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팠다.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살기 힘드니 포기하라는 말도 들었다.
온 집안을 덮은 슬픔과 절망.
어머니는 눈물을 꾹 참으시면서 곁을 지키셨다.
작은 희망의 불씨를 스스로 만들어 꺼지지 않게 지키셨다.
수차례의 입술을 깨물 힘도 남겨주지 않는 항암 치료의 고통,
하지만 어머니가 옆에 있기에 버티어간다.
골수이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끔찍한 단어는,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더 기쁠 게 없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조금씩 나는 머리카락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이제는 화장을 잘만 하면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다.
이제 얼굴의 미소는 더이상 남들만의 소유물은 아닌 듯하다.
'心봉사’ 눈 뜨게 하는 감성 회복 캠페인, 아름다운 시선
삼일제약과 <시사IN>이 공동 기획한 감성 회복 캠페인 ‘EYE2O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선(이하 아름다운 시선)’을 소개합니다. 연간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아름다운 시선’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우리 사회에 ‘조용한 울림’을 주고 있는 이 캠페인의 성과를 탁현민(아름다운 시선 캠페인 총괄 기획자)씨와 함께 ‘중간 평가’ 했습니다(시사IN에서는 제가 이 캠페인 담당입니다).
삼일제약은 ‘육체의 눈’을 치료하는 약을 주로 만드는 회사입니다. 육체의 눈을 낫게 해주는 약을 팔아 번 돈으로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캠페인을 해서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로 ‘아름다운 시선’은 기획되었습니다. 이 캠페인은 현대인이 육체의 눈은 멀쩡하지만 마음의 눈은 멀어 있는 ‘심(心)봉사’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아름다운 시선’ 캠페인에는 가수 윤도현과 배우 윤은혜 같은 대중 연예인을 비롯해 소설가 이외수, 시인 도종환, 판화가 이철수, 사진가 김중만 등 문화예술인과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허강 삼일제약 회장, 손혜원 브랜드 디자이너, 심실 유엔 세계무역기구 홍보대사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 중입니다. 그동안 삼일제약은 ‘아름다운 시선’ 자문위원과 함께 하는 캠페인 행사를 진행했고 <시사IN>은 이들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제가 인터뷰에 동참한 이외수 이철수 김중만 선생 인터뷰는 <독설닷컴>에도 포스팅 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외수·윤도현·손혜원·도종환·이철수·김중만 씨가 캠페인 행사와 인터뷰에 참여해주었습니다. 2월에는 윤도현씨의 감성 콘서트가, 3월에는 손혜원씨의 브랜드&디자인 특강이, 4월에는 도종환 시인의 시 합평회가, 5월에는 이철수 화백의 판화 교실이 열렸습니다. 하반기에는 윤은혜·신영복·허강·심실 씨 등과 더불어 캠페인 및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 7월에 진행된 행사는 사진가 김중만 선생을 모델로 세우는 ‘아름다운 시선 만들기’ 프로젝트였습니다. 김 선생은 사진가의 길에 들어선 후학을 위해 사진 찍는 법에 관해 특강을 해주고 스스로 모델로 나서기도 했습니다(인터뷰 말미에 모델로 서달라는 부탁을 드렸는데 김중만 선생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재밌겠다’ 한 마디로 ‘김중만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름다운 시선 만들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김중만 선생을 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 선생은 자신을 촬영한 예비 사진가 중 5명을 골라 그의 캐논 카메라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예비 사진가들은 한 달 동안 김중만 선생의 카메라로 작품 활동을 하며 프로 사진가의 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김 선생은 “이 카메라가 재능을 전해줄 수는 없지만 재능이 발휘되도록 자극할 수는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예비 사진가 이준기씨는 김중만 선생의 카메라로 항암 치료 중인 여성과 그녀의 어머니를 담았습니다. 이준기씨는 김 선생의 카메라를 대여받은 5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혈액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인 한 여성과 그녀의 어머니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모녀가 나눈 마음의 대화를 채록했습니다. 그의 사진과 대화는 ‘아름다운 시선’이 거둔 최고의 성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준기씨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많이 아팠다.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살기 힘드니 포기하라는 말도 들었다.
온 집안을 덮은 슬픔과 절망.
어머니는 눈물을 꾹 참으시면서 곁을 지키셨다.
작은 희망의 불씨를 스스로 만들어 꺼지지 않게 지키셨다.
수차례의 입술을 깨물 힘도 남겨주지 않는 항암 치료의 고통,
하지만 어머니가 옆에 있기에 버티어간다.
골수이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끔찍한 단어는,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더 기쁠 게 없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조금씩 나는 머리카락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이제는 화장을 잘만 하면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다.
이제 얼굴의 미소는 더이상 남들만의 소유물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이준기씨는 자신의 느낌을 짧게 메모했습니다.
담고 싶었다.
조금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럴 수 없다.
모처럼 다가온, 힘겹게 찾아온, 행복과 안도와 기쁨이라는, 그간 감겨있었던
하지만 이제는 가늘게 뜬,
그들의 마음의 눈을 다시 닫게 하고 싶지 않다. 조금도.
아니, 활짝 열도록 돕고 싶다.
내가 할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시선’은 큰 반향을 일으키는 캠페인은 아닙니다.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시선’이 던진 화두는 조용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캠페인을 접한 사람들은 조금씩 감성에 눈을 떠가고 있습니다. 이준기씨의 사진은 ‘아름다운 시선’이 거둔 작지만 위대한 성과라는 생각에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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