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나온 KBS 라디오PD들의 성명서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방송을 축소편성한 간부들을 매국노라고 격하게 비판하며
현 KBS 경영진과 간부들의 편파방송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KBS 라디오가 이상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글입니다.
읽어보시죠.
KBS PD협회에서 축소 방송 편성에 대해 폭로한 이후
KBS 기자협회에서도 보도 간섭에 관한 폭로가 있었습니다.
도를 넘은 간섭과 훼방이 기자들과 PD들의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기점으로 KBS의 방송 독립 투쟁이 더욱 격해질 것 같습니다.
일단 내일부로 4개월 정직을 당했던 양승동 KBS사원행동 대표와 김현석 대변인이 복귀합니다.
다음주 초에 PD총회와 기자총회가 열릴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작금의 '보도지침' '방송지침'에 대한 비판이 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지켜보시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방송을 축소한 것 때문에 기자들과 PD들로부터 맹비난을 듣고 있는 KBS 이병순 사장
KBS 매국노에게 고한다!
이병순을 비롯한 사측은 KBS를 노골적으로 MB정권의 홍보방송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1라디오을 통해 사측이 자행한 비상식적인 행동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공분을 자아낸다. 방송인의 기본 상식마저 버리고 공영방송의 영혼을 정권에게 팔아넘긴 사측 간부들을 우리는 용서할 수가 없다.
사측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가 발생한 지난 주말, 서거 아이템과 관련해 1라디오 제작진에게 관련자 인터뷰는 자제하고 단순보도를 지향하라고 지시 내렸다. 긴급 편성이나 특집기획 없이 일상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노 전대통령의 서거 이후 첫 출근길인 지난 월요일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선 1부에 해외 통신원 연결, 2부에 봉화마을 현장 기자 리포트가 서거 관련 내용의 전부였다.
동 시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선 1, 2부를 통틀어 서거 특집으로 방송하면서 미니다큐, 봉화마을 및 서울 덕수궁 현지 리포트, 관련인사 인터뷰 등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방송이 나갔다. 반면 사측은 월요일 정오 이후 북핵 실험 보도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북핵 실험으로 이후 모든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올인하는 기민함을 보여주었다. 이후 1라디오의 거점 프로그램의 하나인 ‘열린토론’에서는 월요일 이후 오늘까지 북핵과 PSI 등 대북관련 주제로 도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의 뭇매와 PD협회, 노조의 성명서가 이어진 이후 화요일 단 한 번 서거관련 아이템을 다루긴 했으나 이날도 북핵문제를 같이 다루면서 물타기 하는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여론의 방향이 심상치 않자 사측은 소심하게 서거 관련 아이템을 다루는 척 하면서도, 내용은 상관없이 횟수 채우기에 급급한 교활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한 예가 28일 ‘여기는 라디오 정보센터입니다’에서 노 전대통령의 국민장 관련 아이템을 다루면서 국민장 장례준비위원이 연사로 섭외됐으나, 연사자가 참여정부시절 장관을 지냈다는 이유로 취소시키는 과감성(?)을 보인 것이다.
또한 장례기간 동안 매일 4시에 하는 국장 주재 1라디오 PD 아이템 회의는 그 자리에서 결정되지 못하고, 부사장까지 그대로 올라가서 방송의 지침을 받는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물론 부사장도 그 자리에서 결정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후 최종 결정은 사장이 해주는 것일까?)
우리는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리고픈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으로 임명된 이병순 사장에게 어차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공정-공익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최소한 공정하게는 해야 하지 않는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안다면,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이제 우리는 확실히 알았다. 특종이라는 이름으로 노 전대통령의 서거에 일조했다며 언론인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권력을 향한 보도지침, 방송지침을 충실히 이행하는 사측 간부들은 더 이상 언론인이 아니다. 그리고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진 양식 있는 KBS 선배도 아니다. 더 이상 사측의 더러운 부역에 후배들을 끌어들이지 말라!
우리들은 오늘의 만행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부로 우리들은 이병순 사장과 사측 간부들을 권력에 공영방송을 팔아넘긴 ‘KBS 매국노’로 선언한다.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후배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국민의 방송인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가 그 더러운 이름을 저잣거리에 내동댕이칠 것이다. 명심하라!
2009년5월28일
KBS 라디오PD 일동
시민들의 항의로 KBS 중계차는 '빈소' 옆에서 쫓겨나 '황소' 옆에서 방송했다.
