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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리즘'을 옹호하며

<추적60분><KBS스페셜> PD들의 성명서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5. 25.


<추적60분>의 보도본부 이관에 반대한다

-<추적60분> PD들의 입장-


 그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제작본부 내 시사프로그램의 보도본부 이관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PD들은 공식적으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다만 PD와 기자의 협업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그 명분이라는 이야기가 들릴 뿐이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됐던 과거 몇 차례의 PD∙기자 간 협업은 성과보다는 문제점이 많았다. 지금 또다시 제작진과의 협의 과정 없이 추진되는 협업,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PD와 기자는 그동안 건전한 경쟁과 상호긴장을 통해 한국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혀왔다. PD저널리즘은 출입처 탈피를 통한 자유로운 취재와 심층보도를 통해서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하였다. 그런데 <추적60분>의 보도본부 이관은 협업의 효율성만 강조하며 공영방송의 핵심가치이자 역할인 다양한 의견표출 기능을 부정하고 있다.

 우리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무리하게 추진되는 협업이 게이트키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김인규 사장은 몇몇 발언을 통해 PD가 제작하는 시사프로그램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으며 이는 소위 게이트키핑 부재론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생각은 PD저널리즘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 것이며 제작본부 내 CP, 그리고 사장 스스로 임명한 EP, 국장, 본부장을 허수아비로 본다는 말이 된다. 우리들은 <추적60분>의 이관이 KBS 내 사장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결국 <추적60분>을 없애고 장기적으로 PD들로 하여금 시사를 다루지 못하게 하려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1983년에 시작한 <추적60분>은 한국 PD저널리즘의 효시이자 살아있는 역사이고 모든 PD들의 자존심이다. 우리는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거부한다. 그럼에도 경영진이 무리하게 이관을 강행할 경우 발생하는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2010년 5월 24일


<추적60분>PD 일동
박진범 이재정 임현진 박성주 허양재 강윤기 김민희 강지원 김범수 임종윤


더 이상 <KBS스페셜>을 망치지 말라

-KBS스페셜PD들의 입장


현재 KBS내에서 가장 조롱의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KBS스페셜도 그 중 하나일거란 두려움이 앞선다. 선후배의 눈가에 비웃음이 느껴진다. 그런 시선을 느낀 지 한 참 됐다. 


누가 KBS스페셜을 이렇게 만들었나? 

한 때 KBS PD라면 누구나 <KBS스페셜>을 선망하던 시절이 있었다. 치열하게 시대와 역사를 고민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스페셜 방송은 박제화된 고리타분한 프로그램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 나아가 사안의 실체를 외면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왜 우리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나? 왜 우리는 사물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는 편견덩어리, 따라서 개조의 대상으로 재정의 되었나? 

다음은 개별 PD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상부의 지시로 2월부터 지금까지 KBS스페셜로 방송되었거나 KBS스페셜PD가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들이다.


***KBS스페셜 관련 급조된 오더성 아이템들***

2.7. 도시의 탄생
-세종시 관련 구설수 오름
2.28. 김연아스페셜
-2일 만의 긴급제작으로 인한 사실 오류(김연아 선수화 관련한 일본 장인 미화, 아 사다 마오만 추가 취재)로 스페셜의 신뢰도 실추
3.6. 젊은 그들
-교양국 스페셜팀에 제작인원이 6명밖에 없는데도 별도 특집으로 스페셜PD를 3 명이나 차출해 스페셜 제작일정에 크게 혼선 초래
4.3.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
-천안함 침몰(3.26)과 관련해 원인규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모성격의 방송을 해서 많은 논란과 일부 국민의 반발을 초래  
4.4. 천안함 침몰, 9일간의 기록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원인규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 강행해 논란초래.
-다큐3일의 제작진이 해당 프로그램용으로 만든 것을 굳이 KBS스페셜에 방송할 필요가 있었는지 사내 논란 초래   
4.17/18/19. 4.19세대의 증언 다큐멘터리 2편+토론1편
-이미 작년에 기획을 논의한 후에도 손 놓고 있다가 이명박대통령이 연설 등에서 4.19세대의 민주화 업적을 강조한 시점인, 4.19 한 달 전에야 경영진이 제작  지시
4.24(토) 천안함 모금방송
-모금방송의 적절성 논란. 생방송 당시 주로 경찰들만이 출연해 논란
4.27. 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오은선의 꿈과 도전
-스페셜 방송이 아닌데 스페셜PD의 긴급 투입으로 정규 프로그램 제작일정 혼선 초래
5.2. 히말라야 세계 최초 HD생중계, 어떻게 이뤄졌나
-이미 6회나 생중계하고 별도 다큐멘터리까지 방송한 상태에서 3일 만에 급조된 프로그램으로 스페셜의 완성도에 흠집
5. 22. 특별기획 천안함 사건 이후, 앞으로의 과제는?
5. 23. 긴장의 서해, NLL을 생각한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을 이용한다는 논란
-토론프로그램을 굳이 스페셜 시간에 내 스페셜 브랜드가치에 손상



