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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춘 지키미 게시판/김은희 여사 헌정 게시판

<PD수첩> 메인작가를 검찰이 수사하게 만든 사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3. 6.

오늘 <PD수첩> '광우병편'의
메인 작가였던 김은희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PD수첩>이 '한국 PD대상'을 받은 것을
알리려는 전화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검찰이 <PD수첩>을 재조사하면서
자신도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알아보니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이
작가를 포함해서 고소했더군요.)

어이 5백년 없었습니다.
정말 검찰이 제정신이 아닌가봅니다.
작가까지 수사하다니요.
이러다가 '광우병편'을 본 시청자들까지 수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광우병편'을 제작했던 이춘근 PD와 김보슬 PD.



정말 어이가 없는 것은 제가 쓴 글이 검찰에 김은희 작가를 신고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의 어이 없는 수사에 대해서 '독설닷컴'에 포스팅하면서 검찰이 방송의 '방'자도 모르는 사례로 참고인 조사에서 <PD수첩> 메인작가인 김은희 작가를 빼놓은 것을 지적했습니다.
메인작가의 중요성도 모르면서 무슨 수사를 하느냐는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메인작가까지 수사하는 것으로 답을 하네요.


관련 포스팅입니다.
2008/08/07 - [마봉춘 지키미 게시판/PD수첩 살리기 특설링] - 검찰의 헛다리 수사, "여기가 아닌가벼~~~"
2008/08/06 - [마봉춘 지키미 게시판/PD수첩 살리기 특설링] - (속보) 청와대가 작가에게 '압력' 전화 했었다
2008/07/30 - [마봉춘 지키미 게시판/PD수첩 살리기 특설링] - 김은희 작가가 작성한 원본글


정말 어이 없습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광우병편'을 시청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불온한 시민으로 찍혀서 처벌받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이런식으로 수사한다면 엄기영 사장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그리고 정수장학회 실소유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까지 수사하겠다고 덤비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작가도 수사하는데 카메라 감독은 왜 수사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이로서 김은희 작가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전문 작가로서 두 가지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청와대의 압력 전화를 직접 받은 최초의 작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피소되어 검찰에 수사를 당한 최초의 작가라는 것입니다.
제발,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처벌되는 최초의 작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작가 이메일과 통화내역이 감청되고 검찰 수사를 받은 사례는 한 번 더 있었습니다. 바로 작년,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조사할 때 관련 프로그램 만든 '뉴스 후'팀 작가가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광우병편'을 제작한 <PD수첩>팀은 PD들에게 최고의 상이라 할 수 있는 '한국 PD 대상'을 받습니다. 
마감이라 바쁘지만 잠시 들러서 축하해 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상의 댓가가 혹독할 것 같습니다. 
검찰이 시상식 장에서 강제 구인을 할까 두렵습니다. 


검찰의 김은희 작가 수사에 항의하는 한국방송작가협회의 성명서를 올립니다.
천천히 읽어보시고 이 어이 없는 상황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피디수첩> 작가 수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


MBC 피디수첩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다. 검찰은 피디수첩 제작진의 이메일, 통화 내역 등을 압수 조사하는 등 강제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이에 앞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은 4일 피디수첩 피디 6명과 작가 2명을 명시하여 명예훼손 혐의로 새롭게 고소했다.

이에 우리는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 파장으로 정부가 방송작가를 고소한 사례가 실로 전대미문의 일임을 주목한다. 또한 이러한 사례가 궁극적으로 작가에게 부여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시사프로그램의 목표는 사회적 공익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어느 일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피고소된 작가에게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해당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부처장과 실무 담당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시사프로그램의 중요한 영역의 하나가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인 바 프로그램의 내용이 해당부처의 정책 방향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것은 국민이 그 부처에 위탁한 공적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에 대한 ‘비판’으로 보아야 하지 일개인의 인격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므로 시사프로그램들이 그 속성상 무수히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해왔음에도, 그 때문에 해당 정부 당국자가 방송작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례는 방송사상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지난 6개월간 5명의 검사로 전담팀을 꾸리고 피디수첩을 수사했던 주임검사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보도가 정부 비판에 모아졌고,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바 있지 않는가. 그는 “이번 수사는 검찰 권력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침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소신을 밝히고 지난 1월 사표를 냈다.

우리 방송작가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미디어 강국, 방송 선진국이 되기를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체에서 프로그램 영역에 대한 선진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세계 수준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 수준의 언론관, 방송관이 필요한 것이다. 방송은 ‘사회와의 대화’이며 저 혼자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양심과 공익의 기준에 따라 프로그램을 집필한 작가들이 정치논리에 의해 고소고발되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후진적이라고 본다.

더욱이 지금이 어떤 때인가. 지금은 과거에 매달릴 때가 아니라 국민의 힘을 통합하여 함께 미래를 개척해야 할 실로 엄중한 시기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힘을 낭비하고 분열시킬 뿐, 그 결과로써 어떠한 유익도 예견되지 않는,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근본적으로 종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09. 3. 6
한국방송작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