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문화일보에
<시사저널> 1000호
광고가 크게 실렸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우리가 마지막 만들었던 호가
<시사저널> 898호였습니다.
898호를 마지막으로
파업에 돌입했고
파업을 끝내고는 전부 사표를 냈습니다.
898호가 마지막입니다...
저는 <시사저널> 1000호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삼성기사 삭제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분명 <시사저널>은
‘오피니언 리더 선호도 1위’
‘국내 정상의 시사주간지’
‘사실과 진실을 밝히는 매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편집이 모두 끝난 기사를 경영진이 인쇄소에서 몰래 빼냈을 때,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편집권은 경영자의 것이라고 우겼을 때,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는 기자들의 파업을, 편집권은 경영자의 것이므로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는 파업은 경영권 간섭이다. 그러므로 불법파업이다라고 주장했을 때,
이후로는 아닙니다.
<시사저널>은
"성역 없는 비판과 독립 언론의 정신으로 이어온 19년,
지령 1000호는 독자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경이의 역사입니다.
여러분이 세워주신 권위와 전통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가겠습니다."라고 광고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선후배들과 동반 사표를 내고 결별선언을 하는 날,
반드시 <시사저널> 제호를 되찾아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시사저널>의 정통성은 우리가 잇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사IN> 창간호를 <시사저널> 899호라고 생각했고
이번 주 <시사IN> 66호를 <시사저널> 964호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정한 <시사저널> 1000호는 36주 후에, 2009년 9월에 나옵니다.
이런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였습니다.
<시사저널>은 1000호 특집 기사로
‘미래 한국 이끌 차세대 영웅’ 300인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여성’ 분야에 심상정 대표를 선정했습니다.
그러자 심상정 대표는 거부했습니다.
정치인이 이런 것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화류계 여성이 남자를 가리지 않듯이,
정치인은 매체를 가리지 않습니다.
더더군다나 원외 정치인이 이런 것을 거부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도 거부했습니다.
심상정 대표의 의리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사저널>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고 난 후
심상정 대표의 한 참모가 이런 사실을 문자로 알려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광고를 보니 <시사저널> 광고에 심 대표 얼굴이 나와 있었습니다.)
심상정 대표의 참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시사저널이 선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선정한 것(전문가 1천5백명)이기 때문에 '약식 인터뷰'를 해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사저널의 기획 기사와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바뀐 것은 없다.
이를 명기해달라"라고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이 나와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심상정 대표의 참모는 미안해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심 대표는 그동안 충분히 의리를 지켰습니다.
이미 이런 일이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가 보여준 진정성을 저는 믿습니다.
<시사저널>을 되찾아 제대로 된 <시사저널> 1000호를 만들고
그때 당당히 심 대표를 초대하겠습니다.
아직 <시사저널> 1000호를 보지 못했는데,
‘살색저널리즘’의 선두주자 <문화일보>에 실린 광고를 보니,
전문가 300인 중 언론 분야 인물은 없네요.
차마 언론분야 영웅을 선발할 염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업 분야 차세대 영웅으로 삼성 이재용 전무를 꼽았네요.
이재용 전무의 무용담이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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