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에 50가지 질문을 보냈습니다.
지난 7월10일, <고재열의 독설닷컴>에서 포스팅한 탁현민(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주)P당 대표)씨의 글 ‘어느 캠페인 컨설던트의 고백, <바보 농심>’에 무려 천 2백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 내용의 대부분은 탁씨의 글을 반박하거나 비난하는 내용과 농심을 비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2008/07/10 - [NCSI 누리꾼 수사대] - 농심 캠페인 담당자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라면도 보수라면 있고, 진보라면 있나"
기고문을 게재해 준 저에 대한 비난도 많았습니다. ‘외부기고가의 글은 이 블로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것을 명시했어야 할까요? 기고문과 제 생각이 같다고 전제하고 비난하신 분도 있었고, 고도의 홍보성 글을 게재했다고 비판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제가 기고문을 게재해주기로 판단한 것은, 농심의 해명을 진보언론이 외면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같은 ‘촛불 국면’에서는 농심의 입장을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모험입니다. 자칫하면 비난의 화살이 입장을 들어준 매체에 몰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시사IN>에도 부담이 될 것 같아, 제 블로그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사실 필자가 익히 알던 친구라 괜한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고, 제가 그 사안에 대해서 세세한 정보가 없어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논쟁에 말려드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농심의 입장도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게재하기로 했습니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 모든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기고문을 쓰는 필자가 알고 지내는 친구라는 것도 명백히 했고, 기고문을 쓰는 필자는 자신이 농심의 캠페인 컨설팅 외주를 맡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확인드리자면, 저는 농심 측과 접촉한 적도 없고,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적도 없습니다.
농심 측 해명을 담은 기고문을 게재한 것 때문에 손해는 톡톡히 보았습니다. 덕분에 과분하게 ‘안티’까지 생겼습니다. 친구에게 딱 한 마디 투덜거렸습니다. “해명 좀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그 와중에도 ‘홍보 코드’를 넣는 것은 좀 심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찌되었건 그 글을 게재한 것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고재열 기자 본인의 생각을 듣고 싶다’라는 것과 ‘기고문 내용은 친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도 말씀드리고 사실관계도 제작 직접 파악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의 취지에 동의합니다. 제가 조중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제 블로그 소개글을 읽어보시면 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조중동이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저는 단순한 구독거부 운동을 넘어 광고주를 불매운동까지 확장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이는 ‘미디어 소비자 운동’의 유용한 툴입니다.
그동안 조중동에 대해서 다양한 문제제기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왜냐? 영향을 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중동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은 원래 조중동을 보지 않는 분이라서 구독 거부운동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대안은 광고주 불매 운동이었는데, 그동안은 국민들이 이에 대해 ‘사회적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촛불 정국을 지나면서 많은 국민들이 동참하면서 유용한 툴이 되었습니다.
조중동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입니다.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독자와 광고주입니다. 광고주를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합법적인 방식으로 설득해서 조중동을 압박할 수 있다면 왜곡된 우리의 미디어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방법에 있어서 불법적인 것까지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거나, 공갈 협박을 하거나, 거칠게 욕설을 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첨언을 하자면, 이런 ‘네가티브 방식’의 미디어 수용자 운동보다 ‘포지티브 방식’의 운동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사저널 사태’가 난 후 파업기자들은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의 도움으로 <시사IN>을 창간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진보적인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매체를 살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왜곡된 언론시장을 바로세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첨언을 더 하자면, 누리꾼 여러분들이 ‘YTN 낙하산 사장 문제’와 ‘검찰의 <PD수첩> 수사’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조중동을 혼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YTN이 ‘24시간 편파방송’이 되지 않도록 만들고 MBC를 ‘만나면 싫은 친구’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다음 ‘농심 불매 운동’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농심에 대해서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과는 별개의, 차원을 달리하는 독립적인 ‘농심 불매 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미 농심은 조선일보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심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이 계속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는 농심에 대해서 ‘소비자 무시 가중 처벌법’이 적용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에 광고를 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소비자에게 비아냥거린 농심 상담직원의 행위는 잘못된 것입니다. 이후에 농심 직원이 ‘82쿡닷컴’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고 댓글을 남겨서 물의를 일으킨 것도 잘못입니다. 이런 일련의 문제에 대해 대처하는 농심의 방식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이유는 ‘농심 불매 운동’의 ‘필요조건’이지 아직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절반 정도의 요건이 확실히 충족되어야 ‘농심 불매 운동’의 ‘충분조건’이 만족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절반의 요건은 ‘농심이라는 회사는 문제가 있는 회사다’ ‘농심에서 만드는 제품은 이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삼양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인 하자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농심 불매 운동’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된다고 봅니다.
농심이라는 회사가, 농심에서 만드는 제품이,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지 직접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누리꾼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농심 측에 직접 묻기로 했습니다. 문제의 기고문에 누리꾼들이 천2백개가 넘는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그 댓글을 취합해 50여개의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농심 공식 이메일(ask@nongshim.com)로 보냈습니다(월요일 쯤 홍보담당자에게 연락해 확인할 생각입니다).
50여 개의 질문을 짜는데, 정말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습니다
(애초 백 개의 질문을 짜보려고 했는데, 인간의 능력에는 역시 한계가 있네요).
