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타골든벨>에서 방출된 김제동씨의 소속사인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가 아고라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의 절절한 심정을 담은 글이기에,
그리고 김제동 방출과 관련된 여러가지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글이기에 올립니다.
제가 처음 김영준 대표로부터 김제동씨 방출 소식을 들은 때는
노무현재단 출범 기념콘서트, 'Power to the People' 공연장이었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김 대표는 힘 없는 목소리로 '우리 제동이 짤렸어'라고 말하더군요.
다음날 이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그는 자신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블로그에 그런 내용을 올리면 어떡하냐고 항의했습니다.
그러면서 '뭐 어차피 알려질 일인데...'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그날 소속사 사무실로 찾아가 김 대표를 만났습니다.
어떤 억울함이 있는지 들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는 KBS의 윤도현 방출 이후 기획사가 어떤 어려움에 처했는지,
그 와중에 계약금도 없이 들어와준 김제동 덕분에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절절한 사연을 전했습니다.
노무현재단 콘서트날도 김 대표는 김제동씨의 출연을 말렸습니다.
제발 집으로 그냥 가달라고 부탁했지만 김제동씨가
"우리 학교(성공회대)에서 행사를 하는데, 내가 자원봉사도 못합니까"라며 무대설치를 도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KBS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김영준 대표의 말에는 억울함이 절절히 묻어있었습니다.
소속 연예인들이 정치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치적 입장을 표현한 것도 아니고
시민으로서 사회참여활동을 한 것 뿐인데,
그런 것이 빌미가 되어 고초를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내가 직접 글을 써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오해의 여지가 크니 안 쓰는 것이 좋겠다고 말렸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결국 자신의 입장을 올렸네요.
부디 이 글이 새로운 탄압의 빌미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그의 전화가 꺼져있네요.
이번주에 김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한 후 <시사IN> 지면을 통해 소식 전하겠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리허설 현장의 김영준 대표.
김제동과 함께 일하고 있는
소속사 (주)다음기획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준입니다.
먼저 김제동이 <스타골든벨>의 마이크를 내려놓게 된 일로 많은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고 계신 네티즌 여러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미 언론에도 보도되었다시피 KBS의 전격적 하차 결정 통보에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었던 차에 그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어 정치권에서까지 논의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도 저희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김제동의 연예활동을 뒷받침해주어야 하고 김제동 뿐만 아니라 저희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매니저먼트를 책임져야 할 회사의 대표인 입장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라는 건 아실 겁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자칫 논란을 확대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보도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 무작정 모르쇠 입장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저희 생각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써 보고자 합니다.
먼저 김제동의 MC 하차에 대해
정치적 고려에 따른 강제 하차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건 통상적으로 방송국들이 MC 교체를 할 때 취해왔던 일반적 관례에서 벗어나 전광석화처럼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석연치 않은 과정 때문에 의혹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교체의 배경에 대해서 저희한테 통보된 건 “그동안 오래 진행해왔기 때문이다”라는 짧은 내용이었고 교체를 결정한 분들의 진정한 속내를 저희들이 파악하기는 힘들겠지요.
말 그대로 “굴뚝에 연기는 나지만 밥 짓는 사람은 없는 격”입니다. 따라서 기자들의 취재를 통해서 그 사실관계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는 이상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교체이다 또는 그렇지 않다 에 대한 저희들의 입장은 특별한 게 없습니다.
오늘 KBS 홍보실에서 김제동의 고액출연료 때문에 비용절감 차원에서 MC 교체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했나 봅니다. 사실 연예인의 1회당 방송출연료(김제동의 경우 스타골든벨 1회 출연료는 540만원입니다)가 일반 서민들이 생각하기에는 상당한 금액입니다. 그렇지만 연예인들의 전체 연예활동 수익 중 방송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KBS 가 비용절감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면 왜 저희들과 상의 할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방송제작 현장에서 같이 땀을 흘리고 있는 처지에서 어려운(?) 방송국 살림에 도움이 되는 방편을 여러 가지 생각 할 수 있었기에 말입니다.
두 번째로 이번 김제동의 퇴출과 저의 서울지방 경찰청 조사와 관련지어
정치적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건 조사를 받았던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대로 저희 회사에 대한 전 방위적 압력으로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퇴출과 맞물려서 진행된 수사라고 보는 건 무리라고 판단됩니다.
사회참여 활동이 많은 연예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회사가 눈에 가시라고 해서 소위 말하는 손을 본다고 작정한다면 이런 방법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서울경찰청 수사는 전반적인 연예기획사 조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법률적 지식이 짧은 제가 경찰서에 출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더 귀찮아지지 않도록 빨리 마무리 하자는 생각에서 자진해서 조사를 받은 것입니다.
조사의 내용도 우리 회사와 소속 연예인간의 전속계약에 대한 내용이었고 법률적 해석에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전속계약의 효력과 규정내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조사방식도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해 주는 협조적 분위기이었습니다.
