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가 최근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전통적인 ‘언론 탄압국’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언론인 해고나 구속, 인터넷 압박 등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잘 보여줍니다.
아래 글은 허광준 님이 시사IN에 기고한 글입니다
본인의 허락을 받고 '독설닷컴'에도 게재합니다.
언론인 피살되는 나라보다 못한 한국 언론자유
허광준 (위스콘신 대학 신문방송학 박사과정)
불가리아에 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방송 기자가 있다. 그는 경찰의 매춘 알선 혐의,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가혹 행위 등 몇 가지 주제를 놓고 취재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아파트에서 강력한 폭탄이 터졌다. 그의 기사가 게재되지 않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소행이었다. 기자는 목숨을 건졌지만, 그의 아파트가 있던 14층 건물은 창문이 다 깨지고 벽이 크게 파손되었다.
이 나라에서는 범죄 조직이 언론인에게 가하는 보복 테러가 흔한 일이다. 불가리아에서 밀수나 마약 거래와 관련한 기사를 쓰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것으로 인식된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한 작가는 범죄 조직에 관련한 책을 준비하는 중에, 수도인 소피아 도심 한가운데서 총알 세 발을 맞고 숨졌다. 이 지경인데도 정부는 언론인 보호에 거의 무관심하다.
토고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를 비판하면 국사범으로 처벌되었다. 무단 체포는 다반사이고 살해 위협까지 일상적으로 받았다. 문제성 있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면, 경찰은 신문을 통째로 압수하거나 불태웠다. 38년 동안 장기 집권한 독재 체제에서 벌어진 일이다. 독재자가 죽고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언론 자유 상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새 대통령의 동생이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일반 국민이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나와 의견을 내는 것을 금하는 법이 전격 통과되는 등 독재 시대의 그림자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권력의 언론 통제는 훨씬 심각한 문제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세르비아에서도 언론인으로 살기가 쉽지 않다. 걸핏하면 살해 협박장이 날아오고, 거리에서는 시위대에게 카메라를 빼앗기고 두들겨 맞기 일쑤다. 2008년 9월에는 무장한 민족주의자들이 통신사를 몇 차례에 걸쳐 공격하기도 했다. 살해 협박을 받은 언론인들은 경찰에게 보호를 요청하지만, 경찰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경찰이 직접 나서서 기자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정정이 불안한 아이티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언론인 살해 사건이 드문 일이 아니었다. 2007년 대통령 산하에 ‘언론인 살해 사건 조사위원회’가 생겼을 정도다. 과거에 언론인을 살해하고도 제대로 조사도 받지 않았던 사람들이 뒤늦게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이 나라에 대한 개입을 강화한 이래, 언론인에 대한 공격이 약해지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극렬하게 갈라진 정치 구도가 언론의 장애물이 된다. 대개 강한 정치색을 가진 레바논 언론은 상대 진영으로부터 위협과 공격을 받는 데 이골이 나 있다. 주간지 편집장의 차가 불태워지는가 하면, 살해 협박을 받은 언론사 소유주는 닷새 동안 피신해 있어야 했다. 시위 현장에서 취재 활동을 하다 납치되어 고문 당하는 판이라, 시위대로부터 폭행만 당하면 다행일 정도다.
이상에서 언급한 나라는 모두 저마다 자유로운 언론 활동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모두 현재 한국의 언론 상황보다는 앞선 나라들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최근 발표한 ‘2009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그렇다.
언론인이 살해되고 협박 때문에 취재 활동을 하지 못하는 나라들보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더 낮게 나온 것은, 이들 나라에서는 대개 범죄 조직이나 정치 세력 같은 민간 조직이 언론 자유에 위협이 되지만, 한국의 경우 국가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러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언론 자유를 통제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언론인에게 훨씬 더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69위였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에 ‘프리덤 하우스’에서 발표한 ‘2009년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서 한국은 66위였다. 가까스로 ‘언론자유국’ 범주에 속하긴 했지만, 그중 최하위였다.
주> 노무현 정부 때 국경없는기자회에서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가 떨어졌다고 난리쳤던 조중동이
이명박 정부 때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 대해서
시사IN 신호철 기자가 쓴 기사를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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