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 교양 작가들이
'언론노조 총파업' 지지 성명을 냈습니다.
간단하게 성명 한 장 냈다고 하실 지 모르지만
이것은 비정규직인 이들에게 엄청난 용단입니다.
만약 MBC가 조중동에 넘어가면,
재벌에가 팔려가면,
이 리스트는 '살생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조중동은
'구성작가들도 밥그릇 지키기에 동참해'라고
이들의 용단을 폄훼할 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들의 진심을 알아줍시다.
MBC 시사교양 작가들은
언론노조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겨울은 ‘눈물의 계절’입니다. 추위에 얼고, 마음이 추워 울고, 내일이 불안한 사람들의 눈물이 많아지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겨울이 되면 우리의 카메라는, 우리의 PD들은, 그 눈물을 향해 찬 거리로 나서곤 했습니다.
이 겨울, PD들은 또다시 찬 거리에 서있습니다. 그들의 손엔 카메라 대신 피켓이 들려있습니다. 인터뷰 질문 대신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지금 그들의 관심사는 ‘추운 사람들’이 아니라 ‘방송장악 저지’입니다. ‘재벌방송 반대, 조중동 방송 반대’입니다. 어느 해보다 눈물이 많을 이 겨울, 카메라와 마이크는 그 눈물을 향할 여력이 없습니다.
지금 거의 모든 언론의 시선은 사상 초유의 언론노조 총파업 현장에, 과거 유례없는 악법들을 통과시키고자 혈안이 된 국회에 쏠려있습니다. 언론의 관심을 가장 필요로 하는 때, 언론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 때문에 작가들은 이 겨울 더욱 마음이 시립니다. 국민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웃게 해주던 <무한도전>의 결방만큼이나, 우리는 다가올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의 공백이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MBC 시사교양작가들은 언론노조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다시는 저 거리의 추운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음을 예감하기 때문입니다. PD들이 마땅히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영영 잃을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우리는 지난 1년간의 뼈아픈 경험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최 일선에 서 있던 우리에게, 지난 1년은 자본권력이 지배하고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언론권력이 장악한 방송의 미래가 어떠할지를 비감하기에 차고도 넘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집권여당이 ‘경제·산업 논리’를 앞세워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언론법이란, 결국 정치권력을 동원해 재벌과 보수 신문들에게 지상파 방송을 넘겨주겠다는 노골적인 의도에 다름 아닙니다. 저 언론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그것은 곧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자본, 정치, 언론권력이 거꾸로 언론을 지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게 됨을 의미합니다. 공영방송이라는 기치 아래 오직 언론인으로서의 양심과 상식에 의거해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던 지난날과는 판이하게 다른 제작환경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로 나타날 프로그램이 어떠할지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 작가들이기에, 파업 현장에서 들려오는 저 구호들이 사무치고 절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논리만이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통용됐다면, <MBC스페셜>은 지구 온난화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2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북극의 눈물’을 만들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구촌의 인권과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 시사프로그램 <W> 역시 ‘고환율 시대, 해외 제작비 절감’이라는 암초에 부딪쳐 이미 좌초했을 지도 모릅니다.
대기업이 방송사의 주인이 되는 순간, 생활환경감시프로그램 <불만제로>는 더 이상 이윤을 목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들의 횡포를 문제 삼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 보수언론들이 MBC를 소유하게 된다면, 18년 역사의 한 시사프로그램이 폐지 일 순위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겠지요. 정권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일관되게 정치·자본·언론 권력을 감시·비판해왔던, 한편으로 우리사회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왔던 <PD수첩>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제 역할을 못하거나 폐지된 후, 그 자리를 어떤 프로그램들이 대신하게 될 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이라는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 작가로서, 우리는 두렵습니다. 차디 찬 현실에 눈을 감아야 할지도 모를 미래가, 두렵습니다. 언론인의 원칙과 양심을 외면해야 하는 날이 올까, 정치권력과 사주의 입맛에 맞춰 자기검열이 일상화된 글을 쓰는 작가가 될까, 그것이 두렵습니다.
최근 경제 불황 여파를 맞아 제작비 대폭 삭감의 위기를 앞에 두고, 프로그램의 질을 희생하느니 차라리 월급을 깎으라던 한 PD의 말을 기억합니다. 파업 전야에 당분간 월급을 갖다 줄 수 없음을 알리며 가족들에게 미리 미안하다고 말했다는 어느 PD의 이야기도 기억합니다. 오히려 파업기간에 원고료 지급이 중단될 작가들을 걱정하던 그들입니다. ‘공영방송’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잠시 현업을 접고 찬 거리로 나선 언론인들을 가리켜 ‘자사 이기주의’라고 왜곡하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 시간과 지면을 아껴 차라리 자신들의 야욕을 솔직히 드러내는 편이 국민 앞에 그나마 덜 부끄러운 일일 거라는 얘길 전하고 싶습니다.
비록 파업 현장에 함께 할 수 없는 프리랜서의 신분이지만, 방송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로서 MBC 시사교양 작가들은 언론노조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더불어 우리의 방송 동료들이 하루빨리 돌아와 정작 그들이 있어야 할 현장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웃고, 울고, 한숨을 내쉬고, 분노하며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국 언론의 미래가 걸린 이 싸움에 지지 않기 위해 미약하나마 보태야 할 힘이 필요하다면, 우리 작가들도 그 길에 함께 나서겠습니다.
2008.12.30
MBC 구성작가협의회 작가 일동
고 은 고혜림 고희갑 김보라 김보미 김세진 김은희 김정은 김정은 김주현 김주희 김초희 김한나 김현정 김현필 남혜영 노경희 노진아 류민경 문소영 박수진 박혜성 백정현 백종숙 백진주 서혜령 석영경 성이정 신해연 안지연 양유진 양재란 오명선 유 정 윤혜정 윤희영 이선영 이소영 이수진 이순남 이주희 이아미 임소진 임승연 장은정 장희은 전미진 정재홍 조희정 최은하 황가영 황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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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구성작가협의회'는 시사교양국 작가들로 이루어진 협의체입니다.
메인작가들뿐 아니라 꼭지작가, 보조작가들까지 교양국 내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작가들이 가입된 협의체입니다.
이 리스트는 작가 한명 한명의 서명을 받아 작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1992년 MBC 파업 때도 교양작가들이 지지 성명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 성명서가 작가들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최초의 성명서였습니다.
당시 몇몇 언론에 보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피디수첩 사태 당시 각 사 시사프로그램 작가들이 연명해 방통위에 의견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독설닷컴'이 '언론노조 총파업'을
'문자 생중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12월30일) 중계 일정입니다.
제1부(14시~15시30분) : 언론노조 1박2일 투쟁 전체 집회
제2부(17시~18시30분) : MBC 노조 '블로거간담회'
제3부(19시~자정 무렵) : 제3부 언론장악 저지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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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0일(화요일) '언론노조 총파업 블로거 특별취재팀' 취재 일정 공지합니다.
프로젝트 인턴분들은 아래 취재 일정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4시 : 언론노조 전체 집회 -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국민일보 건물 앞
17시 : MBC노조 블로거 간담회 - MBC 본사 1층 노조 사무실
19시 : 촛불문화제 -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국민일보 건물 앞
현장 취재를 오실 블로거분은 gosisain@gmail.com으로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현장에서 서로 뵐 수 있도록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독설닷컴카페(cafe.daum.net/poisonstory)로 들어오시면
더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지켜보시다, 여차하면 현장으로 나오십시오. 감동 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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