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둔다는 것은 분명 폭력이다.
그러나 가둠을 교정이라 하는 이유를 어렴풋 짐작해 본다.
겨우 닷새를 갇혀 있고도 교정의 효과를 체감하는 나는 타고난 수인인가?
나는 인간으로서 갇혀 있지만 사람으로서는 갇혀 있지 않다.
저들은 관계를 폭력으로 차단함으로써 나를 징벌하려 하지만 나는 저들의 가둠을 틈타 나에게 몰두한다.
저들이 관계에 얽혀 있던 한 '인간'을 자유로이 자신을 돌아보는 한 '사람'으로 형질변경 시킨 셈이다.
밖에서 내게 걱정하지 말라, 신경 쓰지 말라 한다.
왜 걱정이 안 되겠으며 왜 신경이 쓰이지 않겠느냐마는 가두어진 내가 나에게 몰두하는 것을 방해 받을 만큼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는 않는다. 왜? 믿으니까!
250여일의 투쟁을 나 혼자 해온 게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밖에서 들리는 소식이 나를 시험할 때도 있다.
모 국회의원이 새로운 중재안을 들고 경영진을 만난 뒤 했다는 말이 그랬다.
"이상해요. 사장이 전무 눈치를 보네요?"
선배랍시고 전무 자리 차고 들어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다른 선배들을 여전히 '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인지 답답하다. 화가 난다.
한 후배가 분노를 풀고 마음 편히 견디라고 당부했다.
"후배야 그러고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시게"
앞서 말한 대로 나는 이따금 시험에 임하여 잠시 분노하고 관계를 걱정하지만 이내 나에게 몰두하여 시험을 이겨내고 있다.
가둠이 결코 내게 징벌이 될 수 없도록, 오로지 나를 교정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나를 가둔 저들에게 한마디 들려주고 싶다.
"약 오르지, 메롱!"
2009년 3월 27일 / 구본홍저지투쟁 253일 / 노 종 면
6신(3월25일), "구속영장을 보여준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을 한다고 적혀 있다. 아이가 셋이고 앵커까지 했던 내가 도망을 친다?"
구속영장을 보여준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을 한다고 적혀 있다. 아이가 셋이고 앵커까지 했던 내가 도망을 친다? 채증자료 빼곡히 법원에 제출됐는데 증거를 어찌 없앤다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그저 정해진 것이라고만 했다면 나을 것을, 무엇을 찍으란다. 나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봤다는 뜻으로 찍는 것이란다. 찍었다. 그리고 웃었다.
코미디다. 이 코미디에 내 가족이, 내 동지가 운다.
Don't cry for me, YTN!
2009년 3월 25일 / 구본홍저지투쟁 251일 / 노 종 면
5신(3월24일), "훌륭히 싸우겠지만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조합원들이 나를 지키는 싸움을 하지 말았으면...뜨거운 분노보다는 차가운 판단으로 대처해줬으면 나는 이미 명예를 얻었으니 인신의 구속에 매여 분노를 촉발 시키고 나면 싸움은 어지러워지고 명예는 공허해질 것이 분명하다."
유치장 시간이 밤 11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셋 모두 나갈 수 있을까? ‘나만 남는다면...’ 남들 앞에서 ‘위원장은 당연히 구속이지’하며 허세를 부려봤지만 결정의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혼자’의 무게를 실감한다.
조 선배와 덕수는 자고 있을까? 시간을 겪어내는 것이 버거워 눈을 붙여봤지만 생각이 복잡하다.
신경을 온통 유치장 철문 밖으로 향했다. 결정이 나면 철문이 열리고 소식이 들어올 것이다. 눈을 붙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 철문 쪽 자잘한 소음 때문이었다.
아-, 소식이 들어오는군.........................................................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그 문으로 조 선배와 덕수가 나갔다. 진수 소리가 그 문으로 들어오고 도현이 목소리도 들어온 듯하다. 둘이 나가고 둘이 들어왔으니 이곳은 여전히 셋인가? 괜찮다. 괜찮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두렵지 않다. 두려울 수 없다. 그리고 홀가분하다. 어차피 체포될 때부터 나의 구속은 정해져있었던 것을, 결정 기다린다고 괜히 조바심했다. 저들의 협박에 대서던 그 순간부터 다 정해진 수순이었던 것을 알면서도 모른 채 해왔던 거다.
