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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이 만난 사람/아름다운 시선 캠페인

내가 좌파교수와 재벌을 맺어주는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27.



“좌파 교수와 재벌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때
세상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소셜 코디네이터 심실 인터뷰




주) 이 인터뷰는 탁현민(아름다운시선 캠페인 총괄 기획자)씨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삼일제약과 <시사IN>이 공동 기획한 감성 회복 캠페인 ‘삼일제약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선’에서 이번 달에 만난 사람은 심실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 회장이다. '아름다운시선'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심 회장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그녀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면 '재벌가와 좌파교수를 연결시켜주는 중매쟁이' 정도가 될 것이다.


'소셜 코디네이터'를 자처하는 심 회장은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정년퇴임식장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데리고 가는 등 이질적인 두 집단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수십여 가지의 봉사활동에 관여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판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 심 회장을 만나보았다.



- 이번에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인문학습원장이 주최한, 'CEO를 위한 인문학'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의 기획을 함께 했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등 CEO 7명 정도를 내가 섭외했다. 그들에게 절실한 강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부 정말 열심히들 한다. 출석률이 90%가 넘는다.



- 신영복 원장이 성공회대를 정년퇴임할 때도 퇴임 콘서트장에 재벌이나 CEO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나? 바쁜 사람들을 쉽게 섭외하는 비결이 무엇인가?

그들이 경험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심실이 부르면 갈만한 곳이다'라고 믿고 오는 것이다. 내가 정치를 하려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인생을 통해서 검증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일을 재미있게 한다’는 것이 내 방식에 동의해서 동참한 것이다.



- 지난해 정운찬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선언도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날 밤에 정 전 총장 제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내일 아침에 하려고 하니 준비해달라는 것이었다. 성공회대 가서 마이크 빌리고 기자회견장 꾸미고 기자회견 뒤에 정 전 총장이 기자들을 피해 제자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곳까지 직접 모셔다 드리는 일까지 직접 다 했다. 



- 신영복 원장과 정운찬 전 총장과는 어떤 인연인가?

둘 다 어렸을 적부터 잘 알았다. 우리 집안과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신 원장님은 부모님과도 잘 통하셔서 우리 집안의 소통을 매끄럽게 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주셨다. 정운찬 전 총장은 오빠들이 본받을 선배로 잘 따랐는데 나도 이런저런 영향을 많이 받았다.



- 주변 인물 중에 CEO나 재벌 대학 총장 신문사 사장 등 유명인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유명한 사람과 친하게 된 것이 아니라 친한 사람이 유명해졌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친한 사람들이 어느덧 CEO가 혹은 재벌 회장이 되어 있었고 대학 총장이, 신문사 사장이 되어 있었다.



- 그런 유명인을 이끌고 봉사활동 등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을 해왔나?

하나하나 꼽기는 그렇고, 그냥 그들이 나누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두자. 일전에 강정원 국민은행 행장을 설득해서 청소년 하늘극장을 짓는데 30억원을 지원하게 했는데, 본인도 나중에는 무척 잘한 일이라고 뿌듯해 하더라. 내 역할은 ‘소셜 코디네이터’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 '소셜 코디네이터'라는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20여년 전 아버님의 간 이식 수술을 위해서 미국 네브라스카대학에 갔었다. 12시간의 수술 동안 한 시간 마다 나와서 수술 진척과 환자 상태를 설명해주는 코디네이터가 있었다. 유려하고 상세하게 설명을 했는데 애간장이 타는 가족들에게 정말 천사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사회 각 영역을 연결시켜주는 '소셜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소셜 코디네이터’로 여러 가지 ‘뒷공작’을 많이 하는데, 한 일에 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자리를 잘 안 맡아서 일 것이다. 자리를 맡고 하면 나중에 꼭 탈이 난다. 내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그냥 내 만족을 위해서 한다.



- 만족스러운가?

기쁨은 나눠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살아있다’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자란 방식이 있어서 못 먹고 못 씻고 그러면서 봉사하는 것까지는 못한다. 그냥 내 방식대로 도울 방식을 찾는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필요에 응해주면 어느덧 그가 내가 필요로 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것이 재밌다.




- 성공회대 후원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진보적인 성공회대와 CEO 혹은 재벌을 연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사실 양쪽 다 나를 불편하게 한다. 나는 성공회대 가도 힘들고 재벌가 사람들을 만나도 힘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게 둘을 만나게 하는 일은 재미가 있다. 나는 가진 자의 막연한 두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 두려움을 해소시켜주면 그들은 따른다.



- 서로 성향이 다른 두 그룹이 만나게 되었을 때 얘기치 못한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을 소주에 붙일 때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브랜드디자이너 손혜원씨가 친구인데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그런데 신영복 원장이나 두산그룹이나 모두 꺼렸다. 신영복 선생님을 설득했고 설득할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친구인 두산그룹 박용만 부회장에게 성공회대에 장학금을 기부하라고 설득했다. 박 부회장이 ‘좌파교수라 부담스럽다’고 하는 것을 ‘그것은 나를 모욕하는 것이다. 내가 빨갱이냐. 내가 빨갱이가 아닌 것처럼 그 분도 빨갱이가 아니다’라고 설득해서 장학금을 이끌어냈다. 



- 본인도 재벌2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경련 부회장을 역임한 고 심상준 재동산업 회장이 아버지다. 원양어업을 개척하신 분인데, 지금 동원산업 회장이 아버지 회사의 선장이었다. '참치'라는 말을 만들어내신 분이다. 뒤에 수산개발공사로 합병되었는데, 선친이 작고하시기 전 정리하셨다.



- 아버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한옥을 한 채 지어 놓고 외국 바이어들의 게스트하우스로 쓰셨다. 한복을 입고 한옥에서 한식을 대접하셨다. 대들보 하나를 삼십분 동안 설명하실 정도로 열정적이셨다. 바이어들이 며칠 묵고 가면 곧 계약이 성사되었다.



- 최근에 벌이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미스 월드의 비무장지대 패션쇼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이 이벤트를 성사시키면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미인대회가 명분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경색된 남북관계도 호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