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나 CEO들이 재충전 하면서 가곤 하는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과연 케네디스쿨에서는 어떤 수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요?
케네디스쿨에 재학 중인 독설닷컴 보스톤 특파원 이의헌님이
앞으로 수업 내용 중 재미있는 것을 독설닷컴을 통해 전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기아와 빈곤에 대한 유명 철학자와 유명 CEO의 토론 내용입니다.
유태계 무신론 철학자인 피터 싱어와 다국적기업 CEO출신의 복음주의 백인 기독교신자 리처드 스턴스를 불러 토론을 시켰네요.
우리나라 대학 같으면 둘 중 한 명만 불러서 특강형식으로 진행했을텐데...
이래서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이 인정을 받나봅니다.
글 - 이의헌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독설닷컴 보스톤 특파원)
지난주 학교에서 재미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사실은 재미있는 행사는 아니네요. 기아, 빈곤 문제에 대한 토론이었으니까, 일반적으로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겠군”이라고 생각하겠네요. 넵, 솔직히 실제 행사에서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원론적이고, 평이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하지만 컨텍스트는 충분히 주목해 볼만 한 것 같습니다. 한 명은 유태계 무신론 철학자(피터 싱어)이고, 한 명은 다국적기업 CEO출신인 복음주의 백인 기독교신자(리처드 스턴스)인데 전혀 다른 두 가지 접근을 통해 하나의 결론(구제,자선 활동의 당위성)에 도달하더군요.
선수 소개와 함께 간단히 논지를 요약하겠습니다.
우선 피터 싱어 선수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105/200105080330.html , http://en.wikipedia.org/wiki/Peter_Singer)
동물의 권리를 최초로 주장한 생명윤리 철학자로 더 유명하죠? 공리주의자인 싱어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내 눈 앞에서 물에 빠져 죽어가는 아이를 보면 누구라도 그 아이를 구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똑 같은 일을 해야 한다. 이런 행동을 통해 내가 잃는 것(돈, 시간…)의 가치와 위험에 처한 사람이 얻는 것(생명, 일용할 양식…)의 가치를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의 가치가 더 크다. 정상적인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런 양심의 부름에 응해야 한다.” 반박하기 쉽지 않은 좋은 말입니다.
다음 리처드 스턴스 선수 (http://www.worldvision.org/about_us.nsf/child/whoweare_bios?Open)
싱어 선수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세계적 주방업체 레녹스사의 CEO 출신으로 현재는 다국적 구호기관 월드비전의 CEO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턴스 선수의 발언에 더 주목합니다.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겉모습만 봐도 부티가 졸졸 흐르는 스턴스는 올 봄 ‘The hole in our gospel’이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의 내용을 많이 언급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도 이 책입니다.
그의 의문은 보수적 기독교인들에게 다소 도발적입니다. “우리가 믿는 복음의 헛점은 무엇일까?”, “과연 예수를 잘 믿어 내가 복을 받는 것이 복음의 전부일까?” 저는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하고, 스턴스도 그렇게 주장합니다.
그 예로 드는 것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 입니다. 목사와 신학자는 아파 쓰러져 있는 이웃을 외면했지만, 사마리아인은 그를 돌봤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사마리아인처럼 살기를 원하신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교회는 헌금에 빚을 얹어 교회당을 세우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는 인색합니다. 물론 교회당은 물론 주차장도 지역사회에 잘 개방하지 않구요…
진정한 복음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데서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구호,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것이구요.
뭐 뻔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토론 후 질의응답 시간은 좀 더 재미 있었습니다. 딱 하나만 소개합니다.
질문 1. 좋은 말인데 그럼 당신들은 얼마나 기부하냐?
피터싱어 – 버는 것의25% + 이런 강연과 저작활동을 통한 지적 기부
리처드 스턴스 – 레녹스에서 월드비전으로 오면서 월급 75% 삭감됨. 기회비용 측면에서 우선 75% 기부. 그리고 이와 별도로 현 월급의20% 정도를 교회와 단체 등에 기부함. 하지만 계속 마음에 부담을 갖고 있음.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앞으로 종종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를 독설을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궁금한 거는 이메일로 문의해 주시구요.
이의헌 (euyhun_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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