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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Inernational/이의헌의 하버드 통신

홍대앞과 같은 세계의 문화특구, 이렇게 발전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8. 2.

대한민국 문화특구 '홍대앞'에 대해 조명하고 있습니다. 
홍대 '앞'이 홍대 '옆'으로 확장하고 있는 양상과 - http://poisontongue.sisain.co.kr/1598
'예술이 흐르는 추천 카페'에 이어 - http://poisontongue.sisain.co.kr/1599
세계의 문화특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독설닷컴 하버드특파원 이의헌님이 정리해 주셨습니다. 




글 - 이의헌 (독설닷컴 하버드통신원)


<뉴욕>

뉴욕은 어떻게 예술/문화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자치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60년대까지 뉴욕 문화의 중심지는 그리니치빌리지 지역이었다. 이사도라 던컨, 마르셀 뒤쌍, 윌리엄 포크너, 유진 오닐, 밥 딜러 등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와 그들의 친구들이 이곳에 살며 미국 보헤미안 문화를 이끌었다.
이런 독특한 유명세 덕분에 그리니치빌리지의 공연장, 클럽, 극장에서는 매일 밤 탑스타들의 공연, 출몰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호사다마. 상권호조로 주변 집값과 렌트가 급등하자 가난한 예술가들은 그리니치빌리지와 가까운 옆동네 소호에 새 둥지를 틀기 시작하나.

이제 그리니치빌리지 못지않은 부촌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소호는 사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지옥의 100에이커’라 불렸다. 소호는 노동을 착취하는 영세 공장으로 가득한 버려진 공업지대였다.

하지만 예술가은 버려진 공장을 작업실 겸 주거공간인 ‘로프트’로 재탄생시켰다. 1968년 예술가와 활동가들은 시정부에 공업지대를 주거지역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고, 정부는 이에 부응해 현재 소호의 틀이 완성됐다.   
얼마 못 가 소호에도 상권과 부동산 호황이 찾아왔고, 예술가들은 싼 임대료를 찾아 다시 유목을 시작했다. 트리베카, 윌리엄스버그, 부시윅을 거쳐 브루클린과 덤보 지역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예술의 세례를 받은 지역은 어김없이 부흥했다.

이스트빌리지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독립업소와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는데 지역주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스트빌리지커뮤니티연합 (www.evccnyc.org)은 대학과 공조해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독립 업소를 대형체인점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고, 동네 역사를 대표하는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이스트빌리지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오스틴>

텍사스주의 주도인 오스틴은 20세기 중반까지 예술과는 거리가 먼 지루한 남부도시의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윌리 넬슨 같은 가수와 아마딜로 세계본부 같은 공연장이 들어서면서 미국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도시로 급부상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자리 잡은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는 문화와 지역경제의 상관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매년 3월 열리는 이 행사에는 2,000명 이상의 가수가 참가해 오스틴 다운타운 지역 90여개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데, 2008년에만 약 1억1,000만달러의 경제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틴의 또 다른 특징은 다운타운 지역에서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월마트 같은 대형 체인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그 이유는 이 곳 주민들이 ‘오스틴을 독특하게 유지하자’라는 슬로건이 담긴 티셔츠를 즐겨입고, 스티커를 자동차에 붙이고 다니는데서 찾을 수 있다.

오스틴 사람들은 그들이 문화예술의 중심지며,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작은 업소가 다운타운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런 시민정신은 도시이미지 개선으로 직결됐다. 

오스틴은 미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2위, 친환경적인 도시 1위, 가족 같은 도시 1위에 오르는 등 도시 경쟁력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직원들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착한기업들이 미국 남부지역 거점을 오스틴에 유치하면서 지역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최대 유기농유통기업 홀마트가 오스틴에서 탄생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오스틴 시정부 역시 시 경제발전 및 재개발부 산하에 문화예술국을 독립부서로 운영할 정도로 문화예술을 시를 대표하는 전략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당연히 지역 예술가와 예술프로그램 후원, 문화예술산업 유치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는 할리우드와 관광객이 먹여 살렸다 할 정도로 문화산업의 특혜를 입은 도시다. 하지만 문화산업의 근간이 되는 풀뿌리 문화 예술인에 대한 투자와 관심에 소홀해 산타모니카, 라구나비치, 웨스트할리우드, 파사디나 같은 위성도시에 예술, 문화 인프라를 많이 뺏겼다. 

80년대 이후 대형 할리우드 재개발을 시작하면서 명성회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업자본과의 결탁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 및 상권 고급화로 인해 녹록치는 않은 형편이다. 대신 할리우드, 선셋 지역이 다시 활기를 띄면서 도시 내 낙후 지역이었던 이스트LA, 실버레이크, 에코팍 등에 예술, 문화인이 몰리며 해당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손꼽히는 우범지역인 이스트LA에 들어선 ‘더 브루어리 아트 콜로니’에는 약 500명의 예술가가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90년대 이후 본격 형성된 브루어리 예술단지 역시 과거 버려진 창고지대였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큰 예술가 집단 거주단지다.  


<일본 아키타현 우고>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 아키타현 우고시는 관광객 의존도가 높다. 관광객 감소로 폐업 위기에 처한 이 도시의 한 사업가가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도입한 만화가와의 협력 사업. 만화 캐릭터를 쌀 포장지에 그려 놓은 캐릭터 쌀은 회사는 물론 지역을 살리는 마케팅 아이디어로 자리 잡았다. 

유명 만화 캐릭터가 들어간 쌀은 오타쿠족의 수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비싼 가격에도 출하즉시 판매 완료되는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과거 연간 18톤의 쌀을 팔았지만, 이제는 한 달에 32톤의 쌀을 판매하고 있다. 쌀 성공에 힌트를 얻은 한 딸기 재배업자는 딸기 포장지에 만화 캐릭터를 넣는 등 캐릭터 상품 개발이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