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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언저리뉴스/이명박의 자전거 정치학

MB정부, '자전거에 담긴 정치학'을 아시나요?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4. 27.



지난 토요일, '하이 서울 자전거 대행진'이 열렸습니다.
올림픽공원에서 청계광장까지 시내를 가로지르는 이 행사에 6천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 숫자는 언론사 추산이고, 경찰 추산으로는 몇 명이었을지...) 

이 '하이 서울 자전거 대행진'은
정부(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자전거축전'의 서막을 알리는 행사였습니다.
이 행사를 시작으로 해서 전국 일주를 시작해서 창원에서 열리는 마무리 행사로 축제를 갈무리합니다.

예산이 12억원이 넘는 '대한민국 자전거축전'은 급조된 행사입니다. 
'뚜르 드 코리아'라고 자전거 동호인들이 매년 하던 행사를 확대해 전국적인 축제로 만든 것이지요.
정부가 갑자기 자전거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녹색성장'이라는 담론을 설파하고,
'4대강 정비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전거 붐을 일으켜, 자전거가 달릴 길을 만드는 '4대강 정비사업'의 의미를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당분간은 '자전거 장세'가 펼쳐질 것입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자전거 특집을 앞다퉈 다루며 충성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충성 경쟁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현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이서울 자전거 대행진'에 권력 실세가 몰려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가보았습니다.  



'개막식 공포증'에 걸린 유인촌 문화부 장관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행사는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합니다. 
그런데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왔는데,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신재민 차관이 나왔습니다.

저는 유 장관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문화부 공무원으로부터 "유 장관은 안 나간다. 프로야구 개막식 때 욕을 먹은 뒤로 '개막식 공포증'이 생겼다"라고 말하더군요. 
'장관이 안 올 수도 있지'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자전거축전'의 예산 대부분이 문화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의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차관에서 1차관으로 '밀려난' 신재민 차관

신재민 차관과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날 신 차관은 언론정책을 관장하는 2차관에서 문화예술정책을 관장하는 1차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영전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내용적으로 보면 물먹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비전문분야로 발령 받은 것이니...) 
이날 신 차관은 따로 축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자전거 타고 정치 기지개 켠 이재오 전 의원

현장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이날 이재오 전 의원이 참석했더군요. 
(제가 감이 좀 떨어졌나 봅니다. 현장에서 이 전 의원을 발견 못하다니...) 
자전거와 이 전 의원의 관계를 본다면, 사실 안 오는 게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물길 따라가는 대한민국 자전거여행'이라는 책까지 펴낸 이 전 의원은 자전거 매니아입니다. 
자전거로 지역구를 돌며 지역구를 관리하는 이 전 의원은 현역 의원시절 의원실에 자전거를 놓고 다닐 정도로 명실 상부한 자전거 매니아입니다. 

그러나 '근신' 기간이라 행사에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나왔더군요. 
이날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이 전 의원은 '4대강-자전거' 프레임의 원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도 알리고 
살짝 정치적 발언을 함으로써, 정계 복귀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한강으로 흥하려는 오세훈, 한강으로 망하나?

이날 '자전거의 장점 6가지'를 주제로 축사를 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전거 전도사를 자임했습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가장 욕을 먹고 있는 사람은 바로 오 시장입니다. 
한강 고수부지를 죄다 공사판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한강 고수부지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아마 '하이 서울 자전거 대행진'은 한강변에서 이뤄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죄다 파놓아서 도저히 행사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 
부득불 도로를 막고 행사를 치른 것이지요. 

(자전거타기를 홍보하는 오세훈 시장이
역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가장 욕을 먹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입니다.
만약 한강에 큰 홍수가 나면,
그래서 한강 르네상스가 좌절된다면
오 시장은 대권 꿈은 물론 재선도 물건너가는 상황에 몰릴 수 있습니다.)

아무튼, 당분간 권력 핵심부에서 
자전거를 두고 갖가지 충성경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독설닷컴'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그때그때 관전평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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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경희대 이기형 교수팀에서 '독설닷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설닷컴'을 자주 방문하는 독자분들을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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