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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지키미 게시판/YTN 무기한 파업, 무기한 중계실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두 가지를 물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3. 25.

국경없는기자회 뱅상 브로쎌 대변인과 면회를 갔을 때,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구속자는 나 혼자일 것이다. 
그들은 노조로부터 나를 분리하고 싶어한다"
라고 말했는데, 현실이 되었습니다. 
임장혁 기자가 먼저 석방된 데 이어, 
어제 밤에 현덕수 조승호 기자도 석방되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무기한 파업'을 앞두고 
그를 인터뷰하러 갔습니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한 그는 저에게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그 질문 속에 그의 고뇌가 모두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으로
그는 그 과제에 대한 답을 모두 구했습니다.  




<시사IN> 지면에는 '핫라인'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과 전화로 긴급 인터뷰를 해서 그 내용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번호 <시사IN> '핫라인' 대상은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이었습니다. 
노 위원장을 인터뷰하라는 지시가 오자, 저는 곧장 YTN으로 갔습니다. 
한가하게 전화로 얘기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주총회장에서 4시간에 걸친 항의시위를 마치고 온 노종면 위원장은 권석재 사무국장과 함께 회사 인근 호프집 구석에서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한 시간 뒤에는 다시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몹시 목이 마려운 듯 보였던 그는 맥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한 잔 마시고 바로 잔을 치웠습니다). 
지친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  퇴진 운동 기간이 길었다. 조합원들이 무척 지쳐 있을 것 같다. 
조합원들이 파업을 더 원했다. 뭔가 결론을 내주기를 원했다. 그동안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봤다.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파업밖에 남은 방법이 없었다. 

- 신재문 문화부 차관이, 해고자 복직을 위한 파업인데 임금 협상 결렬을 명분으로 내세운다며 '비굴하다'고 비난했다. 
권력의 뒤에 숨어서 중뿔나는 소리나 하는 것이 비굴한 것인가, 아니면 언론 자유를 위해 인생을 걸고 싸우는 것이 비굴한 것인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싸우기 위해, 한 치의 빈틈도 두지 않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방법을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정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렇게 합법적인 파업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희생이 따를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 사측의 반응은 어떤가? 
'해볼 테면 해봐라'라는 것이다. 우리가 제 풀에 지쳐 넘어지기만을 기다린다.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정작 파업을 하는 우리는 방송을 걱정하는데, 파업을 대비해야 할 저들은 전혀 방송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기가 찼다. 

- 파업은 언제까지 계획하고 있나? 
우리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할 것이다. 이제 결론을 내야 할 시기다. 




이런 문답이 끝나고, 
노종면 위원장은 조용히 질문 두 가지를 제게 던졌습니다. 
하나는 '시사저널 파업' 당시 고비가 언제였나,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탈자'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답했습니다. 
앞 질문에 대한 답은 - 고비는 풀어야 할 숙제가 없어질 때 온다, 뭔가 할 게 있으면 하면 된다. 할 게 없어질 때가 고비다. 라는 것이었고, 
뒷 질문에 대한 답은 - 언론사 파업은 중도 이탈자가 적다. 다만 초반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이탈한 사람이 점점 더 이탈하게 된다. 초반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숙제를 그는 자신의 몸을 던져 해결했습니다. 
노조원들에게 '노종면 석방'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 파업의 대오를 다졌고, 
파업 초기 긴장도를 높여서 파업의 동력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마쳤습니다. 

YTN 사측은 그동안 노종면 위원장을 배제하기 위해 갖은 수를 써왔습니다.
'노종면만 빼고 가자' '노종면만 제외하면 무슨 얘기든지 다 들어주겠다'...
그러나 YTN 노조는 절대로 노 위원장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YTN 노조가 성명을 냈습니다. 
노종면을 구속했지만 YTN에는 405명의 노종면이 더 있다는...
아래 첨부합니다. 





[성명서]우리에겐 406명의 노종면이 있다!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상식적인 투쟁을 전개해오던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차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러한 믿음은 한낱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났다.

노종면 위원장의 구속은 그 어떤 말로도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구속 사유는 지난 수개월간 노 위원장이 보여온 행적을 되짚어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순리대로 풀려났다면 변함없이 전 조합원 앞에 서서 총파업 투쟁을 이끌어야 하는 위중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디로 도주를 하고 무슨 증거를 인멸한단 말인가? 합법 파업 투쟁을 막기 위한 꿰어맞추기식 수사일 뿐이라는 우리의 주장이 고려되지 않은 점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임명된 사장에 대해 부당하게 반대투쟁을 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지만 이것은 언론의 본질적 소명과 공정방송을 생명으로 하는 YTN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편협한 비난공세에 불과하다. YTN노조는 대통령 특보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공정방송 기조를 심대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상식적인 우려에 따라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 반대 투쟁을 전개해왔을 뿐이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것은 언론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YTN 노조의 투쟁은 이 같은 언론인의 본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일 뿐이다.

