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한예종 죽이기'에 반대한다

'한예종 죽이기'는 나치의 '바우하우스 죽이기' 따라하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6. 7.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난리입니다.
이명박정부는 한예종이 좌파교수들의 온상이라며 ‘좌파적출’을 하겠다며 학교를 들쑤시고 있습니다.
강도 높은 행정감사를 거친 뒤 먼저 황지우 총장을 쫓아냈습니다.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좌파 총장이 들어서고 우파 정부가 들어서면 우파 총장이 들어서는 게 당연하다(신재민 차관)’의 논리였습니다. 

행정감사에서는 4가지 사항에 대해서 시행하고 시정하라는 처분이 나왔습니다.

1) 이론학과 축소
2) 전공 무관 교수 초빙
3) U-AT 통섭 사업 중단과 연관 교수 중징계
4) 서사창작과 폐지

이를 제가 쉬운 말로 번역해 보겠습니다.

“이론학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좌파 교수’를 몰아내라.
기초 교육 외에 응용 교육 능력이 있는 창조적인 ‘좌파 교수’를 몰아내라.
특히 복잡한 현대 예술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한 작품 설계가 가능한 머리 좋은 ‘좌파 교수’는 반드시 몰아내라.
‘서사창작과’에 이런 교수가 많으니 아예 과를 없애버려라”


한예종 영상원 강사인 박찬경씨는 이명박정부의 ‘한예종 죽이기’를 나치의 ‘바우하우스 죽이기’에 비유했습니다.

국가사회자의자(나치)들은 바우하우스의 중요 교수들을 축출하기 위해 기들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바우하우스는 결국 독일에서 해체되었고, 망명한 일부 교수들에 의해 시카고에서 다시 시작되어 지금까지 그 자산을 광범위하게 남기고 있다. 반면 나치는 자멸했다. 현 정부를 나치와 동일시하는 것이 지나친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나치가 바우하우스에 내린 처분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1) 루트비히 힐베르자이머와 바실리 칸딘스키는 더이상 교단에 서서는 안된다. 그들의 자리는 국가사회주의(나치) 사상의 원칙을 확실하게 지지하는 자들이 차지해야 한다.
2) 지금까지 시행되어 오던 교육과정은 우리 국가의 내부 구조를 확립하려는 새 국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불충분하다. 그러므로 적절히 수정된 교육 과정이 프로시아 주 문화장관에게 제출되어야 한다.
3) 교수단은 시 공무원법의 요건을 충족시키게끔 질문서를 완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바우하우스의 존속과 재개에 관한 결정은 이와 같은 문제점의 즉각적인 제거와 상기조건의 이행 여하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예종 교수들과 학생들이 냉정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경이로웠습니다. 6월5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 해결을 위한 교내 연속 심포지엄’에서 연극학과장을 맡고 있는 김윤철 교수의 여는 말은 “아직 학기 중이다. 차질 없이 학사과정을 마무리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명박정부가 적출하겠다는 좌파 교수가 대정부 투쟁이 아닌 ‘면학’을 선동하고 있었습니다. 심포지엄에서 들은 그들의 말을 옮깁니다.

"우리는 학생이다. ‘국립’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율적으로,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 ‘예술’이기 때문에 자유롭고, 다양하게 배우고 싶다. ‘학교’이기 때문에 심도있게,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 우리는 좌나 우, 아니면 뒤로 가려는 게 아니다. 다만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정진세, 연극학과 전문사과정 재학생)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아무리 쉽고 친절하게 우리학교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설명한다고 해도 저 한심한 ‘탁상왕’들은 전혀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 할 거라고 확신한다. 이 학교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오직 우리들 뿐이다. 당연하다. 등록금으로 수년 간 몇 천 만원을 쓴 우리가 같은 사람들에게 그걸 결정할 권리가 없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그런 권리가 있단 말인가”
(김사과, 소설가, 서사창작과 졸업생)

 

“황지우 총장님은 예술철학 과목을 독일어 원전으로 가르치시며 방학도 반납하고 수업을 했다. 그런 총장님이 무도한 자에 의해 총장직에서 밀려나고 교수직까지 잃게 되는 사실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김정복, 미술평론가, 미술이론과 전문사과정 수료)

 

“‘예술교육’에 대한 정부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예술’이라 불리는 범위를 잘못 이해하고 정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정책들을 내놓는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며 정치적 이념의 좌파를 청소하고자 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목적과 한예종의 존재가 자신들의 설 자리를 좁혀올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단체(문화미래포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 등)의 노파심의 합작이라고 밖에 달리 이해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장미솔, 한국예술학과 재학생)

 

“영화에 대한 지존의 분과적, 고답적 이해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영상이론과이어야만 한다. 영화이론이어도 좋다고 누군가 계속 주장한다면, 우리 영상이론과는 그의 시대착오적 언술이 자신의 지적 태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준비가 되어있다.”
(탁은창, 영상이론과 재학생)

 

“유인촌 장관은 “학생들이 더 잘 공부하고 좋은 예술영재로 키워질 수 있는여건을 이번 기회에 내가 한 번 확실하게 만들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는데, 그 여건이 과연 기술적인 교육만을 강조했을 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점에서 사안을 재고해주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이지현, 연극학과 재학생)

 

“유인촌 장관은 황지우 총장을 면담하는 중에 통섭교육을 중단하고 ‘기초예술’에 전념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서구 문화의 원천이 그리스 로마서사시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다면, 폐지하겠다는 서사창작과야말로 기초 중의 기초예술을 공부하는 것이다. 문광부는 기초 문화를 좀 공부하고, 기초윤리와 기초교육과, 무엇보다도 기초언어를 익히는 것이 좋겠다.”
(박찬경, 미술가, 영상원 강사)

 

“내가 책임교수로 있던 랩의 다섯 연구원들은 전부 강제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목전에두고 진행하던 연구 프로젝트는 모두 거품처럼 날아가 버렸다. 진전된 성과를 더 높은 차원으로 진행시키지 못하는 현실이, 더 높은 꿈을 학생들과 즐겁게 이야기 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산산이 날아가버리는 이 현실이 가슴 아프고 서글프다.
(원일,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




'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문화는 삶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우리의 문화 향유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동암 미디어문제에 천착해왔던 '독설닷컴'은 문화예술 분야까지 관심을 확장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시급한 이 문제에 대해 블로고스피어의 담론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우리가 누리고 즐겨왔던 것을 잃지 않도록 블로거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에서 다룰 이슈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문제입니다.
- 경영합리화라는 이유로 국립오페라합창단이 해체되었습니다. 좋은 오페라 제작에 필수적인 상설합창단을 지키기 위해 블로거들이 함께 했으면 합니다.

둘)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입니다.
- 한예종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분규 당사자는 비리 재단이 아니라 정부입니다. 정부의 '한예종 죽이기'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함께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셋) '소셜 엔터테이너'의 문제입니다.
- 김미화씨 윤도현씨 등 사회 참여적 엔터테이너들이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보았던 김제동씨에게도 이런 압력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동 대응했으면 합니다.

이 세 가지 이슈를 함께 다루게 될 '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 동참 블로거들을 구합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합니다.
본인의 블로그에 관련 글을 포스팅하시고, 열심히 트랙백으로 엮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 것입니다.

함께 해주실 분은 밑에 댓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