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별(이사)’들이 나가떨어지고 있다. 최근 100일 동안 떨어진 별을 살펴보자. 지난해 12월7일 엄기영 전 사장은 자신과 7명의 이사진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물으며 이사들과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사흘 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김세영 부사장·이재갑 TV제작본부장·송재종 보도본부장·박성희 경영본부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새로운 이사 선임을 놓고 김우룡 전 이사장과 엄 전 사장이 갈등하면서 여러 간부가 하마평에 오르내리다 상처를 받았다. 정작 임명은 되지 않고 어느 쪽 사람이라는 성향만 파악되면서 ‘버린 카드’ 취급을 받았다. 노조까지 얽힌 복잡한 파워게임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시소게임의 최종 승자는 황희만 전 보도본부장과 윤혁 전 TV제작본부장이었다.
그러나 두 본부장의 운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김재철 사장이 두 본부장의 사퇴를 노조와의 협상카드로 사용하면서 제물이 되었다. 이들의 임명 과정에 결정적 구실을 했던 김우룡 전 이사장이 반발했지만 대세는 김 사장 쪽이었다. 둘의 사퇴는 오랜 투쟁에 지쳐 ‘출구전략’을 찼던 노조가 김 사장 선임을 추인하는 알리바이가 되었다.
그리고 3월19일, MBC 회장 대우를 요구하며 제왕적 이사장으로 군림하던 김 전 이사장도 사퇴했다. <신동아> 4월호 인터뷰 때문이었다. “대체적인 그림은 만나서 그려줬다”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인사가 아니다.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 조인트 까고, 매도 맞고 했다” “김재철 사장에게 청소부 역할을 하라고 했고, 그가 시키는 대로 그 역할을 해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리됐다”라는 기사 내용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00일 사이에 MBC 사장과 대주주인 방문진의 이사장, MBC 이사들, 그리고 이사가 될 뻔하다 상처만 입은 간부들까지 MBC의 별들이 초토화되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명박 정부가 MBC 장악을 기도하고 있다는데, 직격탄을 맞아야 할 노조 간부들은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고 오히려 임원과 간부들만 유탄을 맞았다. 왜 그럴까?
‘불신임’ 전 보도국장, 기획조정실장에 임명
여기서 주목할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이 발현되는 방향이다. 김 사장 선임을 사실상 추인하면서 무력화된 노조가 ‘반(反)김우룡 정서’를 발판으로 다시 세를 결집하는 양상이 읽히자 주저 없이 김 전 이사장을 사퇴시켰다. ‘보이지 않는 힘’이 발현되는 방향은 친정권 인물의 안위가 아니라 MBC 노조의 무력화였던 것이다.
이번 MBC 사태에서 김 전 이사장의 퇴진만큼 주목해야 할 인사가 있다. 바로 기획조정실장으로 전영배 전 보도국장이 임명된 것이다. 전 실장은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교체와 관련해 보도국 기자들이 총회를 열고 그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하자 자진해서 사퇴한 바 있다.
전 실장은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신일고 1년 선배이며 서울대 정치학과 동기다. MBC의 한 보도국 기자는 “김우룡 전 이사장보다 김재철 사장이 청와대에 가깝고, 김재철 사장보다 전영배 기획조정실장이 더 가깝다. 방문진을 통한 ‘간접통치’가 이제 경영진을 통한 ‘직할통치’로 바뀐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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