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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이슈 백서/나우콤 문용식 대표 구속 논란

'옥중서신'의 시대에서 '전자 옥중서신'의 시대로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27.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구속되어도
감옥에 들어가면 제법 지낼만하다는 것,
그리고 ‘전자 옥중서신’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것도 진보의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번 주에 ‘옥중서신’을 두 통 받았다. 한 통은 직접 받았고 다른 한 통은 간접적으로 전해 받았다. 직접 받은 편지는 직접 쓴 편지였고 간접적으로 전해 받은 편지는 ‘인터넷 전자 서신’이었다.  인터넷 강국 한국은 구치소 수감자에게 하루에 한 통씩 ‘인터넷 전자 서신’을 보낼 수 있다. 이것도 선진화의 성과일까?


직접 쓴 편지를 보낸 사람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이하 대책회의)의 안진걸 조직팀장이었고 촛불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인 아프리카를 개발한 나우콤 문용식 대표는 간접적으로 소식을 전해 왔다. 안 팀장은 폭력 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문 대표는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갇혀있다.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둘의 구속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행사가 지난 금요일 각각 진행되었다. 안진걸 팀장 후원을 위한 일일호프, ‘힘내라 간사야’는 아름다운가게 강당에서 열렸고 ‘철창에 갇힌 촛불 문용식’ 인터넷 카페 회원들의 번개모임은 인사동 ‘메밀꽃 필 무렵’에서 있었다. 마감을 마치고 블로거 몽구님과 박형준님과 함께 들러보았다.


‘힘내라 간사야’ 행사는 성황을 이루었다. ‘안진걸 후원’을 빌미로 모인 이 자리에서 아름다운가게 간사들은 다양한 재능을 선보였다. 특히 ‘실버라인’의 랩이 인상적이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책도 읽을 수 있고, 공부할 수도 있어서 감옥이 이로운 점이 많다.  안식년으로 감옥에 가서 쉬어도 좋을 것 같은데, 누구 다음에 갈사람 없나”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일일호프에 들렀다가, 다시 마감 원고를 고치고,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문용식 카페 번개모임은 파장이었다. 카페지기인 ‘인간 불멸의 사랑’을 비롯해 네 분만 남아계셨다(이날 총 16명이 모였다고 들었다). 이 분들과는 최근 <고재열의 독설닷컴> 블로그를 통해 진행한 ‘촛불주, 나우콤 주식 사기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안진걸을 위해 건배, 문용식을 위해서 또 건배!


다시 ‘옥중서신’ 이야기로 돌아와서, 안진걸 팀장은 편지에서 자신을 비롯해 서울구치소에 촛불 관련 수감자가 11명이나 있다고 ‘제보’해왔다. 그는 이 ‘용감한 시민’들과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대책회의 수배자와 촛불 시민과 <시사IN>이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편지를 쓴 목적을 밝혔다.


안 팀장은 ‘갇힌 자의 특권’이라며 <시사IN> 무료 구독을 부탁했다. 감옥 안에서도 보수언론이 주로 유통되고 있어서 죄수들의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올바른 구치소 여론 형성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간절한 부탁을 문정우 편집국장에게 전달했고, 문 국장은 ‘시사IN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그에게 <시사IN>은 구속되어 있는 기간 동안 무료로 발송해 주기로 했다.


<고재열의 독설닷컴>은 여기사 한 발 더 나가보려고 한다. 안진걸 팀장을 ‘옥중 통신원’으로 위촉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촛불수’들의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한다. 탁월한 ‘조직맨’인 그는 11명의 ‘촛불수’ 소식을 잘 전달해줄 것이다(그는 사람들을 잘 모으고, 특히 모임에서 사회를 잘 본다. ‘힘내라 간사야’ 소식을 듣고 그가 가장 안타까워할 일이 있다면, 직접 사회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 것이다).


문용식 대표는 ‘나우콤 임직원 및 네티즌 고객여러분에게’ 보내는 ‘전자 옥중 서신’에 내 안부를 물어왔다. 블로그를 통해 진행되는 ‘촛불주, 나우콤 주식 사기 운동’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내용이었다. ‘촛불주, 나우콤 주식 사기 운동’은 블로그와 다음 아고라와 각종 촛불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전개되고 있다. 나우콤은 네티즌들의 자발적 주식 구매 운동에 호응하기 위해 1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문 대표는 “내가 밖에 있었으면 나우콤 주식을 많이 매입했을 것이다. 내 구속에도 불구하고 사업 실적이 괜찮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화계와 합의가 이루어져 합법적인 영화 콘텐츠 유통 사업을 시작하면 나우콤을 당할 회사가 없을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그의 장담대로 나우콤은 지난 7월18일 장중 2850원, 종가기준 3000원까지 떨어진 이후 21일부터 4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옥중서신’을 통해 안 팀장과 문 대표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이 있다.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구치소 생활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화 운동의 성과라면 ‘이런 일로 구치소에 가지 않는 것’이 되어야지, ‘이런 일로도 구치소에 가지만 지낼만 한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전자 옥중서신’을 또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PD수첩> 이춘근 PD는 “사식은 꼭 호주산 청정우로 만든 버거킹 햄버거로 넣어달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낙하산 사장을 막는 ‘촛불 요격기’라며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던 YTN 노조 집행부에게는 편지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보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