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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실험실

블로그 트위터 스마트폰, 왜 안해? 왜 안써?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2. 4.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기술치다. 극심한 신기술 울렁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웬만한 전자기기는 쓰던 기능 아니면 쓰지 않는다. 괜히 건드렸다가 엉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기술치인 내가 ‘파워블로거’가 되었고 또 ‘파워트위터러’가 되어 온라인미디어시대와 모바일미디어시대의 선두에 서있다는 것은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다.


블로그는 개설한지 채 2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방문자가 1650만명이다. 전성기 때는 하루에 5만명 내외가 찾아들었다. 웬만한 인터넷매체보다 방문객이 더 많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트위터도 놀라웠다. 6개월 정도 되었는데 벌써 팔로워(트위터로 내 글을 받아 읽는 사람)가 8천 명을 넘었다. 나보다 팔로워가 많은 언론인은 MBC 김주하 앵커뿐이다. 뉴스 앵커를 하고 있는 김주하 기자의 팔로워가 몇 만명이나 되는 것은 납득할만한 일이지만 일개 시사주간지 기자에게 이만큼의 팔로워가 몰리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블로그를 만들고 트위터를 개설하고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트윗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기술은 점점 복잡해지지만 사용법은 점점 단순해진다’라는 것이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기 때문이었다. UI니 UX니 하는 기술 단순화의 선두에 있던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내 신기술울렁증의 주치의였다. '잡스신' 덕분에 디지털 컴플렉스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다른 기자들이 묻는다. 왜 블로그를 해야 하고 트위터를 해야 하고 스마트폰을 써야 하냐고? 나는 그런 그들에게 왜 안하고 있냐고 되묻는다. 아직도 이메일 안쓰고 팩스만 쓰느냐고? 핸드폰 안쓰고 사무실 전화기만 쓰느냐고? 인터넷에서 뉴스 검색 안하고 신문철에서 뒤지느냐고? 기자라는 직업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에 가장 민감해야 할 직업 중 하나다. 디지털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디지털 디바이드'의 루저가 될 수밖에 없다.


기자라는 직업은 사람들이 모르는 일을 먼저 알아서 전하는 일이다. 그래서 어떤 사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어떤 사실에 대해 기자가 모르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못찾는 것은 죄가 된다.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알고 있는 지를 아는 것이고 그를 찾는 것이다. 그것은 직업인으로서 숭고한 의무다. 그것을 돕는 일이라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는 못하더라도 잠시 맡겨놓을 수도 있다.


그 불요불급한 작업에 스마트폰과 트위터는 알라딘의 요술램프다. 필요한 사람 필요한 정보를 툭툭 내놓는다. 물론 확인을 하고 검증을 해야 하는 정보지만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네트워크로 형성된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그 덕분에 기술치인 내가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아이폰으로 커버스토리를 쓸 수 있었고 한 달 뒤 다시 IT신기술에 대한 커버스토리를 쓸 수 있었다. IT 문외한이 쓴 두 번의 커버스토리 기사는 가장 호응을 많이 받았던 기사로 꼽힌다.


자가용이 생겼다고 해서 버스와 지하철이 사라지지 않는다. 택시도 살아남고 기차도 살아남는다. 다만 운송수단의 편리성이 커졌을 뿐이다. 1인 미디어와 모바일 기술도 마찬가지다. 블로그가 흥하고 트위터가 활개를 쳐도 전통 미디어들은 역할을 다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언제든지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가용이 필요하듯,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는 기자라면 블로그와 트위터와 스마트폰은 필수다.  


블로그와 트위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한 것을 요약하자면 뉴스 생산과 유통과 소비의 민주화 과정이었다. 블로그를 통해 누구나 뉴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과정은 ‘뉴스 생산의 민주화’ 과정이었다. 그것이 트위터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은 ‘뉴스 유통의 민주화’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뉴스 소비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 멋진 실험에 뒤쳐지는 것은 직업인으로서 태만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기자들이 블로그와 트위터와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뉴스의 원형경기장에서 계급장 떼고 붙어야 하는 시대다. 기자는 더이상 '리포터'가 아니다. '뉴스 코디네이터'가 아니다. '저널리스트'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슈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   


주> PD저널에 기고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