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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은비' 사건에 대한 의사의 또 다른 소견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7. 1.

한 20대 여성이 오피스텔에서 고양이를 학대하다 10층에서 떨어뜨려 죽였다는
'강남 은비' 사건이 화제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사체 검안을 많이 해보신 의사 한 분이 '독설닷컴'에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전체적인 의견은 10층에서 떨어뜨린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때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일단 피해고양이 주인이나 목격자의 진술은 가해자가 10층에서 떨어뜨렸다, 
라고 생각할만큼의 충분한 정황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명백히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이 글이 절대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10층에서 떨어뜨려 죽였느냐 하는 부분만 검증한 것입니다. 

참고로 이분은 사체 검안을 자주 하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시기 때문에 고양이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사체에서 벌어지는 일반 특성을 통해서 유추하신 것입니다. 

또한 직접 은비 사체를 보고 판단하신 것이 아니라 
사진 등 자료를 보고 판단하신 것이니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도 유념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강남 은비 사건은 동물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학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환기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맥락으로 이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글 -  무명 의사 


은비의 죽음과 관련된 의문점

http://blog.naver.com/yhsera/130088741139
링크 페이지를 기준으로 하나씩 설명하겠습니다.


1. 첫 번째 처음 발견당시 고양이의 상태와 동물병원에서 찍은 고양이의 사진을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박스안에 가득차는 모양이의 크기로 보아 최소한 몸무게가 2-4kg은 될 것입니다. 또한 28일자 SBS 8시 뉴스에 의하면 해당 고양이는 10층에서 아래 아스팔트 바닥으로 곧장 떨어졌다고 합니다. 10층 높이면 최소한 18-20m 정도는 될 것 같은데 (원룸의 특성상 복층이라면 더 높겠지요) 이 정도면 보통 의료계에서는 High energy Trauma라고 부르죠.... 비록 고양이라 몸무게가 가볍고, 털이 많기 때문에 저항이 더 크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주장처럼 숨만 붙은 상태에서 10층 높이에서 떨어졌다면 그야말로 아무런 반사 없이 벽돌처럼 떨어졌을텐데... 그렇게 고에너지 손상을 입은 시체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런 고에너지 손상의 경우엔 두개골 파열과 대량출혈등이 따라야 할 텐데 외견상 보았을때 출혈이 구강주위에서 약간 보일뿐 다량출혈의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또한 얼굴이 거의 뭉게졌다고 주장하나 사진상에서는 평소의 얼굴과 그다지 큰 차이가 나 보이진 않습니다. 

2. 두 번째 엑스레이 사진을 주목해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두장의 엑스레이가 겹쳐있는 고양이의 사진의 앞쪽 머리쪽을 보면 얼핏봐도 저명한 두개골 골절상이 보입니다. 또한 사진이 흐린것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경추 손상인듯 보이는 음영도 보입니다. 하악골절상역시 또렷히 보이구요.... 뒤쪽 사진을 보면 하지 골절상으로 보이는 것이 있으며, 골반은 확인이 되질 않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아마도 Cause of Death일 듯한 두개골 골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경추 손상이 맞다면 이 역시 COD가 될 수 있으나 사진이 흐릿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후지골절과 골반골절, 하악골절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15일 새벽에 고양이를 떨어뜨려서, 16일 찾고, 17일 오전에 전화 제보를 받고 고양이를 확인하러 갔다고 합니다. 즉 최소한 고양이는 48시간 이상 화단에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서울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15일 평균기온 24.4 최고 29.7, 최저 20.7도 였으며, 16일에는 평균기온 22.3, 최고 25.6, 최저 20.2, 17에는 평균 24.0, 최고 27.6, 최저 20.9 였으며 사건 전날인 14일과 16일은 비가 왔었습니다. (14일 강수량 10.5mm, 16일 강수량 0.5mm) 즉 사체의 부패에 최적의 상태에서 최소 48시간 이상 방치되어있던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체의 부패상태가 이와 같을 수 가 없습니다. 복부 엑스레이 사진을 보았을때 창자에 가스가 차있는 형상은 보이나 기타부위에 부패가스가 차있는 것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또한 고층에서 떨어졌을때 일반적으로 장손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엑스레이로 보이는 가스형상은 거의 완전한 장과 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패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중 기온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최적 부패기온은 20-30도 사이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최적의 날씨에 48시간 이상 방치되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마리의 곤충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통 집파리나 금파리는 10-24시간이내에 부화합니다. 또한 이들은 Fresh meat을 좋아하기 때문에 눈이나 코, 입등에 산란하여 구더기가 생기므로 일반적으로 잘 관찰이 됩니다. 그런데.... 전혀 그런 흔적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문자 그대로 “개미”한마리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병원에서 찍은 해당고양이의 사진을 보면 하얀 포위에 피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고양이는 48시간 이상 방치되어있던 고양이로 체내 혈액이 모두 굳어있을 것인데 Blood drop이 있음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만 부패로 인한 부패액이 역류하여 혈흔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주로 복강내 가스가 충만하여 복부와 흉부의 부패액을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고양이의 엑스레이 사진에는 그런 형상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폐가 매우 과팽창된 듯이 보이고, 위과 장에 가스가 차 있는 형상이 보이긴 하지만 복부내 압력이 일정정도 이상 올라가면 휭경막이 상승되어야 맞는데 일반 고양이의 휭경막 위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3. 세 번째로 이해가 가지 않는 목격자.

