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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사장 "역사에 대한 낙관을 버리지 맙시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29.



 

정부의 KBS 장악 3단계 시나리오

정연주 몰아내고
낙하산 내려보내고
예산으로 확 틀어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민들이 KBS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높이 들었지만...




KBS 노조위원장을 지낸 현상윤 PD ‘공정 방송 죽이기’ 시나리오가 3부작 대하드라마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1단계는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안 처리다. 8월15일을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2단계는 낙하산 사장 투입이다. 누가 낙하산으로 내려올 지까지 이미 얘기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3단계는 ‘국가기간방송법’ 제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기능을 대부분 상실하고 정권에 편향된 방송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PD연합회 최용수 정책실장은 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검찰이 기어이 정연주 사장을 기소할 것이다. 앞으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문제를 가지고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해임 의견을 낼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적자 문제 등과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대통령에게 정 사장 해임을 건의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이미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KBS 사장은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재신임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신재민 문화관광부 제2차관이 “KBS 사장의 임명권은 물론 해임권도 대통령에게 있다”라고 말하며 KBS 정연주 사장 교체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는 현행법에도 어긋나는 주장으로 이에 대해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법도 논리도 양심도 윤리도 없는 ‘뺑소니 정권’이다”라고 비난했다.


KBS 독립을 지키려는 언론운동 단체 관계자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이런 일련의 언론 장악 시도가 상당히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임된 신태섭 전 이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정연주 사장 해임을 요구했을 때 김 이사장이 최 위원장에게 역제안을 했었다. 수신료 인상, 민영화 반대, 정치독립성 보장 장치 마련해서 정 사장의 퇴로를 열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라고 말했다.


‘공정방송 죽이기’가 현실화될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조연들의 활약이다. 사추위를 구성하고 정연주 사장 퇴진을 기정사실화한 KBS노조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역시 정 사장에게 “후안무치한 버티기를 그만하고 나가라”라고 비난하고 있는 제2노조 KBS 공정방송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사장 내정자로 지목되는 인물과 교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요회’ 등 사조직의 움직임도 역시 관심거리다.  


범국민행동에서는 정연주 사장 해임과 새로운 낙하산 사장 임명 과정에 여러 가지 불법 편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신태섭 전 이사는 “해임과 임명 과정에 위법 내용을 지적하는 소송을 내더라도 정부는 개의치 않고 진행할 것이다. 일단 임명시키고 나면 소송에서 진다고 해도 되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정부가 무도하게 KBS 장악을 시도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범국민행동 성유보 집행위원장은 “지금 KBS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우리의 민주화가 얼마나 취약했느냐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제도 마련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공정방송 죽이기’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응 시나리오는 먼저 걸림돌이 되고 있는 KBS노조를 제압하는 것이다. 언론노조가 KBS 노조를 제명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내부 역량을 모으고 외부 연대를 강화해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실현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범국민행동은 정 사장 해임안과 낙하산 사장 임명안이 처리될 올 여름과 함께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처리될 12월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11월에 KBS 노조위원장 선거가 있어서 이때 힘의 공백기가 생기는데 이 시기에 법률안 처리가 이뤄진다면 맞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법률안 개정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예산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NHK 모형’으로 국가기간방송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돈 줄을 틀어쥐어 방송 논조를 통제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상윤 PD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막아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 막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연주 사장이 해임되고 새로 낙하산 사장이 오고 관련 방송법이 개정되는 동안 KBS는 어떤 일을 겪게 될까? 범국민행동 집회현장에서 만난 한 중견 PD는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겪게 될 것 같다. 구조조정을 통한 길들이기까지 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계속 공식 인터뷰를 거부한 정연주 사장은 “역사에 대한 낙관을 버리지 맙시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촛불은 과연 KBS를 지켜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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