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방금 중앙대 총학생회에서 동영상 파일이 하나 왔네요.
학교 측이 단식 농성장 천막을 무단 철거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입니다.
어제 중앙대생들이 대학구조조정안에 반대해
타워크레인에 오르고 한강대교 위에 올랐는데 결국 구조조정안이 통과되었다고 하네요.
김일건 부총학생회장이 단식농성 중인데,
학교 직원들이 갑자기 나타나 천막을 철거하려고 했다는군요.
한 학생이 몸을 던져 천막을 지켰는데, 그 처절한 과정을 담은 동영상입니다.
중앙대 총학생회 성명서
중앙대 본부의 구조조정 최종안이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던 어제(4월8일) 오후5시 경, 학교 정문 부근에서 구조조정 반대 활동을 펼치던 총학생회 천막농성장이 본부의 교직원들에 의해 기습, 폭력 철거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일건 부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들이 구조조정 반대 등의 요구를 걸고 4.12일 학생총회를 소집하여 이를 홍보하고 있던 천막으로, 교직원 30여명이 몰려와 순식간에 천막을 무너뜨리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천막을 지키던 총학생회 간부들이 밀려 넘어지거나 천막에 깔리는 등 부상을 입고, 단식농성 중이던 김일건 부총학생회장은 교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천막농성장 밖으로 끌려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일이 있기 직전, 이미 총학생회와 교직원들 간에 천막설치와 관련한 협의가 진행되었던 상황이었던데다, 학생들이 붐비는 시각과 장소에서 교직원들에 폭력을 휘두르며 총학생회의 활동을 가로막은 상황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입니다. 이 날 낮, 한강대교와 고공 크레인 위에서 현수막을 펼친 학생들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본부의 구조조정안을 통과시킨 후 일어난 일이기에 더욱 분노스럽습니다.
총학생회는 최근 더욱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대학본부의 비민주적 행태들과 학생탄압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건에서 폭력행위를 일삼은 교직원들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도 검토할 것입니다.
주> 아래는 어제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던 노영수 학생의 글입니다.
타워크레인 고공시위에 임하여...
독어독문학과 3학년 노영수입니다. 먼저 저의 위험한 행동으로 인하여 심히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학우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지난밤 문과대실천단 내에서 토론하고 합의한 결과를 깨고 개인행동에 나선 것에 대해 독문/불문/일문과학생회장님과 구성원여러분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련의 행동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개인 스스로 부담할 것입니다.
지난 구조조정 최종안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인문학 영역에 대하여 취업률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민 것과 평과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 등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또한 대학본부의 인문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중권교수가 강단을 떠나게 된 것을 봐도 단지 형식적인 자격의 문제가 아니라 비판적 기능 수행을 본질로 하는 인문학 본연의 기능에 대한 몰이해와 반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난HK 부당 탈락 사건을 통해 학생들은 교육부 앞 항의집회, 헌법소원 청구 등 백방으로 구제를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박범훈 총장은 로스쿨사태 때와는 대비되는 모습으로 뒷짐만 질 뿐이었습니다. 정부비판의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에서 1등을 하고도, 4등까지 참여하는 국책 사업에서 배제되었지만 그러고도 외부연구수주액 1위를 한 것은 우리 선생님들의 인문학적, 양심적 학자로서의 근성과 실력을 방증하는 근거입니다.
부당한 징계시도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오늘 오후 4시까지 대학본부의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도 타워크레인에 남게 되거나 이후 연행되는 사정과는 별개로 소환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되어 응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앞서 카우인 게시판을 통해 설명했다시피 저는 카메라를 부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학당국의 채증이 일회적이고 우연적인 결과가아니라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아 수차례 반복된 결과물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상당부분 축적된 당국의 불법에 맞서 저와 학우들의 초상권과 징계위협을 받지 않을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경위에 대하여 다시 설명 드립니다. 덧붙여 카메라에 이미 선명하게 찍힌 저의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가 격분하여 '메롱'이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대학당국과 두산재단에 알립니다. 이번 일로 빚어진 민형사상의 책임과 그에 대한 추궁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두산건설 측에서 민사책임을 묻는다면 그것이 개인에게 혹독한 것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이름으로 감당해내겠습니다.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공사현장에 무단 침입하여 타워크레인을 점거하는 등의 피의사실을 모두 인정할 것입니다. 또한 위의 부당한 징계시도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이 정당한 징계사유가 됨을 인정하고 새로이 소집될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처벌을 받겠습니다.
그러나 평화적 농성에도 불구하고 천막을 강제철거 당했다는 참담한 현실과, 뒤돌아서면 애써 붙인 게시물들이 철거당하는 철저히 억압된 표현의 자유 속에서 신음할 수밖에 없었음을 말씀드리며, 그리하여 억압과 철거로부터 저 높은 곳으로 도피하게 되는 암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우여러분들께 말씀드립니다. 학내 민주주의가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습니다. 우리의 입과 귀가 되는 학내 언론은 철저한 대학 당국의 감시 속에 탄압받고 있고, 우리들의 자유로운 활동과 목소리가 보장되어야 할 대학에선, 학생 자치 탄압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몇 십년을 우리들의 손으로 만들어왔던 새터가 대학당국의 말도 안되는 통보로 인해 일방적으로 폐지된 것이 그러하였고, 새터폐지에 맞서 자체적으로 새터를 진행한 학생들이 징계받는 것이 그러합니다. 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해주어야 할 학교는 ‘학칙’을 족쇄로 하여 우리들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에 항의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인 천막농성도 학교로부터 허가받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19일간의 천막농성은 학교본부의 강제철거로 인해 중단되었고, 저희들은 마지막까지 지켜낸 천막 한 곳을 눈물로 오열하며 스스로 걷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우여러분! 무엇이 우리들을 이러한 악조건의 상황으로 내몰았는지 꼭 알아주십시오. 우리들이 왜 이러한 상황에서 싸워가는지 꼭 알아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이 악전고투 끝에 타워크레인에 올라가게 되는 저의 사정을 꼭 깊이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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