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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리즘'을 옹호하며

“4대강 사업에 다른 목적 있다고 볼 충분한 근거 있다” (최승호PD)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8. 25.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이와 관련해 특검까지 이끌어낸 최승호 PD가 ‘4대강, 수심 6m의 비밀’로 또 한번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방송할 내용뿐만 아니라 방송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사내 검증 절차와 법원 심사까지 받고 무리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MBC 김재철 사장은 시사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임원회의를 거쳐 방송 보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자충수였다. 불방 결정으로 오히려 ‘4대강 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촉발되었다.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누리꾼들은 불방을 비난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방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영을 막으려 했던 국토해양부와 MBC 경영진이 오히려 프로그램을 선전한 꼴이 되었다. 

국토해양부는 방송되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단지 관련 보도자료를 돌렸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국토해양부가 전전긍긍하는 것일까? 최승호 PD를 만나서 프로그램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았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원래 목적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방송을 위해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나? 
정상적인 검증 과정을 다 거쳤다. MBC는 국장책임제다. 경영진이 시사하지 않고 국장이 시사  하는데 팀장·동료·PD 등이 참여한다. 팀장은  데스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함께 시사하고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그 다음에 법률 자문을 했다.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지, 팩트가 혹시 모호해서 정정보도 혹은 반론보도 여지가 있는지, 그래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살폈다.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심의실에 대본을 제출해 심의를 끝냈다. 그리고 국토해양부가 방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서 다른 때는 안 거치는 사법부 심사까지 받았다. 역시 통과했다.  

국토해양부가 가처분 신청한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대본을 통해 이뤄졌나?
대본을 갖다 주면 사전검열이 된다. 국토해양부가 자신들의 인터뷰와 관련해서 문제 제기한 부분에 대해 판사가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물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대답했고 판사가 문제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판사는 주로 무엇을 물었나?
홍수 예방 관련 부분이었다. 국토부는 4대강 본류를 파서 홍수위를 낮추겠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본류에서는 홍수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거의 안 일어났다. 대통령도 1년에 4조~5조원이 홍수 피해 복구 예산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거 몇 년 합치면 4대강을 계획할 수 있고 예산이 절감된다고 이야기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경상남도에 통계 자료를 요청해서 봤더니 낙동강 구간에서 일어나는 홍수 피해 액수는 1.3%밖에 안 되고 나머지 98% 이상은 낙동강 본류가 아닌 다른 데서 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해도 98% 이상의 홍수는 계속 난다. 무슨 예산이 절감된다는 것인가. 

국토부는 뭐라고 해명하는가. 
국토부에서는 본류를 파면 지류의 홍수위도 떨어져서 홍수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예방된다고 했다. 판사가 홍수라는 게 폭우가 와서 순간적으로 넘치는 건데 본류가 낮아진다고 해서 영향이 있겠냐고 물으니 국토부 담당자가 답변을 못했다. 다른 것도 그렇고 논리가 없다. 비밀 아닌데 비밀이라고 했다고 트집이나 잡고. 그런 사소한 레토릭 가지고 문제를 삼는다. 본질에 대해서는 전혀 말도 못하고.

이번 불방 사태와 관련해 ‘국장책임제’가 관건이 되는 것 같다.  
언론에는 편집권 독립이라는 원칙이 있다. 이런 원칙이 나오는 이유는 경영자는 그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경영행위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영자가 보도 행위를 경영 행위와 결합하면 경영에 유리한 쪽으로 보도하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러면 보도의 객관성·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노조가 생기고 공정방송 규약으로 국장책임제를 단체협약(단협)에 넣었다. 그 조항 때문에 <PD수첩>이 ‘황우석 보도’도 할 수 있었고 ‘검사와 스폰서’ 편도 방송할 수 있었다. 사장은 국장책임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굳이 본인이 보겠다는 것인데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4대강 편’의 제작 기간이 어느 정도 되는가?
‘검사와 스폰서 2편’ 끝내고 바로 시작했다. 6월 초부터 시작했으니 두 달 정도 한 셈이다. 지난해에도 한 번 다뤘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하다보면 실패해서 돈도 날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연을 영구히 바꾸는 게 문제다.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금수강산을 영구적으로 회복할 수 없도록 변형시키는 것이다. 그런 변형이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바람직한 것인가 깊이 검토해보고 검증해보고 국민이 동의하는지 물어보고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이 정책에 대해서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PD수첩>에서 다뤄야 한다고,  늦기 전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목이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다. 6m를 중요시한 이유가 있나?
낙동강 구간의 경우 전체의 60% 정도가 6m 최소 수심이 적용된다. 그전에 운하사업으로 할 때 이야기했던 6m다. 그러니까 행간에서 말하는 것은 대운하 계획을 변형한 계획이 지금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우리 프로그램에 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2008년 12월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 발표 내용(건설기술연구원 연구용역보고서)과 2009년 4월 4대강살리기 사업추진본부의 마스터플랜 중간발표 내용에 차이가 많다. 이 부분을 주목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 차이가 너무 크다. 자연형 보가 4개였는데 그걸 16개로 늘렸으니까. 게다가 보 높이도 거의 10m 이상이다. 말만 보이지 사실 댐이라고 봐야 한다. 전문가들도 댐이라고 규정한다고 해도 정의상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기는 그런 정도의 크기라고 말한다.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다. 