 PD15명(CP 2명 포함)이 최근 2달 간 13편의 오더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도대체 우리가 스페셜PD인가? 5분대기조인가? 우리의 열정을 비웃고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부당한 압력에 분노를 느낀다. 경영진은 반공영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1. KBS스페셜을 정권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

위의 13편 중 9편이 정치적 구설수에 올라있다. 공안정국 조성 논란과 관계된 <천안함>관련 5편, 세종시 관련한 <도시의 탄생>편, 이명박대통령의 연설과 관련된 <4.19세대>3편 등이 그 것이다. 특히 천안함 관련한 KBS의 방송방향은 공안정국조성과 관련해 야권이나 시민단체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공영방송에서 왜 우리가 이런 논란 소지가 있는 방송을 만들어야 하나? 과거에 다른 정권도 이용했으니 지금 정권도 KBS스페셜을 이용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는 것인가? KBS스페셜을 참을 수 없이 가볍게 여기고 권력을 사유화하는 경영진에 엄중히 경고한다. 이제 KBS스페셜팀 PD들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2. KBS스페셜은 오더 소화프로그램이 아니다

위에서 보다시피 오더성으로 제작한 13편 모두 하나같이 구설수에 올랐다. 사장, 부사장, 본부장이 지시한 아이템들일 것이다. 간부들은 말한다.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지난 5월19일(수) 우리 스페셜PD일동이 요청한 면담시간에 제작본부장이 한 말이기도 하다. 

물론 시사다큐멘터리에서 심층성과 시의성의 양 측면이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스페셜PD가 동원된 천안함 방송만 해도 5번이나 되는 현실이 시의성으로 설명이 될까? 또 다른 시의성 아이템인 '상하이 엑스포, 13억 시장의 새로운 변신'편이 5월 1일 엑스포 개막에 맞춰 그 주 5월 9일 방송 예정대로 나가지 못하고, 몇 차례나 시간을 바꾼 끝에 결국 스페셜이 아닌 다른 시간대에 특집으로 방송되는 해프닝은 어떻게 봐야하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장, 부사장, 제작본부장이 스페셜PD이고 실제 PD는 정해진 아이템에 따라 촬영하고 편집만하는 VJ, 편집요원에 불과하다는 자조가 나온다. 장기기획과 명품다큐만이 PD의 살 길이라고 줄 곳 외쳐온 간부진의 외침이 공허할 뿐이다. 모두들 개편 때 이 팀을 떠날 궁리만 하고 있다. PD들이 도저히 기획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일선 PD들이 완전히 배제된 체 아이템 기획을 하는 ‘스페셜위원회’라는 회의체 역시 정체가 의심스럽다. 일선PD들을 배제하고 하는 기획회의의 발상은 도대체 방송의 기역, 니은을 아는 사람들의 행동인가? 
 

3. KBS스페셜PD들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경영진은 우리 PD들을 한 명의 언론인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지시하면 이행하는 한 명의 직원, 샐러리맨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놓고 그 많은 오더성 아이템을 내려보낼 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직장인이기에 앞서 국민에 봉사하는 공영방송의 언론인이다. 이제 누가 KBS스페셜을 망치고, 열정을 갖고 잘해보려는 PD들을 좌절시키는 장본인인지는 자명해졌다.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우리를 정권의 도구나 자신들 정치적 야욕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거부한다. 만약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10년 5월24일

교양제작국 KBS스페셜PD일동 : 공용철, 장성주, 황대준, 정현덕, 이후락, 박건
기획제작국 KBS스페셜PD일동 : 유성문, 윤진규, 이재오, 양홍선, 송웅달, 강성훈, 이호경, 염지선, 남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