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통해 최근 '한예종 사태'를 보고 느낀 점을 쓴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늦깍이 대학생으로 다시 배움의 길에 나선 그에게도 이번 사태가 큰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노를 누르고 차분히 눌러쓴 글입니다.
읽어보시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없어진다니...
글 - 윤동환 (배우,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지금 한예종이 위기입니다.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일인 시위에 나갑니다. 대자보는 모두 위기의식으로 충천해 있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 중에 가장 뛰어난 학교가 곧 없어진답니다. 지금은 휴학 중에 있지만, 다시 학교에 복학을 한다고 해도 예전의 분위기가 아닐 것 같습니다. 급속도로 축소되는 학교에 대해서 우리 과는 언제일까 하는 마음으로 뒤숭숭할 것 같습니다. 제가 소속된 방송 영상과도 곧 축소 대상이라고 하니까….
느지막이 여러 학교를 다니다 다시 학교 생활을 하는 나는 그나마 좀 충격이 덜하지만,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생 고생해서 한국 예술 대학 중에 최고의 학교라는 한예종에 입학한 것을 너무도 자랑스럽게 여겼을 후배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내가 다니는 과가 폐지된다니. 그들의 아픔이 전해져 옵니다. 학교 자체의 축소도 가슴이 아프지만 안건의 처리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이 흐름 자체가 가슴이 아픕니다. 특히 제일 먼저 폐지될 위기에 처해진 서사 창작과 학생들. UCC를 통해서 일인 시위하는 학생들의 모습, 자식의 처지가 안타까워서 같이 시위에 참여한 학부모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제발 학생들의 말을, 학부모의 말을, 학교 여러 선생님들의 말을, 교육 전문가의 말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학교를 축소하려는 측의 논리는 학교가 실기 위주의 학교인데 이론 교육이 강화되어 있기에 맞지 않다는 논리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합의 없는 강압적인 학교 축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세워진 지 그리 오래된 학교도 아니면서 정말 좋은 예술적 인재를 양성하려는 취지에서 어렵사리 만들어진 학교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충분한 논의 없이 그렇게 처리 대상이 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타깝습니다.
최소한의 논의의 절차,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고 최선의 결론을 내 가는 토론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은 자기의 생각 속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고 하는 것은 투쟁과 제압의 요인이 되는 것 만은 아닙니다. 다른 생각 속에서 합의를 끌어내면서 사회의 다양성이 인정되면서 나도 모르는 더 나은 방식이 도출되는 거니까요. 그런 기본적인 의견 도출 과정이 소위 민주주의의 절차가 아닌가 합니다.
한예종의 축소 절차는 과거 용산 참사에서 사건을 마무리 하는 과정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지금 또 논의되고 있는 4대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그렇게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무시되고 묵살되면서 민주주의의 이상이 멀어지는 듯 합니다. 결과가 모든 과정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과정도 중요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개발의 효과가 매우 큰 것이라 할지라도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분은 반드시 지적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한예종 축소, 용산 참사에 대한 처리, 대운하와 4대강 유역 개발 등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의 흐름은 안타깝습니다. 진행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서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합의하고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면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익을 보는 흐름이 아닌, 다수의 사람이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립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가 그렇게 뜨거웠던 것은 그런 최소한의 논의의 분위기가 그리워서가 아닐까요? 민주주의의 느낌이 그립습니다. 기쁘게 복학할 수 있도록 학교가 건재하길 바랍니다.
주> 윤동환님 블로그(http://blog.naver.com/wakeupyoon)에 가시면 원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응원글 남겨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6월21일 6시30분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1981년, 잘 나가던 세무변호사 노무현은 바보가 되기로 했습니다.
'부림사건' 변론을 계기로 그는 인권변호사로 거듭납니다.
노동자들을 변호하다 실형을 살기도 하지만
21년 뒤, 그는 당당하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됩니다.
'바보 노무현' 그의 치열했던 삶이,
혹은 비극적인 그의 죽음이
'88만원 세대'에게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준비한 공연입니다.
그 고민을 함께 할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합니다.
(무료공연)
주최 :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추모공연에 함께할
문화예술인, 기획자, 자원봉사자, 그리고 후원자를 찾습니다.
함께하시고 싶은 분들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 공연기획단 '다시 바람이 분다' 기획단으로 연락 바랍니다.
hoonz.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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