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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언저리뉴스

"중화주의의 쓴 맛을 보았다" 김문수 지사의 올림픽 개막식 후기(일부 정정)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8. 15.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악몽 중의 악몽’이었다.
내 평생에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검문검색을 받으려고
말복날 뙤약볕 아래서 두 시간 동안 서서 기다렸다."


"재수가 좋고 재물이 들어온다는 자신들의 미신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더울 때 올림픽 개막식을 하는
중국의 자기중심주의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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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2년 반 만에 만난 것 같습니다.
김 지사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 후보 경선을 벌일 무렵에
시사주간지-월간지 기자들과 저녁 모임을 했는데,
그때 본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그 저녁모임은 막 정치부로 배치를 받았을 무렵에 있었는데,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몇몇 기자들이 먹은 것을 토해내야 할 정도로 아부를 하더군요.
(그 중 둘은 대선 때 사표를 내고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지금 한겨레21에 있는 친구와
“뭐냐 우리는, 들러리냐”라며 밥만 꾸역꾸역 먹던 기억이 나는군요.
정치부 기자가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체험했던 자리였습니다.


그때 기자들 옆에서
안주 집어주면서 알랑방귀 끼던 사람이 차명진 특보였는데
벌써 재선 의원에 한나라당 대변인이 되었네요.
(이제 기자들과 팔자가 바뀌었네요.
집권당 대변인이니 이제 기자들이 알랑방귀를 끼겠네요.
암튼 차 의원 초선 때는 뭔가 어설픈 것 같았는데,
요즘은 살짝 국회의원 같아 보이기도 하더군요)


지난 지방선거 때 김 지사가 선거를 치르는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정말 ‘한나라당 후보답지 않은 알뜰한 선거’를 치렀습니다.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은 따로 사무실을 내지 않고 의원사무실에서 치렀고
본선은 한나라당 경기도당 강당을 간단히 개조해 선거사무실로 꾸리고 치렀습니다.


(위의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당시 김문수 지사가 경선을 치르면서 여러 곳에 비선 사무실을 두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정황에 대해 소상히 알고 계신 분이어서 일리 있는 지적이신 것 같아 옮깁니다.
당시 제가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경선을 본격적으로 취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곳에 비선 사무실이 있었다는 이분의 주장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이해하는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선거 사무실은 제가 직접 가보았는데, 당시 열린우리당 캠프에 비해 단촐했습니다.)

남경필 의원과 후보 단일화하는 과정도 단촐했다고 하더군요.
남 의원이 증언하기로는
자신이 새우깡 등 과자 몇 봉 사오고
둘 사이를 중재한 박계동 전 의원이 맥주 몇 병 사와서
뉴서울호텔(정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객실에서 ‘가위바위보’ 하듯이
간단하게 결정했다고 합니다.
남 의원은 “그냥 형이 하세요”하면서 깨끗이 양보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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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지사의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나눈 이야기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관람기였습니다.
김 지사는 개막식을 ‘악몽 중의 악몽’으로 묘사했습니다.
“내 평생에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검색을 위해서 말복날 뙤약볕 아래서 두 시간 동안 서서 기다렸다고 하니
그 고통이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입장을 해서는 더욱 고통스러웠다고 합니다.
VIP석이라고는 하지만 자리가 옴쭉달싹도 하지 못할 만큼 좁았다는 것입니다. 
저 멀리 큰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후진타오는 황제 같고
자신은 황제를 축하하기 위해 들러리 선 조공 온 사신 같았다고 합니다.
(각국 대통령들은 제후 정도로 묘사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개막식장에서 느낀 소감은 수행비서관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입니다)

=> 이 부분 내용을 정정합니다.
이 내용은 공식인터뷰 전에 수행비서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제가 잘못 해석한 것 같습니다.
당시 수행비서관은 개막식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이 느낌이 김문수 지사가 수행비서관에게 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수행비서관은 김 지사와 상관 없이 개인적인 느낌을 얘기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정치권의 격언 중에 '비서는 입이 없다'는 말이 있지요.
제가 수행비서관의 입을 빌어 내용을 전한 것 자체가 사실 실례지요.
이 점, 수행비서관님께 사과드립니다.)

제가 이 부분을 김 지사의 이야기로 간주한 것은
인터뷰 중에 김 지사가
올림픽 개막식에서 느꼈던 중화주의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올림픽 전부터) 반복적으로 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부분도 김 지사 본인의 이야기로 간주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점,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요즘 김문수 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 규제 완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선지방 후수도권’ 지원 계획을 밝히자
이에 반발해 ‘떼놈보다 더하다’고 비난했는데,
(이런 발언은 왜 외교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요?
‘마광수 교수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연대생들의 말에
주한 인도대사관이 항의하기도 했는데...)
아무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 이후에는
김 지사는 ‘떼놈이 더하다’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을 것 같습니다.


김 지사는
재수가 좋고 재물이 들어온다는 자신들의 미신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더울 때 올림픽 개막식을 하는
중국의 자기중심주의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올림픽 끝나면 중국이 급부상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올림픽이 끝나면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중국의 국가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고 더 번성할 것이다. 
중국이 국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올림픽이다. 
우리가 그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의 끝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지방 후수도권’ 지원 정책을 비난하는 것이었습니다.
수도권을 규제하면 공장이 지방이 아니라 중국에 간다는 논리였지요.
일면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보고
‘저런 이벤트를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김 지사의 악몽 같은 참관기를 들으니 좀 위로가 되었습니다.


주)
김문수 지사와의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8월18일 발간되는 <시사IN> 49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해 그가 왜 이명박 대통령과 '맞장'을 뜨는지,
김 지사의 '이유 있는 반항'을 들어보았습니다.
그의 반항은 단순한 '치고 빠지기'가 아니라
기나긴 '물고 늘어지기'가 될 것 같더군요.
대통령이 맞수를 제대로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