주> 다음은 하루 전에 나왔던 KBS 기자협회 성명서와
5월25일 발표된 KBS PD협회 성명서입니다.
KBS 어용노조도 성명서를 냈지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게재하지 않습니다.
또 다시 KBS뉴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셈인가
KBS 뉴스가 뭇매를 맞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하면서다. 시청자들로부터 강하게 불신 받는 정도를 넘어, 현장에서는 취재 거부는 물론이고 우리 기자들이 욕설에 주먹질을 당하며 신변을 위협 받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그 원인은 전국민적 추도 분위기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KBS 뉴스에 있다고 우리는 볼 수밖에 없다.
방송 3사가 물량 공세로 뉴스를 쏟아 붓던 서거 첫 날을 지나 추모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르기 시작하던 이틀째, 우리는 오전 6시에 겨우 10분짜리 정규뉴스를 전하며 하루를 열었다. 5시30분부터 미리 방송을 열고 특보를 보내던 타사와 너무나 차이가 났다. 거의 하루 종일 서거 관련 소식을 하단 스크롤로 전하던 타사와는 달리 우리는 오전에 한두 차례 내보내다가 오후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스크롤을 돌렸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때부터 우리뉴스에서 현장의 생생한 애도 분위기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인터뷰는 밋밋했으며, 관급성 기사가 뉴스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날 우리 9시 뉴스는 톱인 '국민장으로 장례 합의'를 시작으로, 다섯 번째 꼭지인 '역대 국민장, 대통령장은?'까지 현장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스트레이트성, 기획성 기사로 뉴스시간 앞부분을 도배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추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 시각 봉하마을'은 10번째, 대한문과 시내의 추모집회는 15번째로 밀렸다. 반면 타사는 '이 시각 봉하마을' 소식을 첫 번째 꼭지로 전한데 이어, '유가족들 표정' '조문객, 전국의 추모물결'의 소식을 톱으로 자세히 전했다. '방송뉴스'가 새롭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소식을 먼저 전한다는 건 기본중의 기본이다. 이날 시청자들이 무슨 소식에 가장 목말라했을지는 수습기자라도 알 것이다. 수뇌부들은 이 같은 함량 미달의 편집을 두고 상식을 넘어선 파격이라고 주장하려는가?
이 같은 '몰상식' 편집은 서거 셋째날도 되풀이됐다. '추모 열기'를 전한다면서 추모 주체로 국민들을 먼저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마련한 분향소를 찾은 정치인과 고위관료 등을 서거 뉴스의 톱으로 전했다. 두 번째 아이템으로 중계차를 연결하면서 같은 장소인 '정부 분향소'의 모습을 또 보여주었다. 가장 관심 있었던 입관식은 정부 분향소를 두 번이나 보여준 뒤 다루는 어이없는 편집 행태를 보였다.
또 정권에 가장 민감한 기사인 <'분향소 통제' 경찰에 비난 고조>아이템은 헤드라인에 잡아놓고도 1부 뉴스에서는 슬그머니 빼버리고, 밤 10시 넘은 2부의 끝에서 세 번째 순서에 인색하게 끼워넣었다. 더 가관인 것은 '지금은 화합해야 할 때'라는 관제 냄새가 나는 아이템은 비판성 기사보다 더 중요하게 다뤘다.
우리 뉴스가 이렇게 나간 것은 과연 누구 책임인가? 서거 둘째날부터 보도 수뇌부는 관련 뉴스를 드라이하게 다루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심지어 보도본부장은 정부를 비판하는 조문객의 인터뷰를 빼라는 지시까지 했다. 보도국장은 대표적인 추모 장소인 덕수궁 대한문 추모 현장의 중계차를 빼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서거 관련 뉴스에서의 반복된 실수와 이 과정에서 보인 보도본부 수뇌부들의 여러 행위로 볼 때, 보도 책임자들이 정권에 불리한 '추모 정국'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우리는 해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서거 관련 뉴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감싸고, 홍보하고, 추켜세우라는 것이 아니다. 전 국민적 추도 분위기를 정확히 전달하라는 것이다. 추도 물결뿐만 아니라, 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열기가 전 국민적으로 번지고 있는지, 이를 추도하는 사람들의 민심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할 때 우리 뉴스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한 시대를 마감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도 우리 뉴스의 과제이다.
