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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88만원 세대'를 '팝업 세대'로!

'김예슬 선언' 앞에 교수님들의 양심을 묻습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3. 17.


고려대 김예슬씨의 자퇴선언 이후 '20대 담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네요.
시사IN에서도 이에 대해서 기획기사를 취재 중입니다.
20대 스스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독설닷컴'에 정리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재학생 심해린입니다.
고려대학교 김예슬씨의 자발적 퇴교, 대학 거부 선언과 행동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대학을 넘어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예슬씨가 대학을 거부한 직후 많은 대학생들은,
수백만 네티즌들은 잠 못 이루며 토론하고 슬퍼하고 분노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김예슬 선언은 MBC 9시 뉴스와 TV, 일간지 1면에 보도되었고,
모든 포털의 메인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침묵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저의 생각을 밝히고자 합니다.
'김예슬 선언' 앞에 교수님들의 양심을 묻습니다
이 글은 위 제목으로 오늘 오전, 이화여대와
대학 거부 선언의 시작점이 된 고려대학교에 붙인 대자보입니다.
 
그리고 이 외침이 사라지지 않게 하고자
3월 15일에 다음 카페 '김예슬 선언' cafe.daum.net/kimyeseuls을
만들었습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생을 걸고 피워 올린 불씨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이대로 사그라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아니 내가 다시 현실의 벽 앞에 쓰러져
그 길 밖에는 없지 않냐고 돌아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저부터 이대로 대학 모순이 묻혀 버리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며 쓴
이 글의 기고를 부탁 드립니다.




<김예슬 선언> 앞에 교수님들의 양심을 묻습니다  


글 - 이화여대 07학번 심해린


존경하는  교수님들께 묻습니다. 왜 침묵하십니까? 언제까지  침묵하고 계실 겁니까? <김예슬 선언>에 저는 심장을 찔렸습니다. 김예슬씨가 대학을 거부한 직후 많은 대학생들은, 수백만 네티즌들은 잠 못 이루며 토론하고 슬퍼하고 분노했습니다. 대자보 옆에 장미꽃을 달아준 학생, 아이들과 대자보 전문을 함께 읽다 끝내 울어버렸다는 선생님과 중학생들, 내 마음과 똑같지만 함께하지 못해 부끄럽다던 대학생들,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학부모님들의 글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김예슬 선언은 MBC 9시 뉴스와 TV, 일간지 1면에 보도되었고, 모든 포털의 메인에까지 올랐습니다. 


저는 이제 대학, 교육, 청년실업 이야기만 나와도 본능적으로 김예슬 선언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억합니다. 대학, 국가, 기업 그리고 기성세대의 “큰 탓”을 물으면서도, 잘못된 체제의 유지자였던 자신의 “작은 탓”을 물으며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던 그녀의 용기를. 우리 대학생이, 젊은 세대가, 우리 사회가 이런 거울 하나를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김예슬 선언의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언론이라고 부르기 민망할만큼 이 사건을 외면했습니다. ‘자유·정의·진리’, ‘진·선·미’, ‘의에 죽고 참에 살자’ 등 건립이념은 버린 채 ‘대학大學’을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킨 각 대학 총장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그들에겐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진보적이라는 언론조차 이 의미를 알아채지도, 제대로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진리를 논하며 우리의 숨통을 틔워주던 진보 지식인과 교수님들조차 거의 모두가 침묵했습니다. 몇몇 분들은 “거의 눈물 날 정도로 기뻤”다, “뒤늦은 성년식을 축하한다”며 좋은 소리를 하면서도 정작 교수직인 자신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었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말로는 좋은 세상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의 존재로 좋은 세상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존경받는 교수님이라는 직위는, 월급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언제까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고통받는 청년들을 외면하실 겁니까? 수많은 교수님들이 시장만능주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인문학의 위기’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저항인 ‘김예슬 선언’에는 왜 침묵하십니까? 죽어있는 ‘학문’이 아닌 ‘삶’을 보여주십시오. 


저는 기다립니다. <오늘 나는 대학 교수직을 그만 둡니다, 아니 거부합니다>라는 양심있는 교수님들의 선언을. 설령 김예슬씨처럼 대학 기득권을 던지지는 못하더라도, 지지건 비판이건 본인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진리라고 믿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십시오. 우리는 ‘이것이 진리다’ 라고 말하는 스승이 아닌 자신이 진리라고 믿는 대로 ‘함께 살자’고 말할 수 있는 스승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저 또한 이대로 대학 모순이 묻혀 버리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학문의 유일한 목적은 인간 현존의 노고를 덜어주는 데 있다” (브레히트)
 

까페 <김예슬 선언> cafe.daum.net/kimyeseu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