는데, 학술 논문 등을 참고해 근거를 명확히 하고 대안을 넣어 완성도를 기한다. 정치평론류의 글은 가급적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치인보다 먼저 블로고스피어에 진출한 사람들은 기자들이었다. '기사 뒷담화'를 무기로 블로고스피어에 빠르게 안착한 기자 블로거들은 주로 시사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다. 김주완-김훤주(경남도민일보)·노태운(중앙일보)·박정호(오마이뉴스)·박형준(월간 말)·정진탄(뉴시스)·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 등이 여전히 파워블로거로 활약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기세가 주춤해졌다.



기자들은 요즘 블로고스피어를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에 대항하는 사이버 진지로 이용하고 있다. MBC 노조와 KBS 기자협회가 블로그를 개설한 데 이어 YTN 노조도 최근 블로그를 개설했다. 필화 사건을 겪고 나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퇴사한 서명덕(떡이떡이)·이여영(라이프스타일 리포트) 기자는 블로그를 중심으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한다. 기자 이후 블로고스피어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전문가 집단은 바로 의사들이다.



지난해 기자 블로거를 제치고 다음 블로거뉴스 블로거 대상을 받은 블로거는 블로그 ‘헬스로그’를 운영하는 의사 양광모씨다. 그는 팀 블로그인 ‘헬스로그’ 외에도 개인 블로그 ‘양깡’, 그리고 ‘닥블’이라는 의사 블로거들의 ‘메타블로거’를 운영하며 의사의 블로거화를 부추기고 있다. 젊은 진보 성향 의사가 앞다퉈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들어 누리꾼과 적극 소통한다.



양씨 외에도 ‘피부과학’ ‘하이컨셉 하이터치’ ‘뉴욕에서 의사하기’ 등 의사 파워 블로거들이 블로고스피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또 이제 막 인턴 생활을 시작한 초보 의사의 블로그 ‘수줍은 느낌의 미소’를 비롯해 이주노동자나 차상위계층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하는 외과전문의 블로그 ‘돌파리의 블로그’ 등 다양한 의사 블로거가 등장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같은 기관, 그리고 국회의원·의사·기자 등 전문가들이 블로고스피어에 뛰어들면서 아마추어 블로거와 프로 기자라는 이분법이 무색해졌다. 한 블로거는 “블로고스피어가 조기축구와 전국노래자랑이라면 기존 주류 미디어 판은 코리안 리그와 가요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구분이 무색해졌다. 블로고스피어의 강자가 되는 것이 바로 코리안 리그에서 우승하고 가요대상을 받는 것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블로고스피어로 뛰어드는 것과 함께 나타나는 현상은 블로고스피어의 강자들이 기존 미디어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블로거 손윤(야구라)·김홍석(카이저) 씨 등은 태터앤미디어와 함께 <야구타임스>라는 블로거 매체를 창간했다.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전문 블로거와 자동차 전문 블로거들이 이런 팀 블로그 형태의 블로거 매체를 창간할 예정이다. 블로그발 미디어 빅뱅이 시작된 것이다.


기자 정치인 의사에 이어 어떤 직업군이 블로고스피어의 강자로 부상할까?
블로고스피어가 기존 주류 미디어 영역을 흡수할 정도로 무한 팽창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