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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Inernational/해외에서 당한 억울한 일

우리 외교부가 이런 기특한 일도 합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1. 1.


선진국형 외교와 후진국형 외교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선진국은 재외국민 보호를 최우선에 두는 반면,
후진국은 재외국민 보호에 무심하다는 것입니다.
납북된 여기자를 데려오기 위해 전직대통령 클린턴이 직접 가는 미국,
마약사범이지만 중국 정부가 사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영국,
그것이 바로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하지만 후진국은 재외국민 보호에 무심합니다.
재외국민 보호보다는 상대국 정부와 생길 마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딱 그렇습니다.
재외공관에 재외국민 보호는 3순위입니다.
1순위가 한국의 권력자를 접대하는 것이고 2순위는 현지 진출한 기업을 돕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선진국형 재외국민 보호모형'이 등장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온두라스 검찰총장을 만나고 있는 한국 전문가 긴급대응팀



온두라스 한지수씨를 구하기 위해 구성된 드림팀, '전문가 긴급대응팀'


재외국민 보호와 관련해 외교통상부가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 ‘선례가 없다’라는 말이다. 온두라스 한지수씨 보석을 위해서 신원보증을 요구했을 때도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개인에 대해 보증할 수 없다. 선례가 없는 일이다’라며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외교부는 새롭게 좋은 선례를 만들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온두라스 한지수 사건을 조사하기 위에 파견된 전문가 긴급대응팀은 의미가 크다. 우리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취한 가장 적극적인 조처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말~12월 초, 남미법 전문가인 하상욱 외국어대 로스쿨 겸임교수, 법의학 전문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형중 박사, 강력계 사건 전문가인 수서경찰서 김정섭 경감, 국제법 전문가인 대한 변협 유영일 변호사 등이 온두라스 현지에 직접 조사를 다녀왔다. 

    
전무후무한 전문가 파견팀을 이끈 외교통상부 김유철 재외국민보호과장은 “한지수씨 사건은 사안의 특수성이 컸다. 기존 사례는 우리 국민의 잘못이 과장되게 부풀려진 경우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였지만 이 사건은 무죄의 심증이 강했다. 일반 사례와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긴급대응팀을 구성하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다. 예멘 관광객 테러 사건 당시 현지에 시신 수습과 부상자 후송을 위해 보낸 경우와 멕시코에서 신종플루가 창궐할 때 교민 지원을 위해 질병관리 전문가인 공중보건의를 파견해 타미플루를 보급한 것이 최근 사례다. 한지수씨 사건의 경우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국회 외통위에서 쟁점이 되면서 팀이 구성될 수 있었다.  


온두라스 한지수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된 전문가 긴급대응팀.


파견단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초기 수사자료를 확보하고 적절한 현지 변호사와 법의학 전문가를 선임하는 것과 함께 온두라스 검찰총장과 온두라스 정부 법의학국 국장을 면담하고 왔다. 파견단 멤버였던 하상욱 교수는 “면담 장소에 피해자 측인 네덜란드 총영사가 찾아와 우리가 정부 차원의 전문가팀을 파견한 것은 온두라스에 대한 부당한 압력으로 보일 수 있다고 견제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파견단 활동의 성과로 12월14일 한지수씨가 보석으로 출감할 수 있었다. 비록 가택연금 상태였지만 극도로 열악하고 위험한 교도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한씨에게 조그만 축복이었다. 한씨 사건의 경우 초기 부검 결과를 뒤집는 2차 부검 결과가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는데 파견단은 2차 부검 보고서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다행히 2010년부터는 이런 ‘긴급대응팀’이 자주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재외국민보호 관련 예산이 2009년 6억5000만원에서 2010년 27억5000만원으로 증액되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수사 초기 과정에 도움을 줄 경찰 영사가 증원되고 현지 언어와 제도에 익숙한 영사협력원이 충원된다면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한지수씨(맨 오른쪽)를 면담하고 있는 전문가 긴급대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