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 복귀에 즈음해 언론인들의 백일장이 한창입니다.
이름하여 '아부문학상' 언론사들이 '건비어천가'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누가누가 아부를 잘하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사와 칼럼을 내보내고 있는데
어제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의 칼럼이 '압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목부터가 아살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띄운 시'
이 회장이 경영 복귀를 위해 내건 핑계를 시라 칭송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시의 제목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럼 이렇게 되는건가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은이 - 이건희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박종면 편집인은 이 시가 우리 시대의 경전이라고 말한다.
"이제 소리 내어 경영 대가의 시를 한번 읽어보자.
다만 '삼성'이라는 말 대신 각자 몸담고 있는 회사이름을 넣자.
세 번만 소리 내어 읽자.
그러면 분명 당신 가슴에 와 닿는 게 있을 것이다."
(난 안 와닿는데... 경영자적 자질이 없는건가? ㅋㅋ)
그러면서 문학평론가의 주례사비평을 늘어 놓습니다.
"진실한 것은 아름답다.
어떤 시가 아름답다면 그건 진실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시도 아름답다.
그것은 진실한 그의 마음을 담고 있다."
("우리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라는 이 회장의 드립을 연상시키는군요)
그러면서 깊숙히 감정이입을 합니다.
"회장직 복귀를 위해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느니,
황제경영이 부활했다느니,
투명경영과 사회적 공헌을 먼저 약속해야 한다는 비판과 주장들은
따라서 그에게는 모두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하든지 혼신을 다해
다시 한번 달리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삼성 소유구조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이렇게 끝맺는다.
"당신이 만약 위대한 기업가가 되고 싶다면
당신의 사무실에 이 시를 걸어둬라.
신입사원들에게 이 시를 읽고 외우게 하면 어떨까."라고 끝을 맺는다.
(신입사원들이 이 시를 외운다면,
10년 뒤 망할 회사니까 다른 회사를 알아보지 않을까요? ㅋㅋ)
아침부터 눈이 더러워졌죠?
죄송합니다. 눈을 씻으시라고 말끔한 만화 한 편 올립니다.
삼성 공식 트위터에 오른 이건희 회장 복귀에 대한 임직원 반응을 보고
제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고 어느 만화가가 그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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