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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화 괴담' 들어보셨나요?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8. 11.

‘청와대 전화괴담’에 언론사 관계자들이 떨고 있다.

‘프레스 프렌들리’하다는 청와대와 ‘소통’하는 것은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다.

청와대 부탁을 들어줘도 문제고
안 들어줘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자정신의 죽음’을 부르는
‘청와대 전화의 저주’에
언론사 편집국장 기자 PD들이 고통을 겪었다.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간다는 것은 공포영화의 고전적인 설정 중 하나다. 한국 공포영화 <폰>이나 일본 공포영화 <착신아리> 등이 이런 ‘전화 공포’에 기반해서 제작된 대표적인 영화다.


요즘 언론인들에게 공포영화의 전화만큼 공포스러운 전화가 있다. 바로 청와대에서 걸려오는 전화다. 청와대 전화를 받은 언론인에게 화가 미치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고 부탁을 들어줘도 화가 미치고 들어주지 않아도 화가 미친다는 ‘청와대 전화 괴담’이 언론계에 퍼지고 있다.


청와대의 전화 부탁을 받고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비서관의 논문표절관련 후속 기사를 누락시켰던 국민일보는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화를 당했다. 청와대 청탁을 들어준 것에 대해 기자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동반 사퇴해야 했다. 


후임 편집국장에게 다시 청와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었다. 이 대변인은 전화를 걸어 부인 명의의 농지를 매입하면서 농지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대리 제출했다는 내용의 국민일보 기사를 누락시켰다. 노조가 강하게 항의하자 며칠 뒤 문제 기사는 게재되었다. 노조는 이번에도 편집국장 사퇴를 요구했다(편집국장이 공개 사과를 하고서야 노조는 사퇴 요구를 거두었다).


‘기자정신의 죽음’을 부르는 이 대변인의 전화는 계속되었다. 다음은 <코리아타임즈> 편집국장이었다. 청와대 출입인 김연세 기자가 한-미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보도유예 요청을 폭로하자 역시 이 대변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걸려온 전화였지만 역시 화를 입는 사람이 나왔다. 이번에는 편집국장이 아니라 해당 기자였다. 김 기자는 난데없이 스포츠부로 발령이 나자 이에 항의해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한 감사원 직원은 EBS에 전화를 걸어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한 <지식채널e>에 대해 ‘문의’했다. 이 ‘문의’ 전화를 받고 EBS는 해당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않았다가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방영했다. 그러나 역시 담당 PD에게 후한이 미쳤다. 지난 8월1일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김진혁PD는 본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식채널e> 팀에서 제외되었다. 


<PD수첩> 메인작가인 김은희 작가는 지난 4월 ‘광우병편’ 방영 직전 청와대 언론2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문의’ 전화를 받았다. 김 작가는 전화를 건 청와대 행정관이 ‘정치공세’ ‘선동’ 등의 표현을 쓰며 위험성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전화를 받고 김 작가와 제작진은 정권교체를 실감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이런 전화가 과연 자연스러운 것인가? 이런 전화가 문제시되지 않는 현실이 더 문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PD수첩> 제작진이 정권교체를 제대로 실감한 것은 한참이 지난 뒤였다. 제작진은 정권교체가 되기 전처럼 청와대 전화를 받고도 개의치 않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하지만 혹독한 댓가를 치러야 했다. <PD수첩>은 지금 정부기관으로부터 난타당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검찰의 집중 수사와 각종 민사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독설닷컴>에도 조만간 청와대에서 전화가 걸려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전화가 오면 받아야 될까, 말아야 될까? 부탁을 하면 들어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화가 미치지 않을까? 일단 녹음하면서 천천히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