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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참여 연예인’과 ‘사회참여 연예인’의 차이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5. 5.


 

먼저,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해보자.
얼마 전 있었던 ‘허위학력’ 파동에 대한 대처를 보면 안다.
유명 종교 지도자, 유명 교수, 유명 정치인들은 대부분 두루뭉수리 넘어갔다.
유일하게 참회하고 눈물 흘리고 활동 중단한 사람은 연예인들이었다.
우리 사회는 연예인에게 종교 지도자나 학자 그리고 정치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그들보다 더 공인인 셈이다.
어이없게도.

다음, ‘정치참여 연예인’과 ‘사회참여 연예인’에 대한 문제를 얘기해보자.
우리 사회에서는 전혀 다른 이 두 가지 사안이 혼용되어 사용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윤도현이다.

윤도현 밴드.

<주간조선> 2053호 <연예계 ‘노빠’들 지금 뭐하나> 기사를 보면,
윤도현을 대표적인 친노연예인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맞지 않다.
윤도현은 현실정치에 참여한 적이 없다. 
2002년 대선 당시 콘서트장에 찾아온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 지지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위 기사가 '정권이 바뀌었는데 노빠 연예인이 멀쩡하다'라는 것으로 읽혀서 
연예인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고,
더군다나 '사회참여 연예인'을 '정치참여 연예인'으로 몰아붙여 '마녀사냥'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 글을 적어 봅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에 반감을 가지고 바로 ‘반노’로 돌아섰다.
주변인들의 끈질길 설득에도 불구하고 ‘탄핵 반대 콘서트’ 무대에도 오르지 않았다.
윤도현을 ‘노빠’로 분류하는 것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을 찍은 절반 가까운 유권자를 ‘노빠’로 분류하는 것과 같은 분류법이다.

윤도현이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진행하게 된 것이 노무현 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윤도현의 러브레터> 진행은 노무현 당선 전에 이뤄진 일이다.
윤도현은 월드컵으로 떴지, 노무현 당선으로 뜬 가수가 아니다.
노무현이 윤도현 덕을 봤지, 윤도현이 노무현 덕을 본 것이 아니다.

‘정치참여 연예인’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지지하는 이유다.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연예인과
친소관계에 의해서나 이해관계에 의해서 정치인을 지지하는 연예인이다.

다른 하나는 당선 이후의 행적이다.
당선 이후에 자신의 영역에서만 활동하는 연예인이 있고
정치에 개입하거나 자리를 받는 연예인이 있다.

참여정부와 MB정부를 비교한다면,
참여정부 때는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지지하고, 당선 이후에 자신의 영역에서만 활동하는 연예인이 많았다.
반면, MB 정부에서는 친소관계나 이해관계에 의해서 지지하고 당선 이후에 자리를 받는 연예인이 많다.
(심지어 모 연예인은 자식을 청와대 행정관으로 취업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MB 정부 들어서도 
명실상부한 '친노연예인'인 문성근씨가 사극에 출연하고 
김한길 전 의원의 부인인 최명길씨가 드라마에 나오고 있다. 
어느 정도 성숙된 모습도 보인다.  

이런 ‘정치참여 연예인’은 냉정하게 평가를 해야 한다.
대중의 인기를 정치적으로 오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력을 바탕으로 연예계 질서를 흐트러트리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윤도현은 ‘사회참여 연예인’이다.
연예인의 사회참여 행위는 국민으로서 기본권의 발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해관계와 무관하다.

유명가수가 된 이후 윤도현은 대략 세 번 정도 사회참여를 했다.
그는 미선이 효순이 추모집회에 참여했고,
이라크파병반대 집회에 참여했고,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이것이 지난 10년간 그가 참여한 사회 이슈의 거의 전부다.

세 집회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지촌 근처에서 자란 윤도현은 미국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의 사회 참여에는 이런 성장배경이 반영되었다.

YTN 노조 후원 콘서트 무대에 오른 가수 이은미씨.

윤도현 외에 많은 록가수들이 MB정부 들어서 사회참여를 하고 있다.
용산참사 추모 콘서트 무대에 오른 이승환
YTN 공정방송 살리기 콘서트 무대에 오른 이은미
‘시사저널 사태’ 당시 우리를 도왔고, ‘YTN 사태’ 때도 도운 허클베리핀
아고라에서 숨은 논객으로 활약하는 블랙홀 주상균
등등.

'정치참여 연예인'은 선거가 끝나면 덕볼 일이 있지만
'사회참여 연예인'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해코지 당하기 쉽다.
'나서는 연예은'으로 분류되면 연예 활동에도 장애가 된다.
우리 사회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보수단체에서 이들을 ‘반MB 연예인’으로 묶어서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무대에 올랐다.
무대 위에서 이은미씨는 “그런 피해를 좀 보면 어떤가. 지금 이 시대는 오히려 아무일도 당하지 않는 게 이상한 시대다. 그냥 감당하고 가겠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이은미씨는 어떤 유력 정치인보다도 멋있어 보였다.

록그룹 블랙홀, 맨 오른쪽이 아고라 논객으로 활동중인 주상균씨다.


윤도현은 '사회참여'를 한 탓에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
최근 새 앨범을 내고 방송활동을 제한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얼마전 윤도현의 기획사 관계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KBS에서 출연을 안 시켜주는데, 왜 안 시켜주고, 누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억울한 심정이 절절이 베어 있었다.  
(이후 콘서트7080에선가 윤도현 밴드가 출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정치참여 연예인’은 좀더 냉정하게 보고,
‘사회참여 연예인’은 좀더 관심있게 지켜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