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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언저리뉴스

오늘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숨겨진 대선 코드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3.
이상득·이재오의 전폭 지원을 받는 박희태의 굳히기냐,

고독한 차기 주자 정몽준의 따라잡기냐,

박근혜의 대리인 허태열의 뒤집기냐.

한나라당 전당대회 승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바로 오늘 이 승부의 승자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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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연수중인 이재오 전 의원(왼쪽)은 박희태 후보(오른쪽)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핏 보기에 오늘(7월3일) 열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싱겁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대회이지만 후보의 정치 무게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나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출마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치고는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뜯어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전당대회다. 한나라당 당 대표 최고위원 선출은 대의원 투표(70%)와 여론조사(30%)를 합산해 이뤄진다. 1인2표제로 실시되는 게 관건인데, 공성진 김성조 박순자 박희태 정몽준 허태열(가나다순) 등 후보 6명이 ‘두 번째 표’를 얻기 위한 ‘합종연횡’을 물밑에서 진행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합종연횡 양상은 박희태(부산·경남)-공성진(서울·호남), 정몽준(서울·충청)-박순자(경기), 허태열(부산·경남)-김성조(대구·경북) 후보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취약 지역을 파트너의 표로 벌충하기 위해 연대를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표를 포함해 5명(박순자 의원은 당연직인 여성 몫 최고위원)이 선발되기 때문에 남성 중에서 꼴찌만 하지 않으면 당선된다.


박희태-정몽준 양강 구도로 짜였던 경쟁 구도는 친박 계열인 허태열 의원이 결합하면서 3강 구도로 재편되었다. 그런데 이 3강 구도의 이면을 볼 필요가 있다. 차기 대권을 놓고 각축하는 박근혜·이재오·정몽준 세 정치인이 이 3강 구도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희태 후보의 뒤에 이재오 전 의원이, 허태열 후보의 뒤에 박근혜 전 대표가 있어서 이들 셋이 때 이른 ‘대선 전초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박희태-이재오 연결고리는 안경률 의원


박희태 전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의 연결고리는 바로 박 전 의원을 지원하는 안경률 의원이다. 안 의원은 이 전 의원이 대선 전 당 지도부 개편 때 사무총장으로 추천했다고 알려진 이 전 의원의 최측근 정치인이다. 당시 당 지도부는 이상득 의원의 지원을 받은 이방호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이번에 박 전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가 된다면 안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기용될 확률이 높다.


이재오 전 의원이 미국으로 떠난 이후 다시 안 의원이 주목되는 까닭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대면하기 전에 안 의원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재오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려고 안 의원을 통해 ‘심대평 총리 카드’를 이 대통령에게 제안했다는 설이 퍼졌던 것이다.


안경률 의원은 이상득 의원이 정두언 의원에게 공격받을 때도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안 의원이 이 의원과 공성진·진수희·차명진 의원 등 ‘이재오계’ 의원과의 만남을 주선했고 이들이 정 의원을 공격하면서 정 의원은 정치적으로 고립되었다. 대통령이 안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묻지 마식 인신공격’이라며 정 의원을 비난하면서 승부는 정 의원 측의 완패로 끝이 났다. 이때부터 이상득-이재오 연대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 연결고리로 안 의원이 지목되었다.


안경률 의원이 지원하는 박희태 전 의원은 이상득-이재오 두 실세의 지원을 받는 가장 강력한 대표 후보로 꼽힌다. 안 의원 외에도 최병국·김효재·백성운·정태근 의원 등이 박 전 의원을 지지한다. 하지만 고령에다 보수 이미지 때문에 수도권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사이에서는 거부감도 많은 편이다.


이 약점을 보완해주는 사람이 바로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 출신인 공성진 의원이다. 공 의원은 수도권 지역에서 득표력이 좋다고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공 의원을 돕는 의원들도 바로 이재오 전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차명진·김용태 의원이라는 점이다. 특히 공 의원은 이 전 의원이 열심히 조직을 다져놓은 호남 지역의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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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후보는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앞서고 있지만 조직세에서 밀려 힘겨운 승부가 예상된다.



정몽준 의원, 뒷심 부족으로 힘겨운 승부 예상


정권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상득 의원)과 강력한 차기 주자(이재오 전 의원)의 전면 지원을 받는 박희태 후보와의 싸움에 정몽준 의원 측은 무척 버거워한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대의원 여론조사를 해보면 둘의 차이가 거의 없다. 여론조사는 우리가 훨씬 앞선다. 하지만 막상 투표를 해보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대 정정길 총장이 대통령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정 의원도 상승 효과를 보았다. “대통령이 정몽준 의원에게도 언젠가 기회를 줄 것이다”라는 말이 돌면서 덩달아 지지도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희태 전 의원에 대한 수도권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거부감이 더해지면서 내부적으로 ‘해볼 만한 승부’라고 평가한다. 이런 기류가 감지되면서 홍준표 원내대표 등의 ‘정몽준 견제’도 본격화했다.


하지만 정 의원 측이 불안해하는 것은 기댈 언덕이 없다는 점이다. 투표는 결국 조직선거로 치러질 것인데, 조직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정 의원은 전여옥·안효대·홍정욱·신영수 의원의 도움을 받았지만 대부분 초선이라 조직 역량은 부족한 편이다. 특히 전여옥 의원의 지지는 ‘뜨거운 감자’다. 친박 성향 대의원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세를 만회하기 위해 정 의원이 공을 들이는 곳은 충청이다. 전용학 전 의원을 통해 충청 지역 공략에 힘을 쓴다. 수도권에서는 정두언 의원과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 의원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이상득, 비박근혜’인 이들이 구도상 자신을 도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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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왼쪽)의 대리인 격으로 출마한 허태열 후보(오른쪽)의 선전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다크호스 허태열의 선전 여부가 최대 관심사


박근혜 계열인 허태열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다크호스로 꼽힌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도움으로 승리했듯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허 의원이 ‘박근혜 효과’를 바탕으로 선전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단숨에 3강 구도를 형성한 허 의원이 친박 표를 결집할 경우 2위까지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2006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어려움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전 대표였기 때문에 당연직 대의원에 친박 표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에 이재오 전 의원의 측근인 이군현 의원이 선출되는 등 대다수 중앙조직이 ‘반박근혜’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허태열 의원은 박희태·정몽준 후보보다 대중적 인지도도 낮은 편이어서 그가 ‘박근혜 신화’를 이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시사IN> 42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