며칠 뒤 나의 몸은 구치소로 옮겨질 테지만 나의 마음은 YTN에 남아 저들과 싸울 것이다. 저들은 나를 구속시켰다고 승리감에 안도할까? 우리 조합원들이 그렇게 놔 둘리 없다. 언론인들의 연대가, 민주 시민의 연대가 그리 놔 둘리 없다. 그래서 끝이 보이는 싸움이며, 저들이 지고 우리가 이기는 싸움이다.
훌륭히 싸우겠지만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조합원들이 나를 지키는 싸움을 하지 말았으면...뜨거운 분노보다는 차가운 판단으로 대처해줬으면 나는 이미 명예를 얻었으니 인신의 구속에 매여 분노를 촉발 시키고 나면 싸움은 어지러워지고 명예는 공허해질 것이 분명하다.
선배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지혜와 외부의 중재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유연함만이 저들이 원하는 파국을 피해 종국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음을 조합원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합원들의 뜨거운 동지애와 현명함을 믿으며 연대의 아름다움을 믿는다.
그러하니 나는 이제 마음을 보다 투쟁하는 것으로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심신의 안락을 도모하려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쇠창살에 적응하기 위한 마음의 준기가 거의 다 되었다.
이제 눈을 붙여보자.
2009년 3월 24일 / 구본홍저지투쟁 250일 / 노 종 면
4신(3월24일), "지금의 YTN은 당신이 조직을 주무르던 십 수년 전도 아니요,
줄서 후배로부터 충성메일로 일일 보고를 받던 7~8년 전도 아니다.
YTN은 2008년을 이겨내고 2009년에 우뚝 서있다."
3신, "체포된 자이든, 체포한 자이든 체포가 부당하다면 모두 피해자이다.
그래서 나는 부당함을 주장하되 나를 체포한 이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던진다."
우르릉쾅.
체포영장을 든 형사들에게 집 앞에서 연행될 때
불안불안 버티고 있던 마음 속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우르릉쾅.
유치장에 앉아 마음을 추스르려는데
경찰서 외벽의 비계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갇혀 있는 남대문 경찰서는 지금 리모델링 중이라 한다.
비계를 해체하고 벽을 깎고...
갖은 소음이 부당한 체포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의 외침에 저항하는 듯하다.
경찰서 리모델링을 나쁘다 할 없지만
외관보다는 내부의 썩은 구조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경찰 조사 거부한적 없고 또 오라해서 가겠다고
몇 날 몇 시 약속까지 한 사람을 어찌 체포할 수 있는가?
외압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된다.
체포영장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적혀 있었다.
누군가 판사까지 속인 것이다.
전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은
판사까지 속여 넘긴 세력의 외압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당한 외압에, 이렇듯 분명히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동원되는 구조라면
리모델링이 아니라 리셋을 해야 한다.
나는 이 와중에 조직의 논리 때문에 고통 받을 인간을 본다.
체포된 자이든, 체포한 자이든 체포가 부당하다면 모두 피해자이다.
그래서 나는 부당함을 주장하되 나를 체포한 이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던진다.
2009년 3월 24일 / 구본홍저지투쟁 250일 / 노 종 면
2신(3월23일), "자리가 버거운 모든 이들은 제발 나가라.
기어코 자리보전하겠다고 싸울 요량이면 가면을 벗어라.
후배가 그리도 두려워 권력의 두에 숨으려 하는가?
숨으려면 꼭꼭 숨어 들키지 마라. "
1신(3월22일),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러나 더 냉정해 지겠습니다.
당장이라도 회사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믿고 결의만 벼려서 웃는 낯으로 나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조합원 여러분, 위원장입니다.
먼저 부족함이 많아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그리고 과분한 염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생전 처음 유치장에 갇혀 몸이 됐지만 조합원 여러분이 계시기에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저를 포함한 4명의 체포는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YTN 사태의 배후가 결국 정권이었음을 확인시켜줬습니다.
26일 경찰 출석 약속이 돼 있는 상태인대다, 한 번도 경찰 조사를 기피한적 없는 이들을, 휴일 아침 집에서 체포해가는 공권력은, 이미 공권력이 아닙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러나 더 냉정해 지겠습니다.
당장이라도 회사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믿고 결의만 벼려서 웃는 낯으로 나가겠습니다.
여기 이곳은, 권력의 악취가 진동하는 경찰서입니다.