추가할 질문했으면 하는 것이 있으시면 댓글을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족을 하나 달겠습니다.
저는 주로 오뚜기 스낵면을 먹습니다. 밥 말아 먹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농심라면이 보수라면이고 삼양라면이 진보라면이라면, 오뚜기 스낵면은 중도라면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중도라면이라 그런지 맛이 좀 어정쩡합니다. ㅋㅋ).
농심라면을 먹을 것인가, 삼양라면을 먹을 것인가?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질문 이후 던져진 질문 중에
최고의 실존적 질문인 이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밥을 먹어야 한다!’
라면은 안 먹을수록 좋습니다.
농심라면과 삼양라면의 질에 관한 논쟁은
제가 보기에는
소주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것이 건강에 더 안 좋냐, 맥주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것이 건강에 더 안 좋냐를 논의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둘 다 안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라면은 안 먹을수록 몸에 좋습니다.
밥 먹읍시다.
질문지 첨부합니다.
1-1. 농심은 ‘정어리 펩타이드’ 광고가 <조선일보>에 게재되는 것을 몰랐는가?
1-2. 앞으로 농심은 조선일보에 또 광고를 낼 의향이 있는가?
1-3. 농심은 지난해 10억원어치 일간지 광고를 했는가?
1-4. 지난해 <조선일보>에 광고를 했는가?
1-5. 농심은 조중동 우선의 홍보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1-6. 농심의 광고나 홍보 원칙은 무엇인가?
1-7. 앞으로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에 광고할 의향이 있는가?
1-8. 조중동에 광고를 한다는 이유로 농심 불매운동을 했던 네티즌을 고소할 계획인가?
2-1. 농심은 원료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는가?
2-2. 농심은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가?
2-3. 농심은 GMO 식품을, 특히 GMO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는가?
2-4. 농심은 제품에 MSG를 사용하는가?
2-5. 농심이 MSG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은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네티즌은 주장하고 있다.
2-6. 해외에서 판매하는 신라면에는 MSG가 들어가는가?
2-7. 스위스에서 신라면이 제품 기준에 미달해 철수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3-1. 제품에 이물이 들어갔다고 신고한 사람이, 라면 1백 박스를 주면 합의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는가?
3-2. 그 사람은 라면 1백 박스를 받아 시설에 기부하려고 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3-3. 제품 이물과 관련해 이런 식의 요구를 한 사례가 더 있는가?
3-4. 그런 요구에 대한 농심의 정책은 무엇인가?
4-1. 고객 항의 전화에 ‘조선일보는 계속 번창할 것이다’라고 비아냥거렸던 상담원은 어떤 징계를 받았는가?
4-2. 그것은 상담원의 개인적 실수였나? 시스템 미비였나?
4-3. 상담 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했는가?
4-4. 농심 불매운동과 관련해서 직원이 신분을 속이고 ‘82쿡닷컴’에 글을 올린 사실이 있는가?
4-5. 지금까지 물의를 일으킨 내용과 관련해, 경영진이 직접 사과할 의향은 없는가?
4-6. 네티즌들은 농심이 1등 식품 기업이기 때문에 오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보는가?
4-7. 농심이 퀵서비스 기사들에게 뽑힌 가장 불친절한 기업 1위로 뽑힌 적이 있는가?
5-1. 농심은 특정 정치세력에 정치적 지원을 한 사실이 있는가?
5-2. 농심은 보수단체를 지원한 사실이 있는가?
5-3. 농심은 독재정부의 특혜를 입은 사실이 있는가?
5-4. 농심은 전두환 정부의 도움으로 성장했는가?
5-5. 농심은 이명박 정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5-6. 농심 오너 그룹이나 경영진의 가치관이 보수적인가?
6-1. 쥐머리 새우깡에 대해서 나중에 쥐머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처음 ‘쥐머리로 추정되는 물질’이라고 말한 것은 농심 아니었나? 처음엔 왜 착각한 것인가?
6-2. 문제의 이물질을 왜 보관하지 않고 폐기했나?
6-3. 문제의 이물질이 쥐머리가 아니면 무엇인가?
6-4. 문제의 이물질은 어떻게 해서 들어간 것인가?
6-5. 농심 제품에서 이물 문제가 자불 발생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6-6. 네티즌이 농심이 이물 신고 1위 기업이라고 하는데, 맞는가?
6-7. 제품에서 이물을 줄이기 위해서 무엇을 더 강화할 계획인가?
7-1. 농심은 ‘우지파동’을 이용해서 삼양을 제치고 라면업계 1위가 되었나?
7-2. 농심은 ‘우지파동’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가?
7-3. 삼양에서 쓰는 우지가 팜유보다 더 비싸고 질이 좋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8-1. 농심 창업주는 롯데 창업주의 동생이다. 롯데 창업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 있는가?
8-2. 농심은 <조선일보>와 친인척 관계라는데, 어느 정도의 관계인가?
8-3. 네티즌들은 삼양은 민족기업인데 반해 농심은 특혜기업이라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9-1. 농심은 독점기업이라 소비자 목소리를 잘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9-2. 불매운동과 관련해서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9-3. 앞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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