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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귀농/사이버 귀농 프로젝트

농민 블로거, "디카와 컴퓨터는 디지털 농기구"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7. 23.


블로거 장관인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의 영향으로
농민들 사이에서도 블로그 열풍이 불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를 디지털 농기구로 활용하고 있는 농민들을 만나보았다.  


 


 
충남 부여 ‘웃골농원(blog.daum.net/hsleue04)’의 이석희·전옥화 부부는 동네에서 소문난, 금실 좋은 부부다. 침대도 함께 쓰고 밥도 함께 먹고 통장도 함께 쓴다. 그런데 이 부부가 따로 쓰는 것이 있다. 바로 블로그다. 블로그를 따로 운영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도 2대를 사고 컴퓨터도 2대를 사서 따로 사용한다.

블로그를 따로 운영하는 것은 그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부는 충남 예산의 충청남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제2회 충청남도 사이버농업인 정보화대회’에서 블로그 부문 최우수상(아내)과 장려상(남편)을 받았다. 블로그에 빠진 부부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혹은 밤에 잠들기 전이나 새벽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 이제 버릇이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는 또 하나의 농기구"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부부의 정성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자연농법으로 밤과 표고버섯을 재배하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제값을 받지 못해 늘 적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가치를 알아주는 팬이 많아졌다. 아내 전옥화씨는 “처음 블로그를 할 때 고등학생·중학생인 아이들이 잘 가르쳐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한 수 위다”라고 말했다.

두 부부의 블로그는 이제 동네에서도 중요한 미디어가 되었다. 블로그로 동네 사람들이 기른 농산품도 소개하고 ‘고사리 따기 이벤트’와 같은 행사를 벌여서 사람들을 동네에 불러모으기도 한다. 남편 이석희씨는 “올가을에는 밤 따기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딴 밤의 10%는 가져가도록 해 도시인에게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블로그 ‘땅고개농장(blog.daum.net/hillsidefarm)’을 운영하는 양연순씨는 가족이 함께 블로그를 운영한다. 충남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은 블로그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농사일을 시킬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블로그에 도움을 받는 것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이어서 부담이 적다.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고구마 등 직접 기른 농산품을 인터넷으로 전량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쌀찐빵’을 개발해서 상품화하기 위해 연구 중인데 블로그 팬들이 큰 힘이 된다. 양연순씨는 “블로그의 강점은 마니아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 농장의 영업사원 노릇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젠 이름보다 블로그 닉넴이 더 친근해"


농민이 아니라 농업 CEO를 꿈꾸는 조영숙씨는 블로그 ‘봉황52농장(blog.daum.net/524co)’을 운영한다. 블로그 주소를 ‘524co(오이사시오)’로 사용할 만큼 인터넷에 적응한 그녀에게 인터넷은 또 하나의 농장이다. 그녀는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는 나에게 또 하나의 농기구다. 사이버 농장을 가꾸는 디지털 농기구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재배하는 오이의 40%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이제 ‘조영숙’이나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봉황52’로 불리는 데 익숙해진 조씨에게 인터넷 홈페이지는 ‘고비용 저효율’ 사이트였고 블로그는 ‘저비용 고효율’ 사이트였다. 그녀는 “홈페이지에서 막연하게 방문자를 기다릴 때는 기다림에 지쳐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 블로그를 통해 누리꾼과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 블로그 팬들을 위해 오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개발 중이다. 개중에 오이빈대떡과 오이수제비 등은 큰 호응을 얻었다.

‘웃골농원’ ‘땅고개농장’ ‘봉황52농장’뿐만 아니라 많은 농민 블로그가 만들어져 각광을 받는다. 대체로 농민은 블로그를 통해 누리꾼과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홈페이지 방문을 유도해서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지만 블로그를 경험한 농민들은 그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블로그 홍보

블로그를 꾸미고 알리기 위해 농민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기도 한다. 블로그를 홍보하기 위해 서산특산식품의 이창희씨는 ‘마늘녀’가 되어 정보화 대회에 나타났다. 직접 만든 마늘 원피스를 입고 마늘 목걸이를 걸고 마늘 꽃다발을 들고 나타난 그녀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창희씨는 요즘 (26년의) 마늘 농사 기간 중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다.

돼지감자를 기르며 ‘뚱딴지(blog.daum.net/aja1588)’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기택씨는 블로그 홍보를 위해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기가 막히게 활용했다. 정보화 대회에 장관이 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정씨는 장관과 사진을 찍을 때 쓸 현수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홍보 현수막을 들고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와 블로그 메인 화면에 활용했다.

블로그의 강점은 소비자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석희씨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다. 블로그를 통해 그 대화가 가능해졌다. 아내가 고사리를 따서 고사리무침을 만들었다고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고사리를 따러 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농민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많다. 블로그 ‘아삽야콘(blog.daum.net/mnss620)’을 운영하는 이명옥씨는 비바람에 쓰러진 참깨밭과 줄기가 부러진 고추밭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블로그 ‘약초랑(blog.naver.com/bks8533)’을 운영하는 박광수씨는 농약 중독에 걸린 아들 이야기를 하면서 왜 자신이 유기농 약초 농사를 시작했는지 사연을 전한다. 이런 사연을 접하면서 누리꾼은 농산물이 아니라 농민의 마음을 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