조사를 마친 뒤 짬을 내 몇 자 적습니다만, 유치장 입감을 독촉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2009년 3월 22일 일요일 / 구본홍저지투쟁 249일 / 구속되던 밤 노종면 드림
주> 2신과 4신은 개인적인 부분을 담고 있어서 풀텍스트를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다음은 노종면 위원장의 석방을 주장하는 국제기자연맹(IFJ)의 성명서입니다.
국제기자연맹 성명서
한국 정부는 노종면 위원장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 - 국제기자연맹
국제기자연맹은 한국 정부에게 파업 돌입을 앞두고 체포되어 10일째 구금중인 YTN 노조 위원장 노종면씨를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
노 위원장은 지난 3월 22일 YTN 노조원들이 편집권 독립을 보장받기 위한 오랜 캠페인의 일환으로 파업에 돌입하기 하루 전에 체포됐다. 다른 노조원 세 명도 같은 날 체포됐으나 곧 풀려났다.
국제기자협회의 회원인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노 위원장은 어제 서울 근교의 구치소로 이송됐다.
노 위원장은 오늘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그의 변호인단에는 지난 1월에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직에서 은퇴한 유명 판사 출신인 민병훈 변호사가 참여했다. 법원의 결정은 내일 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YTN의 파업은 오늘로 9일째 이어지고 있다. 파업은 지난해 구본홍씨가 YTN 사장이 된 이후 YTN 사원들이 편집 독립권을 보장받기 위해 8개월째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로 일한 적이 있는 구 씨의 사장 임명은 방송사가 잠재적으로 정치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왔다.
“국제기자연맹은 노종면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다. 노조 위원장을 혐의없이 10일간 구속하는 것은 국제기자연맹을 비롯한 다른 국제기구들에게 언론 종사자들이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결집할 권리를 중심으로 한 이 투쟁을 대하는 정부 당국과 YTN 경영진의 태도에 대해 우려를 더 불러올 뿐이다.” 라고 국제기자연맹 아태지역국 국장 재클린 박은 말했다.
“다시 한 번 국제기자연맹은 YTN 경영진이 YTN 노조 대표단과 건설적인 대화를 할 것을 촉구하고 방송사의 독립에 대한 우려를 표현할 수 있는 사원들의 권리를 존중하기를 바란다.”
국제기자연맹은 YTN 노조가 UN 인권 담당 특별 보고관에게 노종면 위원장의 체포와 이어지는 구속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집회의 자유를 국제 기준에서 침해했다는 데 초점을 맞춰 청원을 준비하는 것을 지원할 계획이다.
March 31, 2009
South Korean Authorities Must Release Journalists' Leader, Says IFJ
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IFJ) calls on authorities in South Korea to immediately release YTN union chairman Jong-Myun Roh, who has been detained for 10 days since being arrested ahead of strike action at the broadcaster.
Roh was arrested on March 22, the day before YTN staff were due to take strike action as part of their long campaign to secure guarantees of editorial independence at the broadcaster. Three other union members arrested on the same day were quickly released.
According to the Journalists’ Association of Korea (JAK), an IFJ affiliate, Roh was transferred yesterday to a detention facility near Seoul.
Roh is expected to lodge a request today for a "review of legality for confinement". His legal team has been joined by Byung-Hun Min, a renowned Seoul District Court judge who retired this month. A court decision is expected by tomorrow night.
Meanwhile, the YTN strike today entered its ninth day. The strike comes amid an eight-month campaign by YTN workers to defend editorial independence at the broadcaster, following last year’s appointment of Gu Bon-Hong as YTN president. The appointment of Gu, who previously worked as an aide to President Myung-Bak Lee, has raised concerns about potential political influence on the broadcaster.
“The IFJ calls for Jong-Myun Roh to be released immediately. To detain a union leader for 10 days without charge only increases the concerns of the IFJ and other international organisations about the manner in which the authorities and YTN managers are dealing with a dispute centred on the right of media workers to organise around the defence of press freedom,” IFJ Asia-Pacific Director Jacqueline Park said.
“Once again, the IFJ urges YTN’s management to seek constructive dialogue with YTN staff representatives, and to show respect for the workers’ right to express their concerns about the broadcaster’s independence.”
The IFJ will support the staff at YTN in preparing a petition to the United Nations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to highlight the manner in which Roh’s arrest and continuing detention violate international standards of freedom of the press, freedom of expression and freedom of assemb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