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KBS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보내온 글입니다.
KBS <열린음악회>에서 이병철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녹화했는데,
이에 대해 비판하면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올립니다.
이병철 탄생 100주년 기념 열린음악회,
‘축소은폐’가 김인규 특보사장의 대책인가?
재벌 회장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제작된 <열린음악회>에 대해 네티즌과 시청자의 비판이 거세지자 사측이 궁색한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사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협찬사가 제작한 초대권 등에 KBS의 기획 의도와 다른 일부 문구가 삽입돼 오해를 부른 것 같다”며 뒤늦게 신세계측에 책임을 떠넘겼고, <열린음악회> 담당 CP 또한 “초대권과 팸플릿 제작 및 배포는 부산시와 신세계가 담당하기로 했다”며 “신세계 측이 KBS와 상의 없이” ‘이병철 생일 기념’ 관련 문구를 삽입했다고 주장했다. 마치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협찬처인 신세계에 있다는 식으로 발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가 차는 일이다. KBS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 초대장이 인터넷에 쫙 퍼져있을 뿐 아니라 이번 <열린음악회> 명목상 협찬자인 부산시에서도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부산의 대표적인 기업의 하나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주관한다”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열린음악회>를 유치한 신세계와 부산시는 ‘이병철 생일 기념 음악회’라고 밝혔는데, 정작 <열린음악회>를 제작하는 KBS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다니,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열린음악회> 제작비 중에는 ‘팸플릿, 초대권 제작’ 항목에 600만원이 잡혀 있었다. 문제의 이병철 생일기념 열린음악회의 초대장과 팸플릿이 부산시와 신세계에 의해 일방적으로 배포됐다는 사측의 공식적 해명이 전혀 설득력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문제의 초대장과 팸플릿이 제작비에서 집행되었다면 KBS 예산으로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홍보한 셈이다.
사측의 해명이 궁색한 것이 이뿐만이 아니다. 사장을 최종결재자로 하는 편성제작회의 결과를 보면, 이번 열린음악회가 최초 기획단계에서부터 이병철 생일을 기념하기위해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애초 11차 편제회의에서는 이번 <열린음악회>의 협찬처가 신세계로 명시되어 통과됐다가 1주일만인 12차 편제회의에서는 ‘부산문화관광축제 조직위원회’(부산시)로 바뀌었다. 하지만 실제 협찬은 신세계에 의해 이뤄졌다. 도대체 무슨 검은 내막이 있길래 부산시를 ‘바지 협찬처’로 내세워 ‘협찬금 세탁’을 한 것인가.
한편, 사측은 문제가 불거지고 현장에서 출연가수와 진행자까지 ‘이병철씨 생일’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것이 밝혀지자 “방송과 현장은 다르다”며 방송에서 신세계나 이병철씨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편집하면 그만이라니, 흔한 말로 ‘방송이 장난’인가. <열린음악회>가 동네 어르신 생일잔치도 아니고 정상적인 제작과정이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일 녹화현장에서는 진행자와 출연가수들에게 ‘이병철 생일’과 관련한 코멘트를 하도록 요구하는 담당제작자의 주문이 있었고, 실제로 수천여 청중이 모인 당일 녹화현장에서 MC와 출연가수들은 낯 뜨거운 코멘트를 스스럼없이 행했다고 한다. 신세계에서 협찬금을 받은 것부터 홍보 과정과 실제 녹화에 이르기까지 ‘이병철 생일’을 기념하고자 하는 신세계의 주문이 관철되었는데도 KBS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나중에 편집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이번 <열린음악회>로 KBS는 ‘삼성 사내방송’으로 낙인찍혔고, KBS의 간판프로그램이던 <열린음악회>의 신뢰추락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를 협찬처의 우발적 실수로 축소은폐하려는 김인규 사장에게 요구한다. 더 이상 책임회피식 변명으로 이번 사태를 어물쩡 넘어가려 하지 말라.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병철 생일 기념 <열린음악회>’의 제작과 편성을 최종 결재한 당사자인 김인규 사장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 즉각 편성을 취소하고 공영방송을 ‘삼성 사내방송’으로 격하시킨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 모욕감과 수치심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된 KBS 구성원 앞에도 머리 숙여 사과하라.
2010년 3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고봉순 지키미 게시판 > 깨어나라 고봉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꺼이 '거리의 앵커'가 된 KBS 새노조 조합원들 (12) | 2010.07.06 |
---|---|
김미화 마녀사냥에 나선 KBS 임원회의 (4) | 2010.04.07 |
이것이 진짜 KBS 노조다 (18) | 2010.03.12 |
요즘 KBS 기자들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유 (12) | 2010.01.25 |
KBS 기자와 PD들이 개처럼 끌려나왔습니다 (31) | 2010.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