제가 입을 만약의 피해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객관적 Fact는 분명하게 해두어야 된다는 생각에서 이번 수사와 일련의 사태와 연결 짓는 건 무리한 해석일 수 도 있다 싶어 말씀드립니다.
김제동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김제동이 저희 회사로 옮겨 온지는 불과 몇 달되지 않으나(6월1일부터 같이 했습니다) 저와 김제동과의 인연은 10년이 넘었나 봅니다. 김제동의 표현대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촌놈을 연예가로 끌고 올라 온 사람이 저와 윤도현입니다.
김제동은 내가 처음 그를 봤을 때인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참으로 심성이 바르고 착한 사람입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고서도 김제동은 “회사를 옮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보탬이 되기는커녕 근심을 안겨드려서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사실 미안한건 저인데도 말입니다. 어려운 회사 살림살이를 이해해주고 수억은 족히 받을 수 있는 계약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회사로 옮겨와서 경영난에 숨통을 틔워주는 적지 않은 액수를 벌어다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김제동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김제동이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딱히 김제동이 드릴 말씀도 없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부답스럽기는 저나 그 친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글을 빌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윤도현도 그렇고 김제동도 마찬가지이고 이들의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이나 발언이 방송활동을 계속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인 것 같습니다. 정치적 성향의 차이를 떠나서라도 이들의 사회적 활동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분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좀 더 생산적인 담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취급하는 기사도 많이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는 연예인은 “공공의 대의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공공의 영역에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인(私人)이며 유명인일 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연예 스타들에 대해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예인으로써의 활동 자질과 능력의 범위 안에서 판단되어져야 할 평가의 기준을 연예외적인 활동과 사생활에 치중하여 적용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합니다.
이번 김제동의 MC 하차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김제동의 활발한 사회 참여적 활동이나 발언이 교체의 이유 중 하나일 수 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4년을 함께 해 온 진행자에게 KBS 제작진들은 “너는 이러이러해서 진행자로써 모자라는 부분이 있었고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이런 부분들이 보완이 되어야 하겠기에 진행자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 정도는 해주는 게 예의였다고 보입니다.
그래야 그 연예인이 앞으로 방송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교훈을 얻을 것이고 능력배양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들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한 시각 또한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적어도 이번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적 활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고 이들의 공적인 영역에서의 활동(방송활동)에서는 어디까지 포용할 수 있는가?” 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생산되어 사회적 합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포용의 정도와 폭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강산에,김제동,윤도현,정태춘 등 사회참여 활동이 많은 연예스타들과 함께 일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와 같은 일들이 생기면 늘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윤도현과 김제동 같은 연예인들의 대 사회적인 발언이나 활동들을 정치적인 행위로 받아들이고 불편해 하시거나 비난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생명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통치원리로 하는 국가에서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르다는 게 틀린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의견도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이들이 특정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적극 옹호하고 전 국민적 관심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의견을 표명하거나 그가 가진 연예인으로써의 능력을 발휘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행위를 정치적인 시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이들은 ‘폴리테이너’ 가 아니라 ‘소셜테이너’ 들입니다.
대중들의 지지와 문화소비 행위로 먹고사는 연예인들이라면 이러한 사회 참여적 활동을 삐딱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행위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연예인들의 주체적 판단과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이 분명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연예인들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그리고 그 활동과 지지의견 표명으로 조금이라도 힘을 얻으셨다면 대중들이 담당해야 할 몫 또한 있을 것입니다.
윤도현의 거침없는 행동과 노래를 통한 사회적 발언에 위안을 얻고 힘을 얻으셨다면 윤도현이 발매한 앨범 한 장 정도는 사서 이들의 활동에 든든한 우군이 돼 주셨으면 합니다. 얼마 전 윤도현은 임순례감독이 연출한 인권영화 <날아라 펭귄>에 솔로앨범(Harmony) 한 장을 만들어서 헌정앨범 형식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앨범이 잘되기를 바랐습니다. 그건 회사의 수익이 아니라 앞으로도 그런 좋은 인권영화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어느 앨범보다도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만치 녹록치 않았습니다. 김제동이 만약 사회적인 활동의 이유로 방송국에서 퇴출된다면 그에 반대하는 청원에 서명하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 그가 벌이는 많은 활동에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김제동이 펼치는 공연에 자리라도 채워주시고 김제동이 쓴 책의 구독자가 되어주시고 김제동이 출연하거나 진행하는 방송의 적극적 시청자가 되어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중들의 적극적인 소비행위가 그들을 지켜줍니다.
연예스타는 매스미디어의 힘 못지않게 대중들의 현명한 주체적인 소비행위로 버틸 수 있는 문화상품이기에 소비자인 여러분들이 그들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9. 10.12일 (주)다음기획 대표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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