미디어법 사태 보도, 용산 사태 보도 등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우리 뉴스는 외부의 극심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던 와중에 현장기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인한 여러 특종 보도로 우리 뉴스는 힘을 받아 되살아났고, 외부의 비판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어렵게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와중에 보도 수뇌부가 저지른 이번 서거 관련 뉴스의 '헛발질'은 우리 뉴스의 신뢰도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태라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보도 책임자들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 사심(私心)을 버리고, 오늘부터라도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소식을 제대로 보도하라. 후배들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돌팔매질을 맞게 하는 못난 선배가 될 것인가.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공영방송 뉴스를 팔아먹을 셈인가. 후배 기자들이 시퍼렇게 눈을 부릅뜨고 있다. 만약 지금까지의 행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할 수가 없으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9년 5월27일
KBS 기자협회
누가 KBS를 공적(公賊)이 되게 하고 있나?
지난 토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였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빠진 지난 토요일 이후, 우리는 KBS에 대해 터져 나오는 비난과 원망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봉하마을에서 취재 중인 한 PD가 전해온 바에 따르면 봉하마을 현장에는 MBC와 SBS 중계차만 들어가 있을 뿐 KBS 중계차는 접근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여기 모인 사람이 어떻게 150명밖에 안 돼?” “이런 날 꼭 코미디 영화를 틀어야겠냐?”라고 KBS의 방송내용을 비난하며 물병을 던지는 등, KBS 취재진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위의 PD 역시 누군가가 던진 의자에 맞을 뻔했다.
격앙된 일부 사람들의 돌출행동일수도 있겠지만, 이는 국민들의 KBS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토요일 오후, ‘무한도전’ 등 오락프로그램을 긴급 대체 편성한 MBC와는 달리 KBS는 오락프로그램을 그대로 내보냈다. KBS 홈페이지 게시판에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일요일부터는 일부 프로그램을 대체 편성하기 시작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역시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저녁 오락 프로그램 시간에 ‘다큐멘터리 3일’ 재방송이 나가기로 결정되자, 제작진은 지난해 5월 같은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대통령의 귀환 - 봉하마을 3일의 기록’편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편성본부에서는 이 편은 후에 내겠다며, 같은 프로그램의 다른 방송분을 편성했다. 그러나 편성이 다시 바뀌어 이마저 방송되지 못하고, 코미디 영화 ‘1번가의 기적’이 방송됨으로써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자초하고 말았다.
지난 토요일, 'KBS스페셜’ 제작팀은 다음날인 일요일에 긴급방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PD를 급파해 취재를 진행했다. 그런데 편성에서는 일요일 밤 8시 ‘KBS스페셜’ 시간에 뉴스특보를 내기로 했다고 통보해왔고 취재는 하루 만에 중단됐다. 하지만 8시 뉴스특보가 취소되면서 ‘KBS스페셜’ 시간에는 ‘차’와 관련된 내용이 긴급 편성돼 방송됨으로써, MBC와 SBS가 서거관련 뉴스를 하는 시간에 KBS는 1,2TV 모두 이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KBS스페셜’팀은 전 대통령 서거를 취재하고도 엉뚱한 이유로 인해 방송하지 못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2개 채널을 운영하면서 빚어질 수 있는 편성상의 단순한 착오인가? 편성 담당자들이 미숙해서 발생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요즘 KBS 직원들이 둘만 모이면 하는 이야기처럼, 현재 KBS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눈치 보기’와 ‘알아서 기는’ 것이 현명한 생존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간부들은 아무도 어떤 결정도 하려고 하지 않고, 조직은 점차 무기력과 냉소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지난 주말과 일요일에 벌어진 어이없는 사례들은 이런 사내 분위기에서라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이런 사태는 위기가 아니라고, 오히려 편파방송이었던 KBS가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잠시 평온한 마음으로 현실을 직시하라. 철거민들이 불에 타 죽어나가도, 일국의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져도 침묵을 강요당하는 방송이 누구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편성과 제작 현장에서는 일선 PD들과 간부들 간에 방송내용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KBS의 편성과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간부들은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은 당신들의 결정을 매순간 엄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또한 후배이자 동료인 PD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잊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정서와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공영방송의 앞날은 너무나 뻔하다. KBS가 자멸하지 않고 국민의 방송으로 남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사장과 경영진은 제발 심사숙고하라. 이 모든 책임은 당신들의 몫이다.
2009. 5. 25
KBS 프로듀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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