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블로그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3월19일 블로거뉴스 개편 설명회에서
최근 파워블로그로 부상한 정부블로그를
‘싸고 질 좋은’ 미국산쇠고기에 비유했더니,
정부부처에서 ‘우리 그냥 블로깅하게 해주세요’
라며 볼멘소리를 내더군요.
아마 미국산쇠고기를 안 좋아하시나 봅니다. ㅋㅋ

‘정부블로그 배제론’이 아니라
가볍게 견제구 하나 던진 것뿐인데...
좀 민감하신 듯.
말 나온 김에 마저 얘기를 하겠습니다.
사실 그날 말하려고 했는데,
너무 나서는 것 같아 미처 말하지 못했던 내용입니다.

    

블로거뉴스 개편설명회에서 보수적인 기자블로거의 폐해를 지적한'효리사랑'님(오른쪽 주황생 티셔츠).

하나, 정부부처 블로그를 미국산쇠고기에 빗댄 것은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부처 블로그는 인력과 예산 지원이 막대합니다.
10~30인 정도가 블로그 관리에 동원되며 부처당 1억원 안팎의 추가 예산이 소요됩니다.
이런 정부부처 블로그가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블로고스피어의 강자로 급부상했습니다.
블로고스피어가 성숙한 시장이 아니라 아직 불안정한 시장이기 때문에 정부부처 블로그는 시장 교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블로고스피어의 생태계를 해치는 베스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우려해 견제구를 하나 던진 것입니다.

둘, ‘효리사랑’님이 또 하나의 미국산쇠고기를 지적해 주셨습니다.
기자블로거, 그 중에서도 보수적인 기자블로거(혹은 그냥 보수블로거)를 또 하나의 미국산쇠고기라 말씀하셨습니다.
‘효리사랑’님은 이들이 블로고스피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지만 갑자기 마이크가 와서 답변드리면서,
저는 보수매체가 아닌 매체의 기자블로거로서 저 자신을 ‘호주산쇠고기’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나마 믿고 먹을 수 있는...

셋, 이날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나를 포함한 기자블로거나 정부부처 블로거, 그리고 이후 블로고스피어에 귀의하는 의사블로거 등 전문가 블로그를 수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블로고스피어가 전국노래자랑이 아니라 연말 가요대상이 되는, 혹은 그래미상이 되는 과정에서(또 다른 비유로는 조기축구가 아니라 K리고, 혹은 월드컵이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질 수밖에 없는 ‘성장통’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블로고스피어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넷, 이날 발언 기회를 얻어 말씀드리려다, 발언기회를 독식하는 것 같아 말씀드리지 못한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보수블로거를 오히려 환영해야 된다는 것과 정부부처 블로그를 수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먼저, 보수블로거 이야기입니다.
보수블로거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보수블로거를 받아들이는 것은 보수 시장을 M&A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절름발이 블로고스피어일 뿐입니다.
그들은 당연히 수용해야 할 반쪽입니다.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그마에 빠집니다.
저도 마찬가지겠지만, ‘촛불 정국’ 이후에 블로고스피어가 일방향적이 되면서 많은 블로거들이 도그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냉정한 비판을 허용해야 이런 도그마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도 탄탄해질 수 있습니다. 

다섯, 정부부처 블로그를 수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부부처 블로그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저는 지금부터 진짜 블로그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부부처 블로그의 존재를 통해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미디어를 탄압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다음 측에서 블로거뉴스 서비스를 축소하면
많은 블로거들이 이에 항의할 것입니다.
그 항의 대열에는 따스아리를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과 동고동락을 관리하는 국방부 장교, 그리고 정책공감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실무자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 덕분에 블로거뉴스에 대해서 이제 확신을 가져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섯, 한 가지 더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시민사회단체 블로그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돕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합니다.
블로거들이 시민사회단체와 제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자신이 제휴한 시민사회단체 게시판을 하나 만들고 그들의 주장과 활동을 알리는 포스팅을 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시민사회단체 홍보 외주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짜로.

저부터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박원순의 하늘땅 별땅’이라는 게시판을 만들겠습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는 토지 및 건물 기부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토지 및 건물을 기부하면 그 토지와 건물이 우리 사회의 희망을 싹틔우는 활동에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박 변호사님의 취지에 동감하며 이 운동을 ‘독설닷컴’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입니다.

다른 블로거분들도 동참해주셨으면 합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홍보하면 블로그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도 확보하실 수 있으실 것이고,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블로그 중에는 성명서나 보도자료만 올라오는 ‘안습’ 상태인 곳이 많습니다.
블로거와의 제휴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심있는 시민사회단체와 블로거분들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적절히 연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