 글에 의하면 목격자는 새벽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중 병 같은 것이 떨어진 소리를 듣고 그쪽을 쳐다봤는데 고양이가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해당 고양이의 색깔은 흰색에서 회색 사이쯤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예상추락시간은 새벽 4-6시 사이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벽에 흰 고양이가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그것도 땅에 있는 병같은 것을 찾기 위해 시선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10층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정확히 지목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설사 10층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은 6-7층이 넘어가는 층은 잘 구분하질 못합니다. 그나마도 새벽시간에 흰 고양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쉽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10층 피의자 집 언저리를 지목했다는 것은 얼핏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4. 네 번째로 수의사에 의한 부검을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TOD (time of death)와 COD (Cause of Death)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부검의 가장 중요한 것이 identify, TOD, COD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얼핏 납득하기가 힘듭니다. 또한 후지골절에 대해서 “맞아서 생긴 것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고양이 시체가 10층에서 떨어진 것에 대한 반론이 있었습니다. 고양이라는 동물이 고층에서 떨어지고도 다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공중에서 자세를 잘 잡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깐요. 그러나 만약 고양이가 공중에서 자세를 잡았다면 “반죽음상태로 맞고 창밖으로 내던져진 고양이”라는 가정은 틀린 것이 됩니다. 또한 후지골절이 있는 상태에서 설사 자세를 잡았다 하더라도 해당 부위가 멀쩡하긴 힘들 것입니다. 

 5. 다섯째로 사후강직양상이 이상합니다. 

 고양이의 첫 번째 사진을 보면 이 고양이는 고개를 약간 아래로 하고 왼쪽 앞발이 앞이며 오른쪽 발이 뒤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는 음료수 병이 있습니다. 그 아래 박스안에 있는 고양이의 사진을 보면 거의 비슷한 양상의 자세로 박스 벽에 기대어 져있는 것이 보입니다. 즉.... 이 시간까지 사후강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사후강직은 1-2시간 이내에 일어나서 악관절에서 시작하여 전신에 출현하며 여름철의 경우엔 24-36시간이면 소실됩니다. 또한 이 고양이 시체가 노출되어있던 환경상황에서는 부패가 촉진되었을 것이므로 (실제로 고양이의 사진은 그렇지 않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강직은 더 빠른 시간에 풀어졌어야 합니다. 

 또 재밌는 것은 수의사가 고양이를 부검하기 위해 테이블에 올려놓은 사진인데 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습니다. 또한 허리가 약간 구부정해진 것이 보입니다. 즉 이 무렵에 사후 강직이 풀렸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 고양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야 비로소 24-36시간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온도가 부패에 적절한 상황이었다면 9-12시간 이내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이 사후강직은 근육의 양에 의해 조절이 되기 때문에 사람보다 더 작고, 운동량이 일반 고양이보다 훨씬 적은 집고양이에서는 사람보다 사후강직의 지속시간이 빨랐으면 빨랐지 일반 사람보다 느리진 않을 것입니다. 

 5. 다섯째로 정황상 고양이의 시체가 서초구 한복판의 화단에서 이틀간이나 방치되어있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해당자는 아침 7시경 고양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출근했다가 걱정이 되어 점심시간에 오피스텔 관리소에서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오후 2시경에 관리자라고 하며 피의자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이라면 넉넉잡고 12시쯤이라고 하고 겨우 두시간만에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의 CCTV를 모두 둘러본 후에 피고인을 정확히 확인하고 차량넘버까지 조회한 후 피의자를 찾아갔습니다. 이정도면 왠만한 강력반 형사보다 낫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 고소인이 아니라 고발인인지도 좀 의아스러운 점입니다.
 
 인터넷 마녀사냥이라는 논란까지 일어나는 은비의 사체를 보고 의사의 입장에서 드는 의문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해당 사항은 모두 사람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입니다만 이러한 물리적/생화학적 변화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큰 차이가 나진 않을 것이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등을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