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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깨어나라 고봉순

김미화 마녀사냥에 나선 KBS 임원회의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4. 7.

오늘 언론노조 KBS 본부에서 보내온 성명서인데, 
넘 어이없는 일인 것 같아 올려둡니다.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윤도현·김제동 그리고 김미화, 
KBS에 진정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가?


어제(4월 5일) 김인규 사장이 주재한 KBS 임원회의에서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지적은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형태로 제작현장으로 하달됐다. 4월 3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의 내레이터를 맡은 김미화씨에 대한 지적이었다. 

심의실에서 ‘김미화씨의 내레이션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올라오자 임원회의에서는 아예 김미화씨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로 낙인찍고 선정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심지어 임원회의에서 ‘내레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프로그램의 경우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적임자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구성까지 논의했다. 

국가기간 공영방송 KBS 임원회의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KBS의 임원들이 특정 연예인을 두고 자의적으로 ‘논란의 대상’이라 치부할 만큼 편협한 시각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한심스럽다. 도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김미화씨를 ‘논란의 대상’으로 낙인찍는단 말인가. KBS에 연예인들의 동향이나 성향을 기록해 출연 여부를 가늠하는 블랙리스트라도 존재한단 말인가. 


김미화 출연 금지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추진, 임원회의가 동네복덕방인가

김미화씨는 지난해 12월 2일 방송된 <환경스페셜>의 내레이터를 맡아 심의위원으로부터 “정감있는 따뜻한 목소리로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우리는 임원회의에서 이를 두고 그 어떤 이의가 제기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4개월 동안 김미화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되고 그로 인해 ‘내레이터 선정위원회’까지 논의되는 것을 보며, 도대체 KBS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한심하고 가볍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우리는 이를 웃고 넘길 해프닝으로 볼 수 없다. 이미 사측은 봄개편을 앞두고 이른바 ‘MC선정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내 일부에서 ‘새노조 조합원인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을 많이 맡고 있다’며 근거도 없는 마타도어를 퍼트린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근거해 ‘MC선정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이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라는 해괴망측한 ‘위원회’까지 만들겠다고 하니 차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보복인사에 이은 출연자 숙청…더 이상 KBS를 망치지 말라

심지어 이번 임원회의에서는 4월 2일 방송된 ‘특별기획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라는 프로그램에 명진 스님의 인터뷰가 나간 것조차 “부적절하다는 심의지적이 있었다”며 “객관성있는 섭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명진 스님이 논란이긴 하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저도 기도 열심히 해드리겠습니다”고 종교인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는데도 심의 과정에서 인터뷰 자체를 문제 삼고 임원회의에서까지 이를 중요하게 다루다니 역시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 이러다간 사측이 ‘인터뷰이 선정위원회’까지 만들자고 나서지 않을까 두렵다. 

2008년 이병순 관제사장이 들어선 직후 KBS에서는 윤도현, 정관용, 유창선 등 정권에 밉보인 인사들이 줄줄이 프로그램에서 잘려나가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되었고, 지난해에는 김제동씨도 잘 나가던 프로그램에서 별안간 하차했다. 당시 이미 ‘KBS에 출연자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KBS 안팎에 횡행했다.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확인된 바 없지만, 편협한 시각으로 출연자들을 솎아내는 KBS의 행태는 지탄의 대상이 됐고 KBS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런데 특보사장이 들어선 뒤 눈엣가시인 직원들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또 다시 출연자들에 대한 숙청까지도 이뤄진다면 KBS는 더 이상 수렁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KBS본부는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KBS를 끝없는 수렁으로 몰아넣는 사측의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MC선정위원회’니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니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기구를 만들어 자유롭고 창의적인 프로그램 제작을 방해하는 사측의 시도에 강력 대응할 것이다. 김인규 사장은 더 이상 프로그램을 농단하지 말라.
<끝>

 
2010년 4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