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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

MB 때문에 '개고생' 하고 있는 언론인 리스트입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6. 19.


주> 아래 글은 <시사IN> 천관율 기자와 함께 작성했습니다.




MB 때문에 '개고생' 하고 있는 언론인 리스트입니다


언론계의 깃발 된 YTN 노종면

1992년의 손석희처럼, 노종면도 감옥에 갇힘으로써 그 자신 깃발이 됐다. 훗날 이명박 정부에 맞선 언론인의 싸움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언론노조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사진)을 가장 먼저 떠올릴 듯하다. 노 지부장은 이명박 후보의 언론 특보 출신으로 새 정부 들어 부임한 구본홍 사장에 반대하는 투쟁을 주도해오다, 지난 3월24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12일 후 석방됐지만 여전히 재판은 진행 중이고, 해직당한 노조원 6명은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합원 6인이 해임된 지 9개월째다. ‘투쟁심’과 ‘동지애’만으로 버티기에는 긴 시간이다 싶었다. 생계 문제를 묻자 노 지부장은 “조합원의 자발적 모금으로 해고자와 감봉자 임금을 보전해왔다. 시민들이 투쟁지원금으로 모금해주신 돈이 있기는 한데, 그런 정성에 처음부터 냉큼 손대기도 그래서 차마 못 건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싸움이 더 길어진다면, 슬슬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어느 정부라고 ‘낙하산 사장’이 없었냐며, 이들의 싸움을 정파적이라고 치부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노 지부장은 답답한 마음이 든다. “낙하산 사장을 막아내는 투쟁은 우리 선배들이 계속해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에도 청와대가 한 친정부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내겠다고 해서 내부 반대 의견을 모아 좌절시킨 적이 있다. 우리 싸움이 격렬해진 것은, 이 정부가 지난 정부보다 좀 더 노골적이고 뻔뻔하기 때문이다.”


YTN의 상식인, 지민근

YTN 낙하산 사장 퇴진운동 과정에서는 기자들만 희생당한 것이 아니었다. 보도국 기자나 앵커가 아닌 일반 직원도 그러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지민근씨였다. 노조 활동 때문에 경영기획실 기획총괄팀에 있던 그는 팀에서 왕따를 당했다. 동료들은 그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회의에 부르지도, 함께 점심을 먹지도 않았다. 그 외로운 시간을 그는 책상 위에 붙여둔 ‘공정방송 사수’ 스티커를 보며 견뎠지만 결국 마케팅팀으로 좌천당했다.

회사 핵심 부서에 있으면서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해 그는 “가까이서 본 구본홍 사장은 언론인이 아니었다. 정치인이었다. 그는 YTN 사장을 다음 자리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자리 정도로 생각한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노조 일에 나서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지씨에게 회사는 내부 회계자료를 유출했다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구본홍 사장의 부당 지출 내역을 노조에 내부 고발한 데 시비를 건 것이다. 노조가 항의하자 회사는 재심을 통해 정직 2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낙하산 사장 퇴진운동 과정에서 YTN 노조에서는 기자 6명이 해직되고 기자 6인이 정직 처분을 받았으며 노조원 8명이 감봉 처분을, 13명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신학림 전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



KBS의 양심, 양승동과 김현석

YTN 기자들만큼은 아니지만 KBS 기자와 PD들도 정연주 사장 해임과 이병순 사장 선임을 막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정권의 KBS 장악을 막겠다며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KBS 사원행동)’을 조직했는데, 여기 주축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대표였던 양승동 PD와 대변인이었던 김현석 기자가 파면당하고 성재호 기자가 해임되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KBS 기자협회와 PD협회가 돌입하자 사측은 이들의 징계를 정직 4개월(양승동·김현석)과 정직 1개월(성재호)로 경감했다. 5월29일부로 제작 현장에 복귀한 양승동 PD는 후배 기자와 PD들이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1987년 때보다 더 창피하다. 그때는 우리만 배척당하지는 않았다. 시민에게 쫓겨나는 후배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최근 간부들에 대한 신임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TV제작본부장은 26%의 신임밖에 얻지 못했으며(불신임 74.0%), 라디오제작본부장은 22.0%에 불과했다(불신임 78.0%). 특히 편성본부장은 불신임 비율이 90.8%에 달했다(신임 9.2%).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비율도 각각 82.2%(신임17.8%)와 93.5%(신임6.5%)였다.

양승동·김현석·성재호 외에도 이병순 사장 선임에 반대했던 KBS 사원행동 소속 PD와 기자들이 화를 당했다. KBS 사원행동의 핵심 멤버들은 지방총국으로 발령받거나 보도·시사 프로그램 제작에서 제외되는 ‘인사 숙청’을 당하고, 동참했던 기술직·연구직 직원들도 지방 송중계소로 발령받았다. 그런데도 기자와 PD들은 성명 발표와 피켓 시위, 혹은 제작 거부까지 동원하면서 사측과 맞섰다. 