노 위원장 구속은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에 나선 언론인이 구속된 것으로 대한민국이 민주화된 이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통함을 가눌 수 없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근대화와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로 거침없이 진행하는 영광과 진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인식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화된 것으로 알았는데 어떻게 부당하게 언론인을 체포하고 구속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국경없는 기자회’ 조사관의 발언은 2009년 3월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언론의 수준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YTN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12월에 한국을 방문했던 국제기자연맹 실사단도 역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감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공정방송을 지켜내야 한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됐고 250일 넘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가열찬 투쟁을 전개해오고 있는 YTN노조의 투쟁은 오히려 칭찬과 격려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고 우리는 감히 주장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가 받아든 결과는 민주화된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언론인 구속으로 이어졌으니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믿고 태어난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오늘의 결과를 어떠한 논리와 어떠한 말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끓어오르는 분노와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통함도 이 밤을 함께 울고 있지만 저 순진한 아이들에게 설명할 논리와 납득시킬 만한 근거를 찾지 못하는 황당함은 이 새카만 밤을 허탈하게 지켜봐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노종면 하나를 철창에 가둬놓으면 YTN의 투쟁이 끝날 것이라고 믿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중대한 착각이다. 노종면 위원장은 철창에 갇혔다고 해서 투쟁의지가 꺾이는 사람이 아니다. 철창에 가둬놓았다고 투쟁 의지가 꺾이는 조합원은 우리 노조에는 없다. 노 위원장은 8개월 동안 강철과 같은 대오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자랑스런 YTN 노조원 406명 중의 한 명이며 우리에게는 여전히 405명의 노종면이 함께 하고 있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우리의 동료 노종면 위원장이 구속되는 비통한 사태를 맞아 그를 자유의 몸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모든 노력에 착수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YTN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총파업 투쟁을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더욱 더 강고하게 전개시켜나갈 것이다. 노종면 위원장을 감옥에 가둬서 YTN의 투쟁을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세력에게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리에게는 공정방송을 수호하겠다는 소박하게 상식적인 목표와 의지가 있다. 그것은 다른 조합원 405명 모두를 철창에 가둬놓는다 해도 투쟁의 의지를 꺾을 수 없게 만드는 절대 무기라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2009년 3월 25일
구본홍 저지투쟁 251일, 무기한 총파업 투쟁 3일째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다음은 노종면 위원장이 구속영장이 발부되던 날(3월24일) 저녁에 쓴 옥중편지입니다.  

구속되던 밤 노종면 위원장 옥중편지


5신 

 유치장 시간이 밤 11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셋 모두 나갈 수 있을까? ‘나만 남는다면...’ 남들 앞에서 ‘위원장은 당연히 구속이지’하며 허세를 부려봤지만 결정의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혼자’의 무게를 실감한다.


 조선배와 덕수는 자고 있을까? 시간을 겪어내는 것이 버거워 눈을 붙여봤지만 생각이 복잡하다.


 신경을 온통 유치장 철문 밖으로 향했다. 결정이 나면 철문이 열리고 소식이 들어올 것이다. 눈을 붙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 철문쪽 자잘한 소음 때문이었다.

아-, 소식이 들어오는군.........................................................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그 문으로 조 선배와 덕수가 나갔다. 진수 소리가 그 문으로 들어오고 도현이 목소리도 들어온 듯하다. 둘이 나가고 둘이 들어왔으니 이곳은 여전히 셋인가? 괜찮다. 괜찮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두렵지 않다. 두려울 수 없다. 그리고 홀가분하다. 어차피 체포될 때부터 나의 구속은 정해져있었던 것을, 결정 기다린다고 괜히 조바심했다. 저들의 협박에 대서던 그 순간부터 다 정해진 수순이었던 것을 알면서도 모른 채 해왔던 거다.


 며칠 뒤 나의 몸은 구치소로 옮겨질 테지만 나의 마음은 YTN에 남아 저들과 싸울 것이다. 저들은 나를 구속시켰다고 승리감에 안도할까? 우리 조합원들이 그렇게 놔둘리 없다. 언론인들의 연대가, 민주 시민의 연대가 그리 놔둘리 없다. 그래서 끝이 보이는 싸움이며, 저들이 지고 우리가 이기는 싸움이다.


 훌륭히 싸우겠지만 한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조합원들이 나를 지키는 싸움을 하지 말았으면...뜨거운 분노보다는 차가운 판단으로 대처해줬으면 나는 이미 명예를 얻었으니 인신의 구속에 매여 분노를 촉박시키고 나면 싸움은 어지러워지고 명예는 공허해질 것이 분명하다.

 선배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지혜와 외부의 중재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유연함만이 저들이 원하는 파국을 피해 종국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음을 조합원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합원들의 뜨거운 동지애와 현명함을 믿으며 연대의 아름다움을 믿는다.

 그러하니 나는 이제 마음을 보다 투쟁하는 것으로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심신의 안락을 도모하려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쇠창살에 적응하기 위한 마음의 준기가 거의 다 되었다.


 이제 눈을 붙여보자.


 2009년 3월 24일 노종면


6신 


 구속영장을 보여준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을 한다고 적혀 있다. 아이가 셋이고 앵커까지 했던 내가 도망을 친다? 채증자료 빼곡이 법원에 제출됐는데 증거를 어찌 없앤다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그저 정해진 것이라고만 했다면 나을 것을, 무엇을 찍으란다. 나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봤다는 뜻으로 찍는 것이란다. 찍었다. 그리고 웃었다.

 코미디다. 이 코미디에 내 가족이, 내 동지가 운다.


 Don't cry for me, YTN!

2009년 3월 25일 노종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