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정치 언저리뉴스

'불법 시위 조장' 누명쓴 민주당 의원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KBS 박만 이사의 차가 시위대에 가로막혀 있다.




어제(7월23일),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이 ‘무법 시위를 주도하는 현직 국회의원에게’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어제 열린 KBS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KBS 본관 옆 IBC 빌딩으로 들어가려던 박만 이사의 차를 막는 시위대를 민주당 최문순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이 이끌었다는 것이었다.


최 의원과 정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시위대가 박 이사의 차를 1시간 10분 동안 감금했다고 차 대변인은 비난했
다. 그는 “시위대는 타이어까지 펑크를 내가며 온갖 협박을 다한 후 ‘이사회 불참’을 조건으로 박만 이사를 석방했다. 시위대의 천인공노할 불법성은 차치하고, 현직의 최문순 국회의원이 불법을 주도한 것은 또 무엇인가? 애초에 의원 자격이 없는 줄은 알았지만, 이제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이 무색하게 노골적으로 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최문순 의원은 아예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시위 전문가로 나서라”라고 말했다.


어제 현장에 있었던 덕에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무법 시위 주도’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내가 본 그들의 불법행위는 이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 앞에 서 있다(가운데 양복)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 의원이 차 안을 들여다보고 나오고 있다




최문순 의원은 ‘불법 호기심’이 문제였다. 그는 시위대가 막은 차량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살피기 위해 들여다보았다. 문제 차량에 탄 사람의 신원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알려졌다가 다시 보궐이사로 임명된 ‘부산대 강성철 교수’로 알려졌다가, 막판에 ‘박만 이사’인 것이 밝혀졌다. 아무튼 차량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위대 중간으로 들어간 최 의원의 죄는 ‘불법 호기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등포경찰서장에게 항의하는 정청래 전 의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를 빼주기 위해 시위대에게 물러서라고 외치고 있다.




정청래 전 의원의 죄는 ‘불법 중재’였다. 그는 시위대를 폭행하는 경찰에 항의하기 위해 영등포경찰서장과 말다툼을 했다. 그는 영등포경찰서장을 끝까지 쫓아가서 왜 경찰이 비무장 시위대를 폭행하는지 따져 물었다. 또한 그는 박만 이사 측이 “이사회 참가를 하지 않겠으니 차를 뺄 수 있게 해달라”는 주문을 하자 이를 시민들에게 물어 합의를 이끌어내는 ‘불법 중재’를 했다. 폭력 상황이 더 지속되지 못하게 한 그의 ‘불법 중재’는 큰 죄가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등학생들을 보호하고 있는 이미경 의원.




차명진 의원이 미처 죄를 발견하지 못한 민주당 의원의 죄도 함께 묻고 싶다. 이미경 의원은 ‘불법 미성년자 보호’죄를 저질렀다. 당시 현장에는 고등학생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경찰을 규탄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플랜카드 앞에 섰다. ‘공부는 하지 않고 데모나 하고 있는 고등학생’을 보호한 이 의원은 ‘불법 미성년자 보호’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추가로 플랜카드 글씨가 보이지 않게 한 죄도). 


차 의원이 발견하지 못한 또 한 명의 죄인은 김재윤 의원이다. 김 의원은 인도에 서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김 의원에게는 ‘불법 통행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여러 번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상황을 몸으로 겪었던 김 의원은 이번에는 인도에서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김 의원 때문에 통행에 방해가 된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차명진 의원에게 묻고 싶다. 정말 이런 게 죄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이명박 정부에서는 죄가 되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프로그램에 오역 두어 개 했다고 처벌하겠다고 나서고, 인터넷에 글 한 두 개 올렸다고 출국금지 시키는 세상인데, 이 정도면 중죄일 수도 있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위대에 가로막힌 KBS 박만 이사. 공안검사 출신 답지 않게 얼어있는 모습이다.




만약 내게 민주당 의원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두 가지를 묻고 싶다. 형편없는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준 것과,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에 체계적으로, 정책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광만 파는 것’에 대한 죄를 묻고 싶다. 의원이 현장에 나오면 보좌관까지 같이 나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체계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잃게 된다.


요즘 저격수로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우리 정치가 10년 전으로 되돌려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2% 아쉽다. 예전 저격수들은 그래도 ‘한 방’이 있었는데, 요즘 저격수들은 사격 실력이 좀 형편없는 것 같다. 허공에다 총질을 해대니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생들이 시위 뒷정리를 하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 이건 무슨 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