여기서 핵심이 국토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 있는 태스크포스의 존재 아닌가? 국토부는 존재하기는 했지만 비밀팀은 아니라는 주장이고.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지 비밀팀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공개를 안 하는 것이 비밀 아닌가? 쓸데없는 것 가지고 자꾸 트집을 잡는다.  

어쨌든 팀의 실체는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팀의 존재는 인정했고, 팀 안에서 기본 구상을 만든 것도 인정하고, 다만 논의 과정에서 있었던 내용에 대한 보도를 부정하고 있다.  

팀원 중에 청와대 행정관 2명이 파견되었다는 것도 인정하나? 
그것도 부정한다. 인정하는 부분은 정책점검 차원에서 왔다는 정도이다. 업무협조 정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 행정관 둘 중 한 명은 동지상고 출신이고 한 명은 영포회 멤버라는 것은 확인했나?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안 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이 팀이 보 확대나 대규모 준설 결론을 낸 것은 아니지 않은가?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온 사람이 수심 6m를 관철시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노력은 했지만 수심 6m를 유지하면 변형된 대운하 계획이라는 비판이 비등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수긍을 하고 포기하고 간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2단계로 간 것이다. 그래서 2009년 4월 보고서부터 본격적으로 보나 대규모 준설이 등장하게 된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가, 홍수 예방이 되는가, 친환경적인가.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방송 내용이라고 들었다. 
물 부족, 이것은 허구다. 정부가 내세우는 건 하천유지용수라는 보편 개념이다. 그런데 이게 무의미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라고 얘기한다.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걸 일반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당연히 쓰고 마시는 생활용수나 최소한 농업용수·공업용수를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보기 좋게 강에 가둬놓는다는 것이 4대강 살리기 계획의 실체다. 국민이 놀라지 않을까? 그거였어? 강에 물 채워 넣으면 뭐 할 건데. 할 수 있는 건 배 띄우는 것밖에 없다. 안 그래도 지금 물이 가장 풍부한 4대강에 물을 더 채워놓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게 없다. 실제 물이 부족한 가뭄 지역에 가뭄이 해소되지 않는데 그것을 물 부족 해소라고 하면 맞는 얘기일까? 

홍수 예방효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가?
앞서 얘기했던 대로다. 국민은 4대강 살리기사업을 마치면 홍수가 안 나겠지 하고 생각할 텐데 실제로는 거의 100% 지금까지와 비슷하게 홍수는 나게 되어 있다. 

물 부족도 해결하지 못하고 홍수 조절도 안 되고 그렇다고 친환경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인가?
‘친환경’은 원래 얘기가 안 된다. 강을 다 파서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사업인데 이걸 친환경이라고 하면 말장난일 뿐이다. 대규모 준설로 모래가 했던 자정기능도 사라지게 된다. 

4대강 사업의 연결사업도 문제가 될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리버크루즈 계획, 카지노를 설치한다는 대구시 에코워터폴리스 계획 등 개발사업이 많은데, 전제조건이 물을 채워놓고 배를 띄운다는 것이다. 9월에 정기국회가 열리면 당장 친수구역특별법을 지정해서 강 유역 개발에 나설 것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정부가 홍보를 사실과 반대로 해서 사람들이 낙동강이 한강보다 엄청 더러운 강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낙동강이 훨씬 깨끗하다. 한강 서울 구간과 비교하면 낙동강이 생태적으로도 훨씬 깨끗하다. 정부 자료에 따라서 봐도 그렇다. 그런데 거꾸로 한강이 생태계가 좋기 때문에 낙동강을 한강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방송이 되었다면 오프닝이나 클로징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나?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점검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한번 정말 심도 있게 생각해보자. 그런 검증 과정이 없이 그냥 시작한 정책이라고 해서 그냥 내쳐 달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런 질문을 던지기에 너무 늦지 않았나?  
지금 준설을 한 20% 했다. 20% 팠으니까 이걸 마무리하기 위해서 80% 앞으로 더 파야 하나. 그건 아니지 않나. 추석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 한 번 더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지금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검증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