KBS의 여장부 정종숙 작가

요즘 KBS에서는 기자와 PD들이 주춤한 사이 구성작가들이 경영진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비정규 계약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나선 것은 KBS 경영진이 ‘PD 집필제’를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PD 집필제’란 PD가 프로그램 원고를 직접 작성하게 하는 것으로 작가를 배제하는 시스템이다. KBS 구성작가협의회에서는 PD 집필제가 구성작가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제작 거부’를 걸고 철회를 주장했다. 작가들이 똘똘 뭉치자 사측은 ‘비공식으로는 사과할 수 있다’며 물러서기도 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KBS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정종숙 작가(사진)는 이 작가들의 위험한 투쟁을 진두지휘한다. <역사추적> 등 KBS에서 하던 작품을 모두 내려놓고 직접 나선 그녀는 “방송작가의 존재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이 중차대한 문제를 후배들에게만 맡길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비정규직인 작가가 이렇게 강하게 반발할 수 있는 힘이 ‘작가들 없이 방송이 안 된다’는 실력에서 비롯된 자신감과 위기의식, 그리고 굳센 연대라고 지적했다. MBC·SBS· EBS 작가들은 물론이고 KBS 외주 프로그램 작가들도 동반 성명을 내며 KBS 작가들을 지원했다. 이들은 KBS 작가가 제작 거부에 들어가면 KBS 프로그램을 보이콧하겠다고 발표했다.

MBC 신경민 전 앵커

MBC 이춘근 PD



<PD 수첩> 이춘근·김보슬 PD

MBC에서는 <PD 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했던 이춘근 PD와 김보슬 PD가 가장 큰 고초를 겪었다. 검찰 수사에 항의해 회사 구내에서 농성하느라 두 PD는 지난해 여름과 올봄에 100일 가까이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두 PD는 검찰에 강제 구인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김 PD는 결혼식 나흘 전 신혼집 앞에서 체포되어 이틀을 유치장에서 보내야 했다.

어렵게 결혼식을 치른 김 PD는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검찰이 출국금지 조처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결혼식을 치른 김 PD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 그것이 유일한 목표다”라고 말했다. 역시 신혼집이 검찰에 수색당하는 수모를 당한 이 PD는 “검찰이 곧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재판 준비에 여념이 없다. 법정에서 우리의 정당성을 증명해 확실하게 끝맺겠다”라고 말했다. 두 PD와 더불어 검찰에 강제 구인되어 조사를 받았던 메인 작가 김은희씨는 검찰의 기소 방침에 대해 “웃음만 나온다. 작가 중에서 첫 사례인데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밀려난 ‘MBC의 입’ 신경민·박혜진 

MBC 안에서 정부의 방송 장악과 관련해 유탄을 맞은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와 박혜진 앵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북한 핵실험으로 뉴스가 폭증하는 요즘 가장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위로가 되는 사실은 9시 뉴스 시청률이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 전 앵커는 “KBS가 워낙 못한 것에 대한 반사이익과 후배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합쳐져서 MBC 뉴스가 도약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앵커 교체에 항의하는 MBC 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MBC 이성주 기자는 ‘제작 거부’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앵커 교체는 막아내지 못했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도국장이 사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역시 회사 측으로부터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일주일 제작거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당당히 감당하겠다. 그러나 우리의 명분과 실천은 옳았다. 다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함께 감봉 2개월 징계를 당했던 최혁재(기자회장)·김연국(비상대책위 대변인) 기자는 재심에서 근신 15일로 경감되었다.

소송 불사하는 거리의 저널리스트, 신학림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을 막는 과정에서 고초를 당한 것은 현장 저널리스트뿐만이 아니다. 신학림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사진·전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 등 언론 관련 단체 활동가도 피해를 보았다. 전 언론노조위원장인 신 위원은 거리에서 ‘언론 독립’을 주장하는 촛불 시민과 함께했다. 국회에서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에게 거칠게 항의했던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이 외에도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과 박성제 전 MBC 노조위원장이 언론노조 총파업과 관련해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위원장은 파업과 관련해 사측으로부터 감봉 4개월 징계를 받았다. 정영하 전 MBC 노조 사무처장(감봉 2개월)과 최성혁 전 교섭쟁의국장(감봉 1개월) 역시 징계를 받았다. SBS 노조에서는 심석태 위원장, 김금봉 아트텍지부장, 김균종 뉴스텍지부장(감봉 2개